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피고인이 운영하는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는 장례복지사 근무수칙을 제정하여 장례복지사인 K 및 E(이하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이라 한다)에게 배포하고 서명·날인을 받게 하였고, 위 장례복지사들을 본점으로 소집하여 민원 사례 공유및 서비스 교육을 실시하는 등 일정한 교육·지휘·감독을 하였던 점, ②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의 근무 장소와 시간은, 이 사건 회사가 고객사와 체결한 장례서비스 계약에 따라 정해진 장례식장과 장례 일정에 맞추어, 피고인이 실장 F에게 통보하면 F이 개별 장례복지사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정하여졌고, 배치된 장례복지사들은 하루 기본 10시간 동안 장례식장을 이탈할 수 없었으며, 업무 시작과 종료를 이 사건 회사의 장례지도사에게 보고하였던 점, ③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은 이 사건 회사가 제공한 앞치마, 두건, 리본 등 통일된 유니폼을 착용하고, 근무수칙에 따라 고객사의 명찰을 패용하였으며, 스스로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고, 결원이 발생하면 실장 F이 다른 장례복지사를 지정하였던 점, ④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의 보수는 사전에 정해진 시급과 근무 일수에 따라 산정되어, 월 2회 정해진 날짜에 일괄 지급되었던 점, ⑤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 특히 이 사건 회사의 이른바 메인 장례복지사로서 D은 약 8년, E은 약 4년 동안 대부분 이 사건 회사가 주관하는 장례식장에서만 노무를 제공하였고, 다른 장례식장에서의 근무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실장 F의 지시에 따른 것에 불과한 점, ⑥ 실장 F은 구직사이트에 이 사건 회사 명의로 장례복지사 모집공고를 게시하고,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이 있는 단체대화방에 이 사건 회사가 실시하는 교육에 관하여 공지하는 등 이 사건 회사의 인사 및 교육을 담당해온 것으로 보이므로, 단순한 브로커로 볼 수 없는 점, ⑦ 피고인은 동종 별건으로 수회 기소되기도 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은 피고인의 지휘와 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노동을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임에도 피해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는바,그에 대한 상당한 이유도 없어 고의 역시 충분히 인정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이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피고인에게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근로자라는 점과 피고인에게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가 존재하는지 여부 및 그 범위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면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태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이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에게 배포한 장례복지사 근무수칙은 장례식장에서의 기본적인 예절, 복장, 유가족 및 조문객 응대 태도 등 상식적인 주의의무를 환기하는 안내문 수준에 그치고, 회사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처럼 근무시간, 휴가, 징계 등 구체적 복무의무와 제재를 정한 규범으로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장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한 서비스안내 차원이 대부분이며, 위 장례복지사들이 위 회의에 불참하였다고 하여 징계나 불이익을 받았다는 점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이나 이 사건 회사가 위 교육을 진행하거나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에게 참석 요청을 하였다고 하여 사용자로서 지휘, 감독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은 장례가 없는 날에는 이 사건 회사 사무실에 정기적으로 출퇴근할 의무가 없어 장례 업무가 발생하여 그와 관련한 업무가 있는 경우에 장례식장으로 출근하였을 뿐이고, 피고인이나 이 사건 회사가 출퇴근 점검이나 어떠한 근무와 관련한 지휘, 감독을 하지 아니하였다. 근무가 어려운 경우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은 사전에 F 실장에게 문자나 전화로 사정을 알렸다.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이 "하루 일을 빠지면 이후 며칠간 콜 배정이 줄어드는 식의 불이익"을 언급하기는 하나, 그 불이익이 회사 취업규칙에 따른 제재인지, 아니면 F 실장이 본인의 판단에 따라 콜 배정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인지는 분명하지 아니하다.
앞치마, 두건, 리본 등의 의류는 이 사건 회사가 무상으로 나누어준 경우도 있으나, 장례복지사들이 각자 필요에 따라 직접 구입하여 사용한 경우도 있다. 또한 고객 회사 명찰의 패용 역시, 장례서비스를 받는 회사와 조문객의 입장에서 장례식장 내 인력을 식별하고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대외적 표지의 의미가 크다고 보이고, 제3자를 임의로 투입하지 못하게 한 것도 장례라는 특수한 서비스의 성격상 최소한의 품질,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의 보수가 사전에 정해진 일급에 따라 계산되어 월 2회정해진 날짜에 지급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이 이 사건 회사와의 사이에 정해진 소정 근로일수나 월간 근로시간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달에 실제로 투입된 장례 건수에 비례하여 대가를 정산받았을 뿐이다.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이 상당한 기간 이 사건 회사가 주관하는 장례식장에서 비교적 자주 근무한 정황 및 이 사건 회사가 메인 장례도우미라는 표현에 대하여 인지하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장례복지사들을 이 사건 회사에 배타적으로 전속된 상시근로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메인이라는 표현은 실장 F이 관리하던 인력들 가운데 경력과 숙련도가 높은 사람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이고, 이 사건 회사가 주로 위 장례복지사들에게 급여를 지급함으로써그 명단과 인적 구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산 편의를 위한 수준의 인지에 그칠 뿐, 장례복지사들에 대하여 이 사건 회사가 배타적 전속성을 요구하거나 보장된 소정 근로일수 및 근로시간을 전제로 한 상시 근로관계를 형성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사건 장례복지사들 개개인에 대한 채용 여부, 근로계약 체결 사실, 퇴직 처리에 관하여 이 사건 회사의 인사부서가 별도의 절차를 거쳐 심사 및 결정하였다거나F 실장이 그와 같은 법률행위를 이 사건 회사 명의로 할 수 있는 지위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장례복지사 명단의 관리, 각 장례 건별 배치와 교체, 근무가능 여부 확인 등은 F 실장만이 관여하였고, 이 사건 회사는 그 결과에 따라 실제 투입된 인원에 대한 대가를 정산하는 구조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F 실장은 이 사건 회사로부터 장례복지사 투입 요청을 받으면 그때그때 본인이 장례복지사로서 나갈 장례건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재량과 시간 운영의 자유를 위해 이 사건 회사에 장례복지사를 중개하였다고 설명한 점 등을 고려할 때, F 실장을 이 사건 회사의 내부 직원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래아(재판장) 최서은 이은명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