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가 머리로 피고인의 턱을 치며 ‘때려 봐’라고 말을 하자, 피해자와의 접촉을 막기 위해 피고인의 배로 피해자를 밀친 사실만 있을 뿐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손가락으로 피해자의 턱을 친 사실이 없다.
피해자 스스로도 원심 법정에서 ‘때린 게 아니고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라고 진술하였는바, 피고인이 피해자의 턱을 손가락으로 찌른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배로 피해자를 밀치고, 피해자의 턱을 손가락으로 찌른 행위를 폭행죄의 유형력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배로 피해자를 밀친 행위가 폭행죄의 유형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접촉을 막기 위한 것으로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1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턱을 친 사실이 있는지 여부
우리 형사소송법이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로서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따라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를 고려할 때, 제1심 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도531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손가락으로 피해자의 턱을 치는 행위를 한 사실이 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사실과 그 전후에 있었던 상황을 일관되고 상세하게 진술하였고, 원심은 피해자의 법정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였다. 피해자가 무고나 위증의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피고인을 모함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나 이유가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의 법정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폭행을 당하고, 심한 욕설을 듣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증거기록 제27쪽).
피해자는 피고인과 말다툼을 벌인 때로부터 경찰관이 출동한 이후까지의 상황을 녹음하여 이를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는데, 위 녹취파일에 의하면,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가 현관문에 관리비 미납시 단전, 단수 예정임을 알리는 ’단전, 단수예고 및 최종 통보문‘을 부착하였다는 이유로 화를 내며 피해자에게 심한 욕설을 하는 등 감정이 격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도 ‘상처는 안 났는데, 툭툭 치고, 배로 밀고’라는 취지로 피해사실을 진술하였다.
폭행죄의 유형력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
형법상 폭행죄의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하고,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 방법에는 제한이 없어 직접적, 간접적 수단, 작위, 부작위 모두 가능한바, 피고인이 손가락으로 피해자의 턱을 치고, 배로 피해자를 밀친 행위 자체 모두 폭행죄의 폭행에 해당하는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며, 형법 제21조 소정의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9307 판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자는 피고인이 거주하고 있는 ’B‘ 건물의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리인인바, 피고인과 피해자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현관문에 관리비 미납시 단전, 단수예정임을 알리는 ’단전, 단수예고 및 최종 통보문‘을 부착하였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벌이게 된 점, ② 그 과정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손가락으로 피해자의 턱을 치고, 배로 피해자를 밀치는 행위를 한 점, ③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폭행을 당하고, 심한 욕설을 듣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한 점, ④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단전, 단수예고 및 최종 통보문‘을 부착한 것에 대한 항의를 하는 것을 넘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건물의 관리인인 피해자의 신체에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여야만 할 상황이었다고 볼 수 없는 점, ⑤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먼저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피해자의 접근을 막기 위함이었다면 단순히 피해자를 피하는 것에 그쳐야 함에도 피고인은 배로 피해자를 밀치는 등 적극적으로 대항하였는바, 피고인은 자신의 법익을 보호하려는 방위의사보다는 피해자를 공격하려는 의도로 위와 같은 행위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폭행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침해의 방법에 상당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은 점, 이 사건 범행과 판결이 확정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 전문에 따라 이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관리비 납부를 독촉하는 내용의 경고문을 현관문에 부착한 것에 항의하며 건물 관리인인 피해자를 폭행한 것으로,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내용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불량한 점,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전후의 정황, 가족관계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종진(재판장) 조대현 김희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