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17. 6. 9. 선고 2016노375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징역 1년에, 피고인 B을 징역 10개월에 각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각 2년간 피고인들에 대한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80시간의 사회봉사를 각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L에 대한 사기의 점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1)

피해자 J에 대한 사기의 점

가)

피고인 A은 피해자 J를 직접 기망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 B과 공모한 사실도 없다. 또한, 피고인 A에게는 피해자 J에 대한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과 변제의사가 있었다.

나)

피고인 B은 피고인 A이 운영하는 G병원의 사무국장으로서 피해자 J로부터 병원의 경상비용을 차용하면서 차용인 명의를 빌려준 것일 뿐, 변제 자력이나 변제의 의사에 있어 사기죄의 고의는 없었다.

2)

피해자 L에 대한 사기의 점

가)

피고인 A은 원심 판시 기재와 같이 피해자 L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피해자 L을 기망한 사실이 없다.

나)

피고인 B은 피해자 L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데 가담한 사실이 전혀 없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각 형(피고인 A :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 피고인 B :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해자 J에 대한 사기의 점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피고인 B의 기망 내용, 차용과정과 경위, 피해금액의 사용 내역, 차용 당시 G병원의 재정상태, 거래의 이행과정 등을 종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①

피해자 J는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일관하여 구체적으로, 피고인 B이 판시 제1의 가, 나항 범죄사실과 같이 위 피해자를 기망하여 1억 원(8,000만 원 + 2,000만 원)을 빌려주었다는 점에 들어맞는 진술을 하였다. 피해자 J의 진술은 피해자 J가 수사기관에 피고인 B만 고소한 사실, 피해자 J와 피고인 B 사이에 차용증이 작성된 사실, 피고인 B이 동생 명의로 피해자 J에게 이자를 지급한 사실 등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②

피고인 B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1억 원을 빌렸고, 피고인 A은 피고인 B의 차용금 채무를 인수하고 피해자 J와 1억 원의 차용금 채무에 대한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 A은 검찰에서 회생절차에 있어 법원의 허가 없이 돈을 차용할 수 없어서 피고인 B의 도움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③

피고인 A은 G병원 운영비 등 용도로 위 1억 원을 모두 사용하였는데, 그 중 일부는 임금 미지급 또는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 등의 형사사건에서 합의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 A은 차용 당시 많은 채무로 인하여 개인회생절차에 있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015. 7. 30. 약 200억 원 상당의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지급보류통보를 받게 되어 법원에 회생계획안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피고인 B은 G병원의 사무국장으로서 그와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⑤

피고인들은 차용 이후 현재까지 이자를 일부 지급한 외에 원금 1억 원은 변제하지 못하고 있다.

2)

당심의 판단

가)

계속적인 금전거래나 대차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일시적인 자금궁색등의 이유로 그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러한 결과만으로 금전차용자의 행위가 편취의 범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한 금전차용에 있어서 단순히 차용금의 진실한 용도를 고지하지 아니하였다는 것만으로 사기죄가 성립된다 할 수 없으나, 피고인이 이미 과다한 부채의 누적으로 변제의 능력이나 의사마저 극히 의심스러운 상황에 처하고서도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피해자에게 금전을 차용한 후 이를 주로 상환이 급박해진 기존채무 변제를 위한 용도에 사용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피고인에게 그 금전차용에 있어서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도2588 판결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 A은 의사로서 2007. 11. 1. 비의료인 W 등과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G병원의 원장으로 근무하기 시작하였다.

②

피고인 A은 2014. 1. 20. 주식회사 페퍼저축은행(이하 '페퍼저축은행'이라 한다)으로부터 합계 9억 원을 대출받기로 하는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위 대출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14. 1. 17. 페퍼저축은행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210억 원에 달할 때까지의 이미 발생하거나 장래 발생할 국민건강보험법에 기한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법에 기한 의료급여비용채권을 양도하고, 양도사실을 통지하였다.

③

피고인 A은 2015. 1. 29. 의정부지방법원 2015회단1001호로 '한의사 X과 동업형태로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의정부시 Y에 H병원을 개원하기 위해 사채를 빌려 투자하였다가 38억 원 상당의 손실을 보았고,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였다는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H병원에서 수급받은 요양급여비용 중 7,381,151,060원의 회수금액에 대한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환수처분을 받았다'는 이유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에서 2015. 3. 2.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졌다.

④

피고인 B은 피고인 A이 위와 같이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할 무렵부터 G병원의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회생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당시 피고인 A으로부터 직원 급여 등 병원 운영자금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피고인 B은 2015. 4. 22.경 G병원에 장기입원 중인 환자의 보호자인 피해자 J에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아무런 걱정 없으니 무조건 버텨라. 내가 이 병원을 20억 원을 들여 인수하는데 직원들 급여가 부족하다. 나에게 8,000만 원만 빌려주면 2개월만 쓰고 변제하겠다. 병실도 2인실로 옮기게 해주고 특별대우를 해주겠다'고 말하여, 피해자 J로 하여금 한화생명보험 주식회사로부터 보험대출을 받도록 하여 8,000만 원을 건네받았다.

