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공압부품 제조 및 도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19. 9. 6. 피고에 입사하여 생산부 린(LEAN: 제품 조립 방법 개선 및 생산 효율증가를 위한 업무)팀 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21. 2. 10. 해고된 근로자이다.
해고처분 경위
피고의 생산부 소속 직원이던 C은 2020. 10. 26.경 인사부장 등에게 ‘원고로부터 2019. 9. 이후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겪었고, 재발 방지를 위해 엄중한 처벌과 성교육을 진행해달라’는 취지의 제보를 하였다.
피고 소속 인사부장은 2020. 10. 28.경 C 및 원고를 각 면담하고, 다른 직원들에 대하여도 유사 피해가 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내부 조사 및 추가 면담을 진행하였다.
피고는 2020. 11. 17. 원고에 대하여 성희롱 혐의 등을 이유로 대기발령 조치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20. 12.경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성희롱 혐의를 인정할 수 없고, 관련 제보 내용과 조사보고서 등의 공개를 요청하였다.
피고는 2021. 1. 15. 일시, 장소, 행위 내용을 특정하여 내부 조사 결과 확인된 여직원 3명의 성희롱 제보 내용을 원고에게 통보하고 그에 관한 입장을 소명할 것을 통지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21. 1. 27. ‘해당 성희롱 제보 내용을 인정할 수 없고, 대기발령 조치는 부당하며, 제보된 성희롱 사실과 관련하여 그 장소 일시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달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2021. 2. 1. 원고에게 2021. 2. 5.자 징계위원회 개최를 통지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2021. 2. 3. 변호사를 통해 서면으로 ‘해당 성희롱 제보 내용을 인정할 수 없고, 자신을 제보한 여직원들에 대하여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한 다음 해당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지 아니하였다.
피고는 2021. 2. 10. 징계위원회를 다시 개최하였고, 원고가 불출석한 가운데 다음과 같은 사유로 원고를 해고하는 내용의 징계 의결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하고, 의결서에 기재된 해고 사유를 ‘이 사건 해고 사유‘라 한다).
취업규칙
피고의 취업규칙 중 이 사건과 관련된 규정은 다음과 같다.
(생략)
해고: 직원의 신분을 박탈하여 해고함
수 있으며, 성희롱 피해자와 같은 장소에 근무하지 않도록 인사이동을 병행하여 실시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원고는 징계위원회에 기일 변경을 요청하여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고자 하였으나, 피고는 그와 같은 기회를 주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
원고는 이 사건 해고 사유와 같은 성희롱 행위를 한 사실이 없고, 설령 원고가 일부 여직원들에 대하여 신체접촉을 한 사실이 있더라도 이는 성적 의도가 없는 행위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원고가 이 사건 해고 사유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행위 내용에 비추어 이 사건 해고는 그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그 양정이 너무나 과도하여 부당하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해고통지서에 해고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다226605 판결).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또한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되, 근로자에게 여러 가지 징계혐의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징계사유 하나씩 또는 그 중 일부의 사유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전체의 사유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징계처분에서 징계사유로 삼지 아니한 비위행위라도 징계종류 선택의 자료로서 피징계자의 평소 소행과 근무성적, 당해 징계처분 사유 전후에 저지른 비위행위 사실 등은 징계양정을 하면서 참작자료로 삼을 수 있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21962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해고 절차의 위법 여부
피고의 취업규칙에는 사원을 징계할 경우,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그 개최 3일 전까지 징계 대상 사원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하도록 정한 사실, 피고는 이 사건 해고 25일 전인 2021. 1. 15.경부터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 사유와 동일한 내용의 구체적 성희롱 혐의사실을 사전에 통지하고 그 소명을 요청한 사실, 원고는 이에 대하여 각 성희롱 혐의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 이후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 징계 의결에 참석할 것을 통지하였으나, 원고는 위 의결에 참석하지 아니한 채 서면으로 재차 자신의 비위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고에게 통지한 사실은 앞에서 살펴본 기초사실과 같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해고 사유를 구체적으로 서면으로 특정하여 적시하면서 원고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부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달리 원고의 주장과 같이 징계위원회에 원고의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지 못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해고 절차에 어떠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해고 사유의 인정 여부
앞에서 본 기초 사실에다가 증인 C, D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면, 원고가 이 사건 해고 사유와 같은 비위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C의 최초 제보 이후 이루어진 피고의 내부 조사에 따르면, 피고 소속 직원 C, D, E은 원고의 부적절한 신체접촉에 대하여 날짜와 장소, 당시 상황, 구체적인 신체접촉 행위 내용 등을 구체적이고 일관적으로 기재한 진술서를 두 차례 제출하였고, 해당 진술서의 내용에 따라 이 사건 해고 사유가 특정되었다. 또한 증인 C, D은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해당 진술서 및 이 사건 해고 사유와 그 주요 내용에 관하여 일관된 증언을 하였고, 해당 증언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유를 찾기 어렵다.
