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4. 5. 2. 선고 2023가단24651 판결

단체협약무효확인 등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20. 3.경 당시 남양주시 D센터에서 D센터 총괄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공무직 노동자이다. 원고는 2018년 계약직에서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2018. 1. 9. 피고 남양주시장과 공무직 근로자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공무직 근로자 근로계약에 따르면 원고는 피고 남양주시장이 정한 매년의 임금 기준표(세부사항은 직종별 임금기준표에 따름)에 따른 보수를 지급받기로 되어 있다.

나.

피고 B노동조합(이하 ‘피고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공공, 운수, 사회서비스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만든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이다. 피고 노동조합은 산하에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공무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E본부’를 두고 있고, 위 업종본부에는 남양주시에서 근무하는 공무직 노동자들이 가입되어 있는 ‘남양주시지회’가 설치되어 있다.

다.

남양주시 공무직 근로자들은 피고 남양주시장과 2020년 임금 관련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남양주시 공무직 근로자 사업장 단위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쳤는데, 당시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들로는 피고 노동조합 이외에 남양주시 공무직 근로자들이 만든 노동조합으로는 F단체 G지부, H 단위노동조합이 있었다. 그리고 위세 노동조합의 협의에 따라 2020. 3. 19.경 피고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선정되었다. 한편, 원고는 어떠한 조합에도 가입되지 않은 상태였다.

라.

피고 노동조합은 2020. 10. 15. 피고 남양주시장과 사이에 2020년도 임금협약(이하 ‘이 사건 임금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마.

이 사건 임금협약 중 원고의 직무에 해당하는 청소년상담 직종 관련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바.

원고는 2020년 10월 기준으로 기본급 월 2,717,500원 및 보전수당 월 1,430,000원 합계 4,147,500원을 급여로 받았다. 그런데 이 사건 임금협약에 따르면, 원고는 협약 제5조 제1호 가항에 의하여 2020년 여성가족부 기본급 20호봉인 월 3,396,900원(기본급+보전수당)을 급여로 지급받아야 하는바, 이는 근로조건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위 협약 제5조 제1호 나항에 따라 임금협약체결 시점의 임금수준인 월 급여 합계 4,147,500원(기본급+보전수당)을 급여로 지급받게 되었다. 나아가 이 사건 임금협약에 따르면 원고는 위 여성가족부 중앙처리지침상의 호봉에 따른 급여(기본급+보전수당)액이 이 사건 임금협약체결 시점의 임금 수준(월 급여 합계 4,147,500원)을 초과하지 않는 기간 동안은 계속하여 위 2019년도 임금 수준의 급여가 동결되는 효과를 적용받게 된다. 이에 따라 원고는 이 사건 임금협약 체결 이후부터 2022년 12월까지 계속하여 임금협약체결 시점의 임금수준인 월 급여 합계 4,147,500원(기본급+보전수당)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10호증, 을 가 1 내지 4호증, 을 나 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다툼 없는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이 사건 임금협약은 특별한 사정 없이 원고에게 불리한 근로조건을 체결한 것으로서 무효에 해당한다.

나.

피고 노동조합은 이 사건 임금협약을 체결할 당시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하고, 개별 노동자들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는 등 절차적 참여권을 보장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교섭 과정에서 원고에게 정보제공의무를 불이행하고 의견제출기회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과정에서 원고의 이의제기권을 보장하지 않는 등 원고를 배제하였다. 나아가 원고의 위와 같은 절차적 참여권이 모두 배제된 상태에서 마련된 잠정합의한을 토대로 이 사건 임금협약을 체결하였다. 이와 같은 피고 노동조합의 행위는 공정대표의무를 수행하지 않고 원고의 절차적 참여권을 박탈한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이 사건 임금협약 또한 무효가 된다.

3.

판단

가.

이 사건 임금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여 무효인지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하여 체결하는 협정으로서,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9. 11. 23. 선고 99다7572 판결, 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등).

2)

판단

위 인정사실과 을 가 제1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임금협약 체결로 인하여 원고가 임금협약 체결 이전에 적용되던 남양주시 공무직(무기계약직) 근로자 임금지급 처리지침상의 호봉 체계에 따른 임금체계에서 벗어나 여성가족부 중앙처리지침상의 임금체계에 편입되면서 원고의 기존 임금(기본급+보전수당) 액수가 여성가족부 중앙처리지침상의 해당 임금(기본급+보전수당) 액수보다 낮아지지 않는 기간 동안은 2020년 10월 기준 임금이 동결되는 효과를 받게 되었다는 점만으로 이 사건 임금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협약이 무효라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이 사건 임금협약상 원고를 포함한 보건복지지원 직종 공무직 종사자들(청소년상담 직종)의 임금체계를 여성가족부 중앙처리지침상의 임금 기준표에 따르기로 한 목적은, 계약직 노동자들이 공무직(무기계약직) 노동자들로 전환되면서 임금체계가 통일되지 아니하여 동일 노동을 함에도 입직 경로 및 근무장소에 따라 다른 임금체계가 적용되었던 기존 문제점을 해결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전반적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단체협약 체결에 임하는 노동조합의 목적에 부합한다.