⑤

피고인 B은 피해자 J로부터 지급받은 위 8,000만 원을 피고인 A에게 건네주었고, 피고인 A은 이를 직원들의 밀린 2015. 2.분 급여 합계 62,954,230원 등을 지급하는 데 사용하였다.

⑥

한편 피고인 A은 W, Z와 함께 2008. 9. 5. 수원지방법원 2008고약36454 의료법위반 사건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W이 Z, 피고인 A과 공모하여 의사인 Z, 피고인 A의 명의를 이용하여 G병원을 순차 개설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7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아 같은 달 24. 확정되었다.

⑦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 7. 30. 피고인 A에게 위 의료법위반으로 처벌받은 사건을 이유로 200억 원 상당의 요양급여비용 환수결정을 하였다. 피고인 B은 2015. 8.경 피고인 A으로부터 위와 같이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되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00억 원 상당의 요양급여비용 환수결정이 있게 된 사실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후 2015. 9.경 회생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로부터 회생이 불가능하게 되었음을 들어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피고인 B은 2015. 9. 10.경에도 피해자 J에게 '병원이 회생되어 2015. 9. 18. 법원에서 판결문만 받아오면 된다. 치료선생님들 7명이 그만둔다고 해서 급여를 줘야 하니 2,000만 원만 빌려달라'고 하여 2,000만 원을 건네받았다.

⑧

피고인 A은 2015. 9. 30. 피고인 B과 사이에 '피해자 J가 피해자 B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2015. 4. 22.자 금전소비대차에 의한 원금 8,000만 원 및 이자 월 50만 원과 보험약관대출이자 채권'에 대한 면책적 채무인수계약을 체결하였고, 같은 날 피해자 J와 사이에 법무법인 호수 공증의 증서 2015년 제1195호로 '피고인 A은 2015. 4. 20. 피해자 J로부터 1억 원을 차용하였고, 이를 2015. 7. 10. 일시 변제한다'는 내용의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⑨

결국, 피고인 A에 대한 회생절차는 2015. 10. 29. 회생법원에서 폐지되었고, G병원은 2015. 11. 19. '적법하게 개설되지 아니한 비의료인 개설병원(사무장병원)'이라는 사유로 의료기관 개설허가가 취소되었다.

다)

위 인정사실 및 위에서 본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 A은 2015. 3.경 G병원과 관련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페퍼저축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 합계 9억 원을 부담하고 있었고, 피고인 스스로 2015. 3. ~ 4.경 K라는 환자로부터 1억 원, 2014년도에 환자 보호자로부터 1억 7,000만 원을 빌린 사실이 있으며(증거기록 제2권 251쪽), H병원과 관련하여, 38억 원 상당의 손실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채무는 84억 원 정도라고 진술하였던 점(증거기록 제2권 252쪽), ②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 2.경 피고인 A의 채권자 I이 피고인 A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지급채권에 대한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중단하였는데, 피고인 A도 수사기관에서 위 I의 채권은 건물매입과정에서 부풀려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일부 지급 책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였던 점(증거기록 제2권 250쪽), ③ 피고인 A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을 요양급여채권 중 일부는 페퍼저축은행에 양도되어 피고인 A이 실제 지급받을 수 없었던 점(증거기록 제2권 298, 316, 319쪽), ④ 근로복지공단은 2015. 7. 30. 피고인 A에 대하여 200억 원 상당의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환수결정을 하였는데, 이러한 사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피고인 A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 2016구합56882호로 환수고지처분 등 취소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그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고 있다), 법원의 회생절차개시결정 후 피고인 A이 희망한 대로 회생인가를 받을 수 있거나 회생계획(안)에 따라 변제할 수 있을지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은 이미 과다한 부채의 누적으로 변제의 능력이 극히 의심스러운 상황에 처하고서도 피해자 J에게 약속한 대로 2개월 이내에 신속히 채무를 변제해 줄 것처럼 거짓말하여 피해자 J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합계 1억 원을 차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피고인 A은 위 차용금의 일부를 임금 미지급 또는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 등의 형사사건에서 합의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기록 제2권 308쪽)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A에게 금전차용에 있어서 편취의 범의도 있었다고 볼 수 있고, 피고인 B이 G병원의 사무국장으로서 피고인 A의 병원경영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병원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게 된 전체적인 동기와 방법 및 결과 등에 비추어, 피고인 B의 편취의 범의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피해자 J에 대한 사기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소결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해자 L에 대한 사기의 점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A은 2015. 6. 30.경 G병원 원장실에서, 피고인 B과 함께 2012년경 교통사고로 경추손상을 입어 사지마비(장애 1급)로 2015. 2.경부터 위 병원에서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인 피해자 L에게 "돈을 빌려주면 1달 후에 반드시 변제해 주겠다."는 취지로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5. 7. 14. 차용금 명목으로 피고인 A 명의의 계좌로 피해자가 보험회사로부터 수령한 교통사고보험금 1억 5,000만 원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해자 L의 진술, 피해자 L의 간병인 M의 진술 등을 근거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용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면, 피고인이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거래조건 등 거래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을 허위로 말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이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거나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참조). 또한,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이루어진 거래에 있어서 그 채무불이행이 예측된 결과라고 하여 그 기업경영자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가 문제된 경우, 그 거래시점에서 그 사업체가 경영부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따라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설사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때에는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1도202 판결 참조).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피해자 L으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검사는, 피고인들이 피해자 L에게 "돈을 빌려주면 1달 후에 반드시 변제해 주겠다"는 취지로 거짓말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 피해자 L은 최초 경찰조사 당시, '현재 G병원이 회생절차 진행 중인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최우선으로 갚아 주겠다'라는 취지로 기망하였다고만 진술한 점, ㉡ 피고인 A이 차용 이전인 2015. 6. 30. 피해자 L에게 작성해 준 처분문서인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도 '차용금 원금을 차용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변제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점, ㉢ 피고인들이 2015. 8. 31. 피해자 L에게 작성해준 각서에도 '법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결정에 따라 자금이 융통되는 대로 피해자에게 상환할 것이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 위와 같은 처분문서의 기재와 달리 구두 특약으로 변제기한을 단축하였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는데다가 기망 내용에 관한 피해자 L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피해자 L에게 "법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회생절차에 따라 자금이 융통되는 대로 변제하겠다"는 취지가 아닌 "차용일로부터 1달 후에 변제하겠다"고 말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②

