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경기 의정부시 B건물, 2층에 있는 C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 대표(조합장)로서 상시근로자 3명을 사용하여 건설업(재개발)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지급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20. 8. 26.부터 2020. 9. 25.까지 사무업무를 담당하다 퇴사한 후 2020. 10. 23. 재입사하여 2021. 8. 12.까지 근무한 퇴직근로자<1> D의 2020년 8월 임금 3,000,00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D은 근로계약이 아닌 무상 위임계약에 근거하여 2020. 8. 26.부터 2020. 9. 25.까지 사무를 제공한 것이어서, 이 사건 조합에 임금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사건 조합에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더라도, 피고인은 조합 정관에서 규정된 조합 내부의 절차를 거쳐 정귀선에게 임금을 지급하려 하였으나, 그와 관련한 의결이 부결되어 집행을 하지 못한 것이므로, 임금 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없다.
판단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로는 이 사건 조합이 D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거나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이 사건 조합의 정관(이하 ‘정관’이라고만 한다) 제16조 제7항은 ‘조합은 그 사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조합의 인사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상근하는 임원 또는 유급직원을 둘 수 있다. 이 경우 조합의 인사규정은 미리 총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19조 제2항은 조합은 상근하는 임원 및 유급직원에 대하여 조합이 정하는 별도의 보수규정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보수규정은 미리 총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3항은 ’유급직원은 조합의 업무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합장이 임명한다. 이 경우 임명결과에 대하여 사후에 대의원회의 인준을 받아야 하며 인준을 받지 못하면 즉시 해임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록에는 이 사건 조합이 D에 대한 근로계약서가 작성된 2020. 8. 25. 이전에 미리 총회의 인준을 받은 ① 유급직원을 둘 수 있다는 취지의 인사규정, ② 유급직원의 보수에 관하여 정한 보수규정을 마련하고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미리 총회의 인준을 받은 보수규정에 따라 D에 대한 임금이 확정되어야 한다). 또한 D을 유급직원에 임명한 것에 대하여 사후에 대의원회의 인준을 받지도 않은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대의원회는 2020. 10. 23. D에 대한 임금 지급을 부결하는 결의를 하였다.
한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은 제45조 제1항 제4호에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37조 제6호은 제45조의 규정에 의한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같은 조 제1항 각 호의 사업을 임의로 추진하는 조합의 임원을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위와 같이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4호에서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한 취지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하여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도시정비법에 의해 설립된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 효력이 없다. 여기서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4호에서 말하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이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이라 함은 조합의 예산으로 정해진 항목과 범위를 벗어나서 금원을 지출을 하거나 채무를 짐으로써 조합원에게 그 비용에 대한 부담이 되는 계약을 의미하는데(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105112 판결 등 참조), 이에 비추어 앞서 2)에서 본 것과 같이 ① 미리 총회의 인준을 받은 유급직원을 둘 수 있다는 취지의 인사규정, ② 미리 총회의 인준을 받은 유급직원의 보수에 관하여 정한 보수규정, ③ 유급직원 임명 사후 대의원회의 인준 중 어느 하나의 요건이라도 결여 될 경우, D과 이 사건 조합의 근로계약체결은 총회의 의결 없이 이루어진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와 같다면 D과 이 사건 조합의 근로계약은 무효의 계약<2>으로서 적어도 D이 이 사건 조합에 대하여 ‘임금’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설령 그렇지 아니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조합장 직무대행자로서 2020. 6. 15. D과 업무위임계약을 체결하던 당시에는 ‘위임사무 수행의 대가는 무상으로 한다.’, ‘총회의 의결을 통하여 신임 조합장을 선출하고, 선출된 신임 조합장이 업무규정에 따라 사무장을 선임할 때까지 효력을 유지한다.’고 정하였었고, 그 이후인 2020. 8. 25. 피고인의 후임으로서 이 사건 조합장 직무대행자로 취임한 E이 D과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며, 피고인은 그 이후인 2020. 9. 25. 이 사건 조합장으로 선출되기에 이르렀는바, 피고인으로서는 D에게 그 퇴직일인 2020. 9. 25.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몰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이와 관련한 안건이 포함된 이사회도 2020. 10. 17.에야 개최되었다).
또한 대의원회는 2020. 10. 23. D에 대한 임금 지급을 부결하였고, D은 유급직원 임명에 대한 대의원회의 인준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으로서는 D에게 ‘임금’을 지급할 근거가 없고, 여기에 앞서 본 것과 같이 D에 대하여 유급직원 임명을 한 것은 피고인이 아니라 E이어서 D에 대한 유급직원 임명에 관한 귀책이 피고인에게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사정까지 더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김천수
각주1) 공소사실에 기재되어 있으므로 그대로 기재한다. 하지만 D이 상근이사로 재직한 기간은 근로자로서 재직한 기간이 아니라고 보인다.
각주2)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2. 2. 8. 선고 2021가단111982 판결도 같은 취지이고, 이 판결은 항소가 기각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