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17. 7. 18. 선고 2017노999 판결

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피해자로부터 공급받은 등산복을 도소매 거래처에 공급하였으나 2014. 4. 16.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의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로 단체복이 팔리지 않게 되자 위 거래처가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음에 따라 부실채권으로 남은 것일 뿐, 피고인들에게 원심 판시 기재와 같이 의류공급계약(이하 '이 사건 의류공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할 당시 피해자에 대한 편취의 범의는 없었다.

2)

이 사건 의류공급계약은 피고인들이 아닌 피고인 C이 운영하는 의류판매업체인 주식회사 E(이하 'E'이라 한다)이 피해자와 체결한 것이므로, 개인인 피고인들에게 형사책임을 지울 법적 근거가 없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피고인 A, B : 각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피고인 C : 징역 10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 C은 2009. 9. 21. 2억 원을 투자하여 의류판매업체 E의 전신인 주식회사 X를 운영하기 시작하였고(증거기록 제355면), 피고인 B는 당시 1억 원을 투자하여 위 회사의 이사 및 감사로 근무하였으며, 피고인 A은 2011년경부터 영업을 총괄하는 부장으로 근무하였다(증거기록 제61, 96, 219, 221면).

나)

E의 채권자들은 아래 표 기재와 같이 E이나 피고 C을 상대로 물품대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대부분 그 채권 전부 또는 일부가 인정되었다(증거기록 제262 내지 274면).

다)

E은 온라인 판매를 위하여 등산복, 등산화 등의 물품을 매입하였으나 2013. 12.경까지 판매하지 못한 재고가 3억 원 이상에 이르렀고(증거기록 제134 내지 143면),2014년 초경 매입가격의 25% 정도(대략 75,000,000원) 수준으로 이를 처분하여 2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보았다(증거기록 제232, 233면). 또한, 위 채권자 중 AC이 2013. 11. 12. 및 2013. 12. 4. E 명의의 농협계좌를 압류하여 추심금 합계 4,912,487원을 받아감에 따라, 2013. 12. 말경 위 계좌의 잔액은 100,000원 정도에 불과하였다(증거기록 제448, 449면).

라)

이에 피고인 C은 지인 J 명의로 개인사업자 등록을 한 후 온라인영업을 하기로 하여, J이 2013. 12. 5. 우리은행에서 대출받은 50,000,000원을 다시 투자받았는데(증거기록 제127, 128면), 위 돈의 대부분은 다른 업체들에 대한 채무를 정리하거나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는 데 사용되었다(증거기록 제236, 558 내지 561면).

마)

피고인 A은 2014. 1. 23. E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등산복 의류를 납품해주면 매월 말일에 결산하여 다음 달에 50%, 그 다음 달에 50%씩 납품받은 물품대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하여 이 사건 의류공급계약을 체결하였고, 피해자로부터 2014. 3. 20.부터 2014. 3. 31.까지 208,219,000원, 2014. 4. 1.부터 2014. 4. 30.까지 120,885,600원의 합계 329,104,600원 상당의 등산복 등 의류를 납품받았다(증거기록 제64, 99, 222면).

바)

피고인 C은 2014. 5. 23. 피해자에게 2014. 5. 20.부터 2014. 7. 30.까지 물품대금을 전액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문서를 작성하여 주었으나(증거기록 제234면), 2014. 5. 20.부터 2014. 10.까지 피해자에게 물품대금으로 합계 34,000,000만 원을 지급하였을 뿐, 나머지 물품대금은 지급하지 아니하였다(증거기록 제235 내지 240면).

사)

한편 E은 2013년경 E의 상표권을 담보로 인터넷 의류판매회사인 AD에서 생산자금 3억 원을 받아 운영하면서 위 회사에 2억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는데, 2014. 10.경 위 채무를 변제하기 위하여 AD의 자회사인 주식회사 AE에 E의 상표권을 이전하여 주어 사실상 폐업상태에 이르렀다(증거기록 제101, 304, 362 내지 365면).

아)

피고인들은 2014. 11. 27. 의정부지방법원 2014고정957 사건에서, AF에 대하여 2013. 3. 중순경부터 2013. 6. 12.까지 저지른 38,089,500원 상당의 공동 사기 범행으로 벌금형의 처벌을 받았고, 피고인 C은 2015. 1. 26. 의정부지방법원 2014고약16588 사건에서, 2013. 9. 23.부터 2014. 6. 3.까지 E에서 영업직으로 근로한 AG에 대한 임금 합계 8,666,660원을 지급하지 아니한 근로기준법위반의 범행으로 벌금형의 처벌을 받았다.

2)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므로, 거래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당해 거래에 임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거래로 인하여 재물을 수취하는 자에게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도7828 판결 참조).

한편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도12003 판결 참조).

나)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이 사건 의류공급계약 체결 당시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사가 없었거나, 적어도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①

E은 이 사건 의류공급계약이 체결될 무렵 물품대금 등을 지급하지 못하여 여러 채권자로부터 4억 원에 이르는 물품대금 등 청구소송을 제기당하였고, 근로자에 대한 임금 등도 제때에 지급하지 못하는 상태였으며, 물품대금 채무 등을 제외하고도 이미 AD에 2억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J이 2013. 12. 5. 대출받은 50,000,000원을 다시 회사운영자금으로 투자받은 상황이었다.