한편 회생제도는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기는 하나 청산가치보다는 계속가치가 높은 경우 채권자 등의 일정한 희생을 통하여 장기적으로 채권자 등 모두의 이익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으로, 편취의 범의를 판단함에 있어 사전에 부도를 내거나 파산 신청을 준비하였던 경우와는 기본적으로 달리 볼 필요가 있다.

③

또한, 피해자 L은 원심에서 이 사건 금원 대여 당시 피고인 A에 관한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은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도 '금원을 차용함에 있어 의정부지방법원 파산부의 승인이 있는 경우에 금원을 대여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원심 증인 N, O은 원심 법정에서 '환자들이나 보호자들, 직원들 모두 2015. 7.경 피고인 A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고, 병원의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피고인들은 병원 운전자금 용도로 이 사건 금원을 대여받았는데, 법원의 운전자금 차입에 대한 허가 후에야 피해자가 이 사건 금원을 대여한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피해자 L도 이 사건 금원 대여 당시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④

피해자 L은 원심에서, 금전소비대차계약서가 작성된 사실도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피고인 A이 2015. 6. 27. 법원으로부터 피해자 L에 대한 운전자금 차입 허가 신청 시 위 금전소빈차계약서를 첨부서류로 제출하여 2015. 7. 9. 허가를 받은 점에서, 피해자 L의 위와 같은 진술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⑤

피고인 A이 피해자 L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기 전인 2015. 6. 16. 작성된 조사보고서에는 '회생계획(안)에 따라 변제받는 것이 청산을 통해 배당받는 것보다 회생채권자들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라고 판단된다'고 기재되어 있는바, 애초에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 법원에서 피해자 L에 대한 운전자금 차입 허가 신청에 대한 허가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 그 청산가치보다 계속가치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⑥

나아가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 발생하는 급여지급 등 운전자금 차입에 따른 채무는 공익채권으로 분류되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수시로 전액 변제할 수 있는바, 이 사건 금원 대여 당시 회생인가를 받기 위하여 노력하면서 병원을 운영하던 피고인 A과 피고인 B으로서는 회생절차 내에서 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차입한 이 사건 금원을 정상적으로 변제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으로 보인다.

⑦

그런데 피고인 A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15. 7. 30. 200억 원 상당의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환수결정을 고지받는 바람에,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지 못하여 결국 2015. 10. 29. 회생절차가 폐지되었는바, 피고인 A이 회생절차 내에서 피해자 L에게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한 것은 위 환수결정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였고, 이러한 외부적 요인의 발생을 미리 예측하였거나 예측할 수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없다.

다)

소결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L에 대한 사기의 점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가 선고되어야 할 것임에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일부 이유 있고, 이와 같이 무죄로 되는 부분과 원심 판시 나머지 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