의정부지방법원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16. 10. 25. 선고 2016노1921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1)

피고인은 원심 판결 선고 이전에 근로자 대표 K과 근로자들의 미지급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행 합의서(증 제13호증)를 작성하였는바, 위 이행 합의서상에 '합의사항에 피고인의 적극적 협력이 없을 시 민, 형사상의 처벌을 확인한다', '합의사항에 대하여 상호 강제성 없이 서로 원만히 합의하여 진행하다'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등 그 내용상 근로자들의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근로자들과 피고인 사이에는 임금 및 퇴직금에 대한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피고인에게는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36조 위반 범죄의 책임조각사유가 존재한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8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근로자들의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나 피고인과 근로자들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의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

가)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대법원 2001. 6. 15. 선고 2001도180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위 이행합의서의 작성으로써 이 사건 근로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거나 피고인과 사이에 지급기일연장의 합의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1)

위 이행합의서의 내용 및 문구에 비추어보더라도, 위 이행합의서는 제1항에서 제9항까지 '피고인의 예금, 병원매각 대금, 진료비청구금 등을 근로자 대표 K에게 지급하여 근로자들의 체불임금 및 퇴직금 등의 지급에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피고인이 근로자 대표 K과 합의한다'는 내용을 정하고 있을 뿐이다. 위 이행 합의서상에는 이로써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거나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기한을 언제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의 명시적인 기재가 없다. 위 '합의사항에 대하여 상호 강제성 없이 서로 원만히 합의하여 진행하다'라는 문구는 위 이행합의서의 위 제1항 내지 제9항 합의사항 다음, 위 이행합의서 맨 마지막에 위치하여 위와 같은 합의사항에 관하여 상호간에 합의하였음을 주의적으로 확인하는 내용에 불과하고, 위 '합의사항에 피고인의 적극적 협력이 없을 시 민, 형사상의 처벌을 확인한다'라는 문구는 기껏해야 '피고인의 적극적 협력으로 위 이행합의서의 내용이 이행되었을 경우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조건부 처벌불원 의사표시로 볼 수 있을 뿐이다.

(2)

위 이행합의서 작성일인 2015. 11. 18. 이후에도 근로자 Z, AA, AB가 '피고인으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고,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는 없었으며, 체불임금을 받으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

(3)

위 이행합의서 작성 후인 2015. 12. 1. 근로자 대표 K은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진술을 하였는데, 당시 '당초 진정인 54명 중 한 명인 AC은 진정의사가 없다며 취하서를 내어 진정인이 총 53명이다'라고 진술하였음에도 '나머지 근로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진정을 취하하였다거나 처벌불원의사를 철회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은 한바 없다.

(4)

위 이행합의서 작성 당시에는 이미 피고인이 2015고단3331 사건으로 공소가 제기되고, 2015고단4380, 2016고단1131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위 이행합의서상에 위 사건들에 관한 근로자들의 진정이나 피고인의 형사상 책임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5)

원심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이 근로자 F, E로부터는 처벌불원 의사가 명시적으로 기재된 합의서를 개별적으로 받아 법원에 제출하였다.

(6)

피고인 스스로도 검찰에서 '지급기일 연장에 관하여 근로자들과 합의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원심에서는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하였다.

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책임조각사유의 존부

가)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체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이나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5도157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9230 판결 참조).

나)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고인 운영의 H병원은 오래 전부터 적자로 운영되어 왔고, 이미 2015. 2.경부터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하여 왔던 점, ② 이 사건 근로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 체불액이 4억 3,000만 원가량에 달함에 비하여 피고인이 위 H병원을 AD에게 양도하고 받게 될 매각대금 중 위 체불금품의 지급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었던 금액은 2억 원가량에 불과하였던 점, ③ 피고인은 검찰에서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자신이 병원운영을 잘 못한 것이 가장 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이 위 법리에 나타난 책임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피고인이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에 따라 피고인의 예금, 진료비 청구금 등을 근로자 대표에게 양도하고, 병원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등 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노력을 해 온 사정은 인정되나 그러한 조치들이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1)

피고인이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는 점, 피고인이 원심에서 7,500만 원 가량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점 등은 인정된다.

2)

그러나 피고인이 체불한 임금 및 퇴직금 등의 합계가 4억 3,000여만 원에 이르는 큰 금액인 점, 근로자들에게 체당금이 지급되기는 하였으나, 위 체당금은 피고인이 직접 변제한 금원으로 볼 수 없는 점, 원심판결 선고 이후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지호(재판장) 강상욱 윤화랑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