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 4월에 처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에 티셔츠와 원단의 공급을 의뢰하였으나, 티셔츠의 납품 지연 또는 납품된 티셔츠 및 원단의 하자 등으로 그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을 뿐 피해자 회사를 기망한 사실이 없고 물품대금을 편취할 의사도 없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년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2013. 4. 초순경 B 주식회사(이하 'B'라 한다)와 피해자 회사 사이에, 피해자 회사가 B에 티셔츠 29,700장을 170,821,500원(부가가치세 별도)에 공급하는 내용의 구두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이 체결되었고, 2013. 4. 15.경 이 사건 계약을 기초로 납품시기, 납품방법 등을 정한 제품계약서(이하 '이 사건 계약서'라 한다)가 작성되었다. 이 사건 계약서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13. 4. 26. 피해자 회사에 이 사건 계약금 1,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피고인은 2013. 4. 30.경 티셔츠와는 별도로 피해자 회사에 원단 공급을 요청하였고, 이에 피해자는 2013. 5. 9.경부터 2013. 5. 29.경까지 피고인이 지정하는 임가공업체에 138,336,700원 상당의 원단 63,868야드를 공급하였다.
피고인은 2013. 6. 27.경 피해자 회사에 주식회사 J(이하 'J'이라 한다)을 발행인으로 한 액면금 284,613,721원의 약속어음을 발행, 교부하였고, 같은 날 위 약속어음에 관한 공정증서가 작성되었다.
피고인은 2013. 8. 2.경 티셔츠 및 원단의 미지급 물품대금 상당액 265,547,994원(이하 '이 사건 미지급금'이라 한다)에 관하여, ① 신용장 개설의 경우에는 2013. 8. 5.부터 2013. 8. 8.까지 사이에 신용장 결제로 1억 2,600만 원, 2013. 8. 20.부터 2013. 8. 30.까지 사이에 현금 8,000만 원, 2013. 9. 10.부터 2013. 9. 13.까지 사이에 현금 6,000만 원을, ② 현금 결제의 경우에는 2013. 8. 15.부터 2013. 8. 20. 사이에 1억 원, 2013. 8. 25.부터 2013. 8. 30.까지 사이에 8,000만 원, 2013. 9. 10.부터 2013. 9. 13.까지 사이에 8,500만 원을 피해자 회사에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2013. 8. 21.경 및 2013. 8. 29.경 이 사건 미지급금의 지급시기, 지급방법 등에 관한 조건을 변경하고 이 사건 미지급 대금을 상환하기로 약정하였다.
피고인은 2014. 5. 26.경 피해자 회사에 이 사건 미지급금에 관하여 2014. 6.경 1억 원, 2014. 7.경 1억 6,000만 원을 상환할 것을 약속하였다.
피고인은 2016. 8. 12.경 피해자 회사에 '미지급 물품대금 265,547,994원을 2016. 8. 31.까지 4,000만 원, 2016. 9. 10.까지 50,000달러(신용장 개설), 2016. 9. 20.까지 2,000만 원, 이후 순차적으로 상환하겠다'는 취지의 채무이행확약서를 작성하여 이를 교부하였다.
관련 법리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등 참조).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 회사에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여 티셔츠 및 원단을 공급받아 그 물품대금 상당액을 편취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 회사로부터 티셔츠 및 원단을 공급받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피고인 명의로 운영하던 회사의 세무조사로 재정상태가 어려웠다', '피해자 회사로부터 공급받은 의류 및 원단을 판매하여 그 판매대금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하려 했고, 그 이외의 결제 방법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수사기록 111, 116쪽), ② 피고인은 '2013. 6. 10.경 AE에게 AF로부터 건네받은 약속어음을 주면 AF를 대신하여 원단나염 작업대금 1,830만 원을 변제하겠다고 기망하여 AE으로부터 약속어음 1장을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고, 2015. 7. 21.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부터 위 공소사실이 인정되어 사기죄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점(서울북부지방법원 2014고단4452호), ③ 피고인이 '2013. 2. 5.경 AG에게 약속어음을 담보로 제공하고 AG으로부터 약 6,200만 원 상당의 등산의류를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고소된 점(수사기록 241 내지 245쪽), ④ 이 사건 계약서 제4조 제2항에 '베트남 선적과 동시에 50%를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베트남에서 티셔츠가 선적되었음에도 피고인이 해당 물품대금을 피해자 회사에 지급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 회사에 물품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은 B, J 등에서 꾸준히 매출이 발생하여 위 회사들을 통하여 피해자 회사에 물품대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① 위 별건 고소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이 'B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보이는 점(수사기록 243쪽), ② 2013년 B의 손익계산서상 매출액이 813,196,712원(피고인 제출의 증 제29호증)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2013년 B의 부가가치세과세표준증명서상 매출과세표준 합계액 623,984,949원(피고인 제출의 증 제11호증의 1)과는 차이가 있는 등 피고인이 제출한 재무제표를 그대로 신뢰하기 어려운 점, ③ 만약 피고인 주장과 같이 B 등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었다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 회사에 이 사건 미지급금 중 일부라도 변제하였어야 할 것인데,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작성하고 수차례에 걸쳐 채무 잔액을 확인하며 상환을 약속하였음에도 정작 피해자 회사에 추가로 변제한 금원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이 B 등을 통하여 물품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 측에 티셔츠 및 원단을 공급하였음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미지급금 중 베트남 현지 임가공업체에 지급한 비용, 지퍼 비용, 일부 항공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원을 피해자 회사에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가 공급한 티셔츠의 납품이 늦어지거나 제품에 하자가 있어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피고인이 티셔츠의 지연 공급 및 하자로 인해 이를 염가로 처분할 수밖에 없어 손해를 입은 것이라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 회사에 손해배상청구를 하거나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납품 지연, 티셔츠 하자 등을 원인으로 손해배상청구 등을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점, ② 피고인이 티셔츠 공급이 완료된 무렵인 2013. 