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판결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4. 1. 9. 선고 2013고정1291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3. 2. 6.경 인천광역시장으로부터 'D노동조합'이란 명칭으로 노동조합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같은 해 8. 5. 경 인천광역시장으로부터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누구든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 아니면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2. 1. 4.경 서울 강남구 E에 있는 F역 인근 G본관 앞 노상에서 집회를 하면서 'H노동조합'이라고 적힌 깃발, 현수막 등을 설치하여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3. 3.경까지 매월 약 5-6회 가량 집회를 개최하면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2003. 8.경부터 2013. 7. 초순경까지 계속하여 'H노동조합'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홈페이지 상단에 'H노동조합' 마크를 게시하는 방법으로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2.

판단

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이라 한다)은 제7조 제3항에 '이 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 아니면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위 규정에 위반한 자를 제93조 제1호에 의하여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한편, 제2장 제2절 노동조합의 설립 제10조 내지 제12조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는 행정관청에 신고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행정관청은 소정의 심사와 보완요구 등을 거쳐 신고서의 반려 또는 신고증의 교부를 하여야 하며, 제12조 제4항에 '노동조합이 신고증을 교부받은 경우에는 설립신고서가 접수된 때에 설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는 등 설립의 의미를 그 요건 규정으로써 명시하고 있다.

나.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1도7725 판결,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279 판결,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1도14687 판결, 대법원2013. 9. 12. 선고 2013도502 판결, 대법원 2013. 9. 27. 선고 2011도15744 판결 등 참조). 다만 형벌법규의 해석에서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2. 2. 21. 선고 2001도281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D노동조합'의 대표자로서 노동조합법에 의하여 인천광역시장으로부터 2003. 2. 6.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고, 같은 달 21. 노동조합의 명칭을 'H노동조합'으로 변경한 노동조합설립신고사항 변경신고증을 교부받아, 그 무렵부터 계속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H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온 사실, 그런데 인천광역시장은 위 노동조합설립신고사항 변경신고증 교부 후에 위 'H노동조합'이 인천광역시장의 규약 시정요구에 응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H노동조합'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이하 노동조합법 시행령 이라 한다) 제9조에 의해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통보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H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에 의하여 적법하게 신고증 및 변경 신고증을 교부받았으므로 노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으로서 제7조 제3항에 따라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적법하게 설립된 'H노동조합'이 사후적으로 하위법령인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에 따라서 인천광역시장으로부터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통보를 받은 경우에도 노동조합법 제7조 제3항 소정의 '이 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 아닌 경우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여 노동조합법 제93조 제1호에 의해 형사처벌 할 수 있는 것인지 문제 된다.

라.

살피건대, 우선 첫째로 앞서 본 바와 같이, 노동조합의 명칭 사용이 금지되고 나아가 그 위반을 처벌하는 노동조합법 제93조 제1호, 제7조 제3항의 요건은 법 규정의문언상 노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 아닌 경우로 규정되어 있다. 나아가 위 '설립'의 의미에 관하여, 노동조합법 제2장 제2절 이하에서는 노동조합의 설립이라는 제목으로 노조설립 신고주의에 입각하여 신고서의 제출, 보완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의 신고서의 반려, 소정의 심사를 거친 후의 행정관청의 신고증 교부 등 노동조합 설립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나아가 노동조합이 신고증을 교부받은 경우 설립 신고서가 접수된 때에 설립된 것으로 본다고 그 설립시기마저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신고증의 교부가 지연되는 경우에도 설립신고서의 접수시로 소급하여 노동조합의 명칭사용을 포함한 노동조합의 활동을 보장하고자 노동조합의 설립을 의제하고 있으므로, 노동조합법 제93조 제1호, 제7조 제3항의 요건은 위와 같은 노동조합법상 신고주의에 입각한 설립을 하지 아니한 채 혹은 설립이 되기 전에 노동조합의 명칭을 사용한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이라 봄이 문언상 명백하다

둘째, 일찍이 우리 헌법재판소는 노동조합법 제7조 제3항, 제93조 제1호에 관하여, 노동조합 설립신고주의에 기반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노동조합법에 따른 적법한 노동조합의 설립을 유도하기 위함에 그 입법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위 규정을 어느 단계에서부터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할 것인지에 관한 입법자의 정책 재량의 문제로 보면서, 노동조합이 설립되기 전에 그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가벼운 형벌로 규제하는 것이 입법재량을 벗어나거나 비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고, 노동조합법상 설립신고를 마쳤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노동조합의 명칭사용에 관해 차별하는 것이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고 하는 등, 위 규정에 관한 위헌여부 논의를 노동조합 설립 전(前) 노동조합 명칭 사용에 관한 형벌 규제 문제로 논하여합헌임을 선언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8. 7. 31. 선고 2004헌바9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셋째, 노동조합법의 규정 내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건대, 제2조 제4호에 노동조합에 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경우 노동조합법에 따른 신고증의 교부를 받아야 하고, 노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 아니면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며, 설립신고된 사항 중 일정한 사항은 변경신고를 하도록 하고(제13조 제1항), 규약변경, 임원변경과 조합원 수에 대해서는 매년 1회 통보하도록 하면서(제13조 제2항), 이와 같은 변경신고나 통보를 하지 않을 때에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할 뿐(제96조 제2항), 노동조합이 적법하게 설립된 이후에 사후적으로 노동조합법 제12조 제3항 소정의 설립신고의 반려사유가 발생하더라도 이에 관하여 형사적으로는 물론, 행정적으로도 규제할 수 있는 어떠한 근거 조항도 노동조합법에는 두고 있지 않다.

