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1. 6. 8. 선고 2020구합1224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0. 4. 1. 하사로 임관하여 2018. 12. 20.부터 육군 제9보병사단 28연대 B대대 C중대에서 보급수불 부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나.

피고는 2019. 7. 25.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감봉 1월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항고하였으나 2020. 2. 20. 기각결정을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8호증의 3(가지번호를 특정하지 않은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징계사유의 부존재

원고 및 피해자와 사건 당일 동석했던 H은 원고가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기억하는 점, 원고가 이 사건 처분의 대상인 발언(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을 한 경위, 원고는 ‘나는 절대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이 사건 발언을 하였을 뿐 피해자를 지칭하거나 가리키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을 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재량권 일탈․남용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원고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는 점, 이 사건 발언은 성희롱인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1회에 불과한 점, 원고는 10년간의 복무기간동안 30회의 표창을 받는 등 성실히 군생활을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진급심사 등에서 불이익이 매우 큰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과도한 처분으로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징계사유의 부존재 주장에 관하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육군규정 180 징계규정」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하여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등 참조).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므로, 징계사유인 성희롱 관련 형사재판에서 성희롱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또한 성희롱의 요건 중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라는 요건은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나타낸 것으로서, 업무수행의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성적 언동이 이루어진 경우뿐 아니라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하여 성적 언동을 한 경우도 이에 포함되고, 어떠한 성적 언동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5두1341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 내지 7호증, 을 제1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이 사건 발언을 하여 ‘직위를 이용하여 성적 언동을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원고는 군검사로부터 피의자 신문을 받으면서 당시 ‘G이 와도 바람 안핀다. G 보지에서는 딸기맛이 나겠습니까. 저는 바람 안핍니다.’ 라고 말했다고 시인하였고(을 제4호증 6면), 당시 동석하였던 I은 군사경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원고가 G, 아내 등을 지칭하며 속된 말(다리를 벌려도 안한다)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였으며(을 제5호증 6면), 당시 동석하였던 J도 군사경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원고가 여성 성기 이야기를 한 것은 기억이 나고, “보지”라는 단어를 들었다고 진술하였다(을 제6호증 5면). 한편 위 J는 관련 형사사건의 증인신문과정에서 뭔가 있는 것 같아서 회식 다음날 피해자가 괜찮은지 먼저 안부연락을 하였고,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을 제7호증 6, 8면). 설령 원고가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말로 “보지”라는 말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진술로 미루어 보아 원고는 성을 사고 파는 행위나 여성의 성기, 성행위에 관한 속된 말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②

원고는 피해자인 F 중사의 업무 태도가 불량하고, 종전의 소속 군부대와 관련된 과장된 말을 종종 하는 점 등을 들어 위 피해자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제출한 고소장에서 이 사건 발언과 관련하여 기재한 내용과 피해자가 군사경, 군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며 진술한 내용은 주요한 부분에서 구체적이고 일관될 뿐만 아니라,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의 업무 태도가 불량하고 종전 소속 군부대에 관한 과장된 말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이 사건 발언과 관련하여 피해자가 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

③

당시 원고 및 피해자와 동석하였던 K, I에 대한 형사사건(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의 1심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K, I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은 주요한 부분에서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일부 질문에 관하여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부분도 질문의 내용을 오인하여 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보아 피해자 진술에는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일부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무죄로 인정된 부분도 공소사실은 인정되지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④

원고는 이 사건 발언 당시 6명이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의 한쪽 모서리에 원고와 피해자가 I을 사이에 두고 같은 방향으로 앉아 있어 서로 마주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평소 이명 증세로 크게 말한 것일 뿐 피해자를 향해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와 피해자는 같은 방향으로 앉아 있었더라도 고개를 조금만 내밀면 서로를 볼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당시 참석 인원이 6명에 불과하여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서로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상태였으며(피해자 역시 군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원고와 같은 라인에 앉아있었지만 테이블 끝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원고와 마주볼 수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을 제1호증의 3면), 원고와 피해자가 포함된 6명이 함께 회식을 하는 자리였으므로 원고가 피해자를 배제하고 바로 앞에 앉은 사람과만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⑤

앞서 본 대법원 판례 등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성희롱의 성립에는 상대방이 행위자의 성적 언동에 의하여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는 것으로 족하고 성적 수치심을 느낄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아니하고, 성적 수치심의 유무가 성희롱의 판단 기준이 되거나 상대방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할 것이다. 앞서 본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원고의 이 사건 발언으로 인하여 업무와 관련하여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충분히 인정된다.

2)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관하여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하고, 징계권의 행사가 임용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라고 하여도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징계권을 행사하여야 할 공익의 원칙에 반하거나 일반적으로 징계사유로 삼은 비행의 정도에 비하여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거나 또는 합리적인 사유 없이 같은 정도의 비행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적용하여 온 기준과 어긋나게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 경우에 이러한 징계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처분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두6951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따라 살피건대, 갑 제8, 10, 1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하사로 임관한 후 약 10년 동안 30회에 이르는 표창을 받았고, 2021년 성과상여금 등급 중 최상위 등급인 S등급을 받은 사실, 다수의 동료와 선후배들로부터 원고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가 제출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점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을 제8,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하며 적용한 것으로 보이는 육군규정 180(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의 징계양정기준에 의하면 품위유지의무위반(성폭력 등)은 비행의 정도 및 과실에 따라 ‘가중-기본-감경’의 3단계의 징계기준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는 점, ②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발언을 한 행위가 ‘감경’ 영역에 해당한다고 보고 ‘감봉’에 해당하는 징계기준을 적용해 이 사건 처분을 한 점, ③ 구 군인사법(2019. 1. 15. 법률 제162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7조 제1항 제4호에 의하면 감봉은 경징계에 해당하고, 최소 기간이 1개월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규정에 따른 최소한의 징계로 보이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이 공익의 원칙에 반하거나 과중한 징계처분으로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거나 또는 합리적인 사유 없이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으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병희(재판장) 박동규 송귀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