6. 27.경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해 주었고, 나아가 2013. 8. 2.경, 2013. 8. 21.경, 2013. 8. 29.경 및 2014. 5. 26.경 미지급 물품대금이 남아있음을 전제로 상환을 약속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6. 8. 12.경 채무이행확약서까지 작성하여 교부한 점, ③ 이 사건 미지급금을 지급하거나 그 지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피해자 회사에 어음을 교부하였다가 이를 다시 회수하기도 하였던 점, ④ 피해자 회사가 납품 기한을 도과하여 티셔츠를 공급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계약금 1,000만 원을 늦게 지급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도 티셔츠 납품 지연에 관하여 사전에 양해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어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피고인 변소를 납득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가 공급한 원단에 하자가 있어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원단 90% 정도는 찾아와 봐야 손해가 뻔해 옷을 만드는 가공업체에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수시기록 74쪽),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원단을 반품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은 채 가공업체로 하여금 알아서 처리하도록 한 사실을 납득하기 어려운 점, ②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원단에 하자가 있음을 통지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 통지 이외에 하자의 정도, 원단의 처리 방법 등을 피해자 회사에 추가로 통보하지 않은 점, ③ 원심 증인 H, U이 공급받은 원단을 가공한 다음 피고인에게 제품 일부를 납품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피고인은 공급받은 원단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피해자 회사에 대한 물품대금 지급을 피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티셔츠를 적기에 납품받지 못하여 이를 이른바 '땡처리'로 저가에 양도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피고인과 B는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에 따른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는데, 이 사건에서의 주장과는 달리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피해자 회사로부터 공급받은 티셔츠를 J에 실제로 공급하였으나, J이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J이 피해자 회사에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교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보이는 점(수사기록 234쪽), ② 원심 증인 T이 '피고인으로부터 티셔츠 2000~3000장 정도를 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공판기록 200쪽),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에게 공급한 티셔츠는 27,387장으로 T에게 판매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티셔츠 약 23,000장이 누구에게 판매되었는지가 확인되지 않고 그 매각대금도 피고인만이 수령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티셔츠를 정상적으로 판매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거나 티셔츠를 정상가격에 판매할 수 없어 '땡처리'로 염가에 처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와 추가 임가공 거래를 추진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으로서는 물품대금 지급을 피하거나 연기할 목적으로 피해자 회사에 추가 임가공 거래를 제안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추가 임가공 거래가 성사되지도 않았다.
피고인은 B에 대한 세무조사에 협조해주는 대가로 피해자 회사에 채무이행확약서를 교부하였으나, 피해자 회사 측이 협조해주지 않아 2억 원의 세금 추징 및 벌금을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피고인이 2017. 5. 15. 의정부지방법원으로부터 조세범처벌법위반죄로 벌금 7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는 하였으나(의정부지방법원 2017고약 1948호), 위 약식명령의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2013. 8. 6.경부터 2013. 12. 30.까지 5회에 걸쳐 (주)AH으로부터 388,256,364원, 2013. 10. 25. AI로부터 3회에 걸쳐 100,256,364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은 사실에 관한 것이다(수사기록 229 내지 232쪽). 그런데 피해자 회사가 2013. 5. 31. B에 원단 공급에 따른 공급가액 합계 138,336,700원의 세금계산서를 발급, 교부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수사기록 260, 263쪽), 피고인이 B의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혐의에 관하여 수사기관에게 피해자 회사에 교부한 액면금 284,613,721원의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제시하여 증거불충분 불기소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수사기록 234쪽)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자신의 비정상적인 세무처리로 세금 추징 및 벌금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 회사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전에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 범행 과정에서 계약금, 베트남 공장 임가공비, 지퍼대금을 지급한 점,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2,5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다. 이러한 정상들과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조건과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적용결과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인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