②

전국적으로 통일된 임금지침을 도입하기 위한 과정에서 원고와 같이 오히려 급여가 낮아져 노동조건상 불이익을 받게 될 노동자들이 발생할 것을 고려하여 이 사건 임금협약에는 기존 급여가 새로 도입되는 임금체계에 따라 낮아질 경우에는 기존 급여를 그대로 지급하기로 하는 보완책이 도입되었으므로,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아도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협약이라고 볼 수 없다.

③

원고는 이 사건 임금협약에 따르면 정년퇴직시까지 임금이 2020년 10월 기준 임금으로 동결된다고 주장하나, 만일 여성가족부 중앙처리지침상의 임금 기준표에 따라 원고의 경력과 직급에 해당하는 급여가 원고의 기존 급여를 초과하게 될 경우에는 원고도 위 여성가족부 중앙처리지침상의 임금 기준표에 따라 급여를 지급받게 될 것이고, 만일 동결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와 같은 직종, 같은 경력을 가진 공무직 노동자들의 급여보다 원고의 기존 급여가 높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므로 그러한 동결이 현저히 불합리한 결과라고 볼 수 없다.

나.

피고 노동조합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거나 또는 원고의 절차적 참여권을 형해화하였는지에 관한 판단

1)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하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29조의4 제1항).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이하 ‘소수노동조합’이라 한다)에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등에 비추어 보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교섭의 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는 단체협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단체교섭 과정에서 소수노동조합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절차적으로 차별하지 않아야 할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은 단체교섭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적정하게 이행하기 위하여 소수노동조합을 동등하게 취급함으로써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과 관련하여 필요한 정보를 적절히 제공하고 의견을 수렴할 의무 등을 부담한다. 다만 단체교섭 과정의 동적인 성격, 노동조합법에 따라 인정되는 대표권에 기초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 대표자가 단체교섭 과정에서 보유하는 일정한 재량권 등을 고려할 때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소수노동조합에 대한 이러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의무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을 아울러 고려하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소수노동조합에 대하여 일체의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고, 단체교섭의 전 과정을 전체적ㆍ종합적으로 살필 때 소수노동조합에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대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고 인정되는 경우와 같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가지는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여 소수노동조합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때에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262582 판결 등 참고).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2020년 임금협약 체결 당시 비조합원이었으므로 당시 교섭대표노동조합이었던 피고 노동조합의 노동조합법상 공정대표의무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다만, 노동조합법 제35, 36조에 의하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상시 사용되는 동종의 근로자 반수 이상이 적용받게 될 경우 다른 동종 근로자에 대하여도 적용되고, 하나의 지역에 있어 동종 근로자 3분의 2 이상이 적용받게 될 경우 당해 지역 종사 동종 근로자와 사용자에 대하여도 적용될 가능성이 발생하게 된다. 이와 같은 단체협약의 구속력과 개별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근로조건의 보장은 노동기본권의 본질이고, 실체적 권리는 절차적 권리의 보장을 통하여만 구현될 수 있다), 단체협약에 임하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부담하는 신의성실의 원칙과 재량권 남용 금지 의무<1> 등에 비추어 볼 때, 교섭대표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단체협약의 구속력이 미치게 될 비조합원 노동자의 절차적 참여권도 보장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한다. 그리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절차적 참여권 보장 의무의 구체적 내용에는 앞서 설시한 판례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단체교섭의 전 과정을 전체적ㆍ종합적으로 살필 때 소수노동조합에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대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칠 것’이 포함된다. 단체교섭 과정의 동적인 성격, 노동조합법에 따라 인정되는 대표권에 기초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 대표자가 단체교섭 과정에서 보유하는 일정한 재량권 등을 고려할 때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소수노동조합에 대한 이러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의무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특히 근로단결권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노동조합이 비조합원에게 조합원과 동등한 참여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오히려 다른 것을 같게 대하는 것에 해당할 수 있다).

2)

위와 같은 전제 아래에서 이 사건을 검토한다. 원고와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들과 증인 I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피고 노동조합은 이 사건 임금협약 체결 과정에서 주로 피고 노동조합이 개설한 ‘네이버 밴드’를 통하여 주요 정보를 전달하였고, 피고 노동조합의 운영진이 원고와 직접 대화하지 않았으며, 임금협약을 위한 잠정합의안의 찬반투표는 피고 노동조합원을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진 점을 알 수 있으나, ② 피고 노동조합의 조합원이었던 I는 피고 노동조합의 임금협약 체결 과정상의 주요 내용을 원고를 포함한 같은 직장 근무 공무직 노동자들에게 수시로 알렸고, 원고를 포함한 같은 직장 근무 공무직 노동자들의 이의사항이나 의견을 피고 노동조합에 충실히 전달하였으며, ③ 피고 노동조합이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피고 조합원들 상대로 실시한 것은 노동조합법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권, 노동조합의 취지에 비추어 피고 노동조합의 재량권 행사의 범위 내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두고 비조합원인 원고에 대한 부당한 차별 내지 원고의 절차적 참여권 형해화라고 평가할 수 없고, ④ 원고를 포함한 일부 공무직 노동자들의 이의제기가 잠정합의안에 결과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도입하기 위한 과정에서 고소득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개선되기 보다는 동결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노동조합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비조합원인 원고의 절차적 참여권을 형해화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임금협약을 체결하였다고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의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전부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류영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