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판결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1. 9. 29. 선고 2019고단4242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부천시 소사구 B 3층에서 의류 도․소매업 등을 하는 ㈜C를 운영하고, 고소인 D(이하 ‘고소인’이라 한다)는 안양시 동안구에서 의류 제조업 등을 하는 ㈜E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7. 12. 초순경 지인을 통하여 고소인을 소개 받고 의류 납품거래를 하기로 하였다.

피고인은 2017. 12. 9.경 위 ㈜C 사무실에서 고소인에게 “스키복 하의를 1,000장을 제작하여 분할 납품해주면 납품 다음 달까지 대금을 지급하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당시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금융기관 대출금 1억 2,000만 원, 국세청 미납 세액 약 3억 3,000만 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미납금이 5,400만 원에 이르렀고, 직원도 20여명에서 2명까지 감원하였으며 직원들에게 임금 등을 제 때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처벌 받는 등의 경제적 형편으로 고소인으로부터 의류를 납품받더라도 정상적으로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고소인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고소인으로부터 2018. 2. 12.경 시가 18,602,400원 상당의 스키복 하의 240장, 2018. 2. 21.경 시가 7,673,490원 상당의 스키복 하의 99장, 2018. 3. 19.경 시가 55,264,630원 상당의 스키복 하의 713장 등 합계 89,694,572원 상당을 납품받고도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고소인을 기망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

2.

판단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이 인정된다.

①

고소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에게 3회에 걸쳐 스키복 하의 1,052장 대금 합계 89,694,572원을 공급하였음에도 피고인이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부터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애초에 고소인과 의류납품거래를 체결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다투고 있다. 고소인이 구매자인 피고인과 납품계약을 체결하지도 아니한 상황에서 의류를 제작하여 공급하였다는 것이 이례적이기는 하나, 다른 한편 종래 거래가 없던 관계에서 9,000만 원에 이르는 계약을 처음 체결한 상황임에도 계약의 내용을 명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납품계약서가 작성되지 아니하였다. 결국은 고소인의 진술이 중요할 것인데, 의류제작 과정에서 필요한 패턴, 샘플, 작업지시서, 상품기획서, 원가계산서의 교부 여부나 선후 경과 등에 관한 고소인의 진술내용도 일관되지만은 않다. 특히 고소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스키복하의로서 판매시기가 한정된 제품에 관한 계약임에도 납품기한을 정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고 실제로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제품을 공급한 시기도 2018. 3. 19.까지인바 그 경위를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②

또한 피고인은 고소인이 제작하여 공급한 제품에 관하여 방수처리(심실링)가 되어 있지 아니하고 스키화를 신어야 함에도 무릎 부분이 절개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등의 하자를 주장하고 있다. 고소인이 이 사건 스키복 하의를 제작함에 있어 방수처리(심실싱)를 할 계약상 의무가 있는지에 관해서는 다툼이 있으나 방수처리(심실링)을 하지 아니한 사실은 고소인도 인정하고 있다.

③

이와 같이 의류납품계약의 체결 여부와 제품의 하자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민사상 책임에 관해서는 별론으로 하되, 물품대금이 지급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처음부터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도 없이 고소인을 기망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④

일반적으로 상인인 구매자가 변제의사와 변제자력을 속이고 공급자를 기망하여 물품을 공급받았다면, 그 물품을 원자재 또는 중간재로 사용하거나 타에 처분하는 등 환가하여 이익을 취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고소인이 공급한 스키복 하의를 별도의 비용을 들여가며 창고에 보관하고 있을 뿐이고 시종일관 피고인에게 해당 의류를 회수해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달리 피고인이 고소인이 제작한 의류를 다른 곳에 처분하거나 판매하여 이익을 취한 사정은 확인되지 아니하였는바, 피고인이 고소인으로부터 스키복 하의를 공급받아서 실질적으로 이득을 취하였다고 볼 사정이 없다.

⑤

또한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물품공급을 요청하여 공급받을 당시에 변제의사와 변제자력이 없었는지에 관해서도 입증이 부족하다. 통상 자신의 자력을 속이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물품을 공급받은 경우 해당 물품을 처분하거나 원자재로 소모한 후 구매자는 파산하거나 폐업하여 채권회수를 곤란하게 하고 그 이익만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은 이 사건 이후 수년이 경과한 현재까지도 종전의 사업을 유지하고 있고 업체를 폐업하거나 사업을 정리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인이 운영하는 업체인 ㈜C와 ‘F’의 재무제표 및 계좌내역에 의하면 일응 변제자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2018. 12. 31. 기준 ㈜C는 부채가 20억 원을 초과하였으나 이는 전체 자산 약 44억 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고, 판매업체인 ‘F’의 매출도 년간 10억 원 이상 유지되고 있었으며, 현금계좌에서 최대 1억 원을 초과하는 유동자금이 확인된다]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자력이 부족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업체가 고소인에 대하여 민사상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나 그 금액에 관한 문제는 별론으로 하되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처음부터 변제의사와 변제능력도 없이 고소인을 기망하여 물품을 공급받아 편취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이 무죄 판결의 공시에 동의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김태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