➁ 원고는 설령 여직원들의 제보 내용과 같은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적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희롱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반드시 행위자에게 성적 동기나 의도가 인정될 필요가 없음은 앞에서 살펴본 법리와 같고, 원고가 여직원들에 대하여 한 신체접촉의 빈도, 행위 태양이나 내용에 비추어 해당 여직원들은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성적 굴욕감 내지 혐오감을 느꼈을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형사상 강제추행 등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해고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 성희롱을 제보하였던 여직원들은 이 사건 해고로 원고와 직장 내에서 분리되자 원고를 별도로 형사 고소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제추행과 직장 내 성희롱은 그 구성요건을 달리할뿐더러, 해당 여직원들이 원고에 대하여 별도의 형사 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한 점은 원고의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어떠한 장애가 된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해고 이전에도 2020. 9.경 당시 총무부장이던 F으로부터 생산부 여직원들에게 불편한 신체접촉을 한 행위에 관하여 구두 경고를 받은 바 있었다. 또한 원고 스스로 2020. 11. 3.경 C의 성희롱 제보에 관하여 자신이 평소 대화를 할 때 다른 사람을 접촉하는 나쁜 습관이 있음을 일부 시인하면서 사과 의사를 전달하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사건 해고 사유 내용을 제보한 여직원들의 피해 진술 내용과도 부합하는 부분이다.
원고는 해당 여직원들을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아니하므로, 원고로부터 업무평가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증인 C, D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 그러나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해당 여직원들의 직속 상관은 아니었지만 전사 5S 활동(정리, 정돈, 청소, 표준화, 습관화를 통해 생산현장을 효율화하는 활동)을 관리하면서 해당 여직원들의 업무 및 소속팀의 업무 성과를 점검·평가하면서 업무 회의를 진행하는 등 업무관련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해당 여직원들보다 상위 직급에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원고가 해당 여직원들의 인사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여부는 이 사건 해고의 직접적인 사유인 성희롱 행위와는 관련이 없는 부차적 사정에 불과하고, 위 여직원들의 피해 진술 주요 내용이 일관된 이상 그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 그 외에 원고는 전임 사장에 대한 내부고발로 인하여 자신에 대한 보복성 인사로서 이 사건 해고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나, 그와 같이 볼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 사유가 부존재한다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징계 양정의 부당 여부
앞에서 든 증거 및 을 제18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원고의 평소 소행, 이 사건 해고 전후 징계 경위, 성희롱 피해 여직원들의 의사 등을 모두 고려하면, 이 사건 해고는 피고의 징계양정기준을 벗어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2020. 9.경 이 사건 해고 사유가 된 성희롱 제보 이전 여직원들에 대한 불편한 신체접촉으로 이미 구두 경고를 받았음에도, 유사한 비위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그 비위 내용이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여직원들은 원고의 신체적 접촉 행위 외에 평상시 발언과 부적절한 업무 지시나 태도 등 원고의 평소 소행에 대하여도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➁ 원고는 2020. 4. 22. 타인 명의로 물품 구매 문서에 관하여 결재를 올린 ‘허위 보고’ 행위로 인하여 6개월 감봉 처분을 받은 바 있고, 피고로부터 해당 감봉 처분을 받을 당시 향후 근무태도와 업무 성과를 고려하여 중징계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은 바도 있다.
피고의 취업규칙에는 성희롱의 정도에 따라 해당 비위 행위를 한 가해자에게 해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발생 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회사가 적당한 처분을 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바, 피고로서는 원고의 종전 징계 전력과 성희롱 제보 피해 여직원들을 보호, 재발 방지 등을 모두 고려하여 이 사건 해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해고 사유를 제보한 여직원들은 현재까지도 원고의 성희롱 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면서 원고와 함께 근무하는 것에 대하여 강한 반감과 거부감을 표현하고 있어, 피고가 이 사건 해고의 징계 양정을 변경시켜야 할 사정변경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징계양정이 부당하다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해고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정희(재판장) 김태현 임현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