②

피고인들도 수사기관에서 2013. 12.경까지 판매하지 못한 재고가 3억 원 이상에 이르러 매입가격의 25% 정도 수준으로 이를 처분하여 2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본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이 사건 의류공급계약 상 물품대금은 매월 말일에 결산하여 다음 달에 50%, 그 다음 달에 50%씩 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더라도, 피해자가 당시 피고인들이 운영하던 E의 자금사정이나 거래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물품을 공급하여 줄 의사로 이 사건 의류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의료공급계약을 체결할 무렵 강화군청 체육행사에서 주문한 물량이 15,000,000원 정도였고, 전국 수협본점에서 주문한 것이 70,000,000원 정도, 그 외에 기업에서 단체복으로 주문한 것이 30,000,000원 이상이었는데,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주문이 취소되는 바람에 약정된 지급기일에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위와 같은 주문이 있었던 사실이나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주문이 취소된 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였다.

④

오히려 피해자가 E과 이 사건 의류공급계약을 체결한 시점은 2014. 1. 23.이고, 세월호 침몰 사건이 있은 2014. 4. 16. 이전에 208,219,000원 상당의 등산복 등 의류의 납품을 완료하였는데,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납품받은 의류의 50%에 해당하는 1억 원 상당의 대금을 2014. 4. 30.까지 지급하여야 함에도 이를 전혀 지키지 못하였고, 2014. 5. 20.에서야 1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은 등산복 판매에 대한 확실한 거래처가 없는 상태에서 이 사건 의류공급계약을 체결하였고, 판매가 잘되지 않을 경우 피해자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해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

한편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로부터 공급받은 등산복 중 오프라인 매장인 ㉠ 'AH' 매장에 95,900,000원, ㉡ 'AI' 매장에 5,467,000원, ㉢ 'U' 매장에 42,066,000원, ㉣ 'AJ' 매장에 11,886,600원 등 합계 155,319,600원 상당액을 판매하고도 세월호 침몰 사건의 여파로 그 대금 중 합계 125,554,600원('AH' 매장 76,800,000원 + 'AI' 매장 4,267,000원 + 'U' 매장 35,066,000원 + 'AJ' 매장 9,421,600원)을 회수하지 못하여 부실채권으로 남은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① 피고인들이 제출한 자료(증거기록 제1권 제335 내지 353면)는 공급받는 자의 상호만이 기재된 거래명세서에 불과하여 세금계산서와 같이 그 거래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정할 만한 자료로 보기 어렵고, 그 자료에 의하더라도 각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판매는 2014. 5. 15.경부터 2014. 7. 28.까지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 사건 의류공급계약 체결일을 기준으로 볼 때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것인 점, ② 대금지급기가 지난 후 피해자가 피고인들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거나 반품을 요청하였음에도 피고인들은 이를 거절하고 덤핑으로 처분해버린 정황도 있는 점, ③ 피고인들은 당시 거래처로부터 대금을 언제 지급받을 지에 관한 구체적 약정도 없이 판매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까지 각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미수채권이 125,554,600원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그 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를 취한 바도 없는바, 상인의 이러한 거래행태는 극히 이례적이고도 채권자인 피해자를 해하는 것인 점, ④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판매한 대금의 상당액을 회사운영자금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1억 원 상당의 등산복은 온라인으로 판매하였다고 진술할 뿐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점, ⑤ 피고인들은 2014. 10.경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E을 사실상 폐업상태에 이르게 함으로써 위 판매대금 채권은 결국 회수 가능성이 없는 악성채권으로 남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피해자에 대한 대금 미지급 사유로 세월호 침몰 사건을 핑계로 대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 실제로는 이 사건 의류공급계약 체결 당시 이미 피해자에 대한 대금 지급이 극히 불투명한 상태에서 피해자로부터 3억 원이 넘는 물품을 공급받아 이를 편취하였다고 인정된다.

라)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의류공급계약에 대한 형사책임이 없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들은 이 사건 의류공급계약은 E이라는 회사가 체결한 것이므로 개인인 피고인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법인이 거래관계에 있어서 민사상 권리·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하여 그 직접 실행행위를 한 법인의 기관을 구성하는 개인이 위법한 실행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하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들이 회사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미필적 고의로 기망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고, 거래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피해 금액 중 34,000,000원을 지급한 점, 피고인 C은 주식회사 E의 사장인 반면 피고인 A, B는 위 회사의 직원이었고, 피고인 A, B에게 벌금형을 초과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미지급한 물품대금이 295,000,000원에 이르는 다액이고,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한 점, 피고인들의 무리한 사업운영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그 위험을 피해자에게 전가시킨 결과가 되어 피해자가 큰 손해를 입었음에도, 세월호 침몰 사건의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 등을 주장하면서 진지하게 반성하지 아니하는 점, 피고인들이 2014. 11. 27. 동종의 사기죄로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전과가 있고, 피고인 C에게는 2014. 4. 16.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상해)죄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2014. 4. 24. 확정된 전과도 있는 점 등은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이러한 정상 및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들과 대법원 양형위원회 제정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길(재판장) 홍주현 김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