이 사건에서 인천광역시장은 'H노동조합'의 적법한 설립 후에 하위법령인 노동조합 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에 근거하여 설립신고증 교부 후 발생한 설립신고 반려사유의 시정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통보를 하였는데, 위 통보처분의 적부효력유무나 위 시행령 조항의 위헌·위법성 논란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노동조합법에는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이 사후적으로 행정관청으로부터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은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그 위반 시의 행정벌 또는 형사벌 기타 여하한 규제 조항도 존재하지 아니하는바, 이러한 경우에 '노동조합법상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이 사후적으로 행정관청으로부터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의거하여 노동조합이아니라는 통보를 받은 경우'까지 노동조합법 제7조 제3항 소정의 '노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 아닌 경우'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노동조합이 자주성과 민주성을 갖춘 근로자들의 조직으로 존속하도록 보호·육성하기 위해 그 지도·감독에 만전을 다하고자 하는 노동정책적 입법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의 관점까지를 고려해 본다고 하더라도, 그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명백히 벗어나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넷째, 단체의 명칭 사용을 제한하는 다른 법률들을 보더라도, (1) 상법의 경우 제169 조에 '이 법에서 회사란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여 설립한 법인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제20조에 '회사가 아니면 상호에 회사임을 표시하는 문자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 이를 어길 시에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바(제28조), 이와 같은 규정 형식에 있어서는 '회사'의 정의 규정에 비추어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즉시 회사 명칭 사용에 관한 금지의무가 발생하지만, (2) 정당법의 경우 제41조 제1항에 '이 법에 의하여 등록된 정당이 아니면 그 명칭에 정당임을 표시하는 문자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이를 어길 시에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반면(제59조 제2항), 별도로 제41조 제4항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등록취소된 정당 명칭은 등록취소된 날부터 최초로 실시하는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의 선거일까지 사용할 수 없도록 하면서도 이를 어기는 경우의 형사벌이나 행정벌 규제 등은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와 같은 규정 형식 하에서는 정당법상 적법하게 등록하지 않은 정당은 정당 명칭을 사용할 수 없고 위반시 형사처벌을 받으며, 적법하게 등록하였으나 사후적으로 등록취소된 정당에게는 정당법상 명칭 사용 금지의무가 부가되지만, 이를 위반한다고 하더라도 형사벌은 물론, 행정벌도 받지 아니한다.

이렇게 각 법률들은 각 입법목적에 따라 단체의 명칭 사용 제한에 있어 구구한 규정형식을 가진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노동조합의 설립을 신고에 의하게 하고 설립된 노동조합이 아니면 노동조합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하면서도, 설립 이후에는 변경신고나 정기적인 통보의무만을 규정할 뿐 이미 설립된 노동조합의 명칭 사용에 관해서 어떠한 금지조항도 없고 행정벌이나 형사벌을 동원한 규제조항도 없는 노동조합법의 취지는, 헌법상 근로자들의 단결권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자주성과 민주성을 갖춘 노동조합의 보호·육성을 위하여 설립신고주의에 기반하여 노동조합 보호 목적의 최소한의 관리 감독만을 요구하는 노동조합법의 입법목적이 반영된 것이라 할 것이므로, 노동조합법에 명시적으로 금지 조항이나 처벌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설립 후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기한 행정관청의 통보에 의한 노동조합 명칭 사용 허부문제를 억지로 노동조합법 제7조 제3항에 포함시켜 해석함으로써 위 법조항을 근거조항으로 삼으려 하는 것은 노동조합법의 취지나 입법목적에도 반한다고 할 것이다.

마.

따라서 노동조합법 제7조 3호의 '이 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 아닌' 경우에 '노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되었으나 사후적으로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에 따라 행정관청으로부터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통보를 받은 노동조합'까지도 포함된다고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은, 위 통보처분의 적부·효력유무나 위 시행령 조항의 위헌·위법성 여부를 논할 것도 없이 그 자체로 형벌법규를 지나치게 유추 또는 확장해석하는 것이라 할 것이며, 입법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의 관점까지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그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명백히 벗어나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임수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