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판결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6. 3. 13. 선고 2024가단114290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등

1)

원고는 자동차부품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지게차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2)

원고는 2011. 7. 22. 피고가 제조한 전동 입식 리치(Reach)형<1> 지게차(모델명C, 별지 사진 참조, 이하 '이 사건 지게차'라 한다)를 구입한 것을 비롯하여 피고가 제조한 전동 입식 지게차들을 여러 대 구입하여 작업현장에서 사용하여 왔다.

3)

D은 2004년경에 원고에 입사하여 힌지제품 생산라인의 조장을 맡던 중 2018년경 퇴사한 다음 개인사업체인 'E'을 설립하였고, 그 무렵 E은 원고로부터 위 생산라인의 작업공정을 도급받았다.

나.

사고의 발생

1)

E의 직원인 F은 2023. 12. 22. 00:05경 대구 달성군에 있는 원고의 제2공장 내에서 이 사건 지게차를 후진으로 운전하면서 플라스틱 팔레트에 담겨있는 반제품을 찾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아래 그림과 같이 F이 후방에 있던 공장의 구조물인 비틀림

방지용 가새(X- Brace)와 충돌하여 이 사건 지게차 운전석과 위 가새 사이에 끼어 협착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2)

이 사건 사고 직후 F은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2023. 12. 22. 01:19경 사망하였는데, 그 사망원인은 '흉복부 다발성 손상(압착성 질식 포함)'이다(이하 F을 '망인'이라 한다).

다.

원고의 합의금 지급

1)

원고는 망인의 유족(망인의 처 G, 자녀 H)에 대한 손해배상 관련 합의와 그 지급을 주도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2024. 1. 13. E과 망인의 유족 사이에 합의금을530,000,000원을 정하고 그중 유족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지급받게 될 보험급여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E이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서가 작성되었다.

2)

원고는 2024. 1. 13. 100,000,000원, 2024. 7. 19. 264,789,230원<2> 등 합계364,789,230원을 망인의 유족에게 지급하였다.

라.

원고의 보호장치 설치

이 사건 사고 이후 원고는 보유중인 피고 제조 전동 입식 리치형 지게차 30대에 합계 29,700,000원의 비용을 들여 오버헤드가드<3>와 차체를 연결하는 후방 기둥과 후방감지 초음파 센서를 설치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11 내지 13, 25, 26, 29, 43호증, 을 제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증인 D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지게차와 같은 경우 운행환경의 특성상 지게차 후방이 구조물과 충돌할 위험이 상존하므로, 그 제조자로서는 운전자가 뒤쪽에서 접근하는 장애물로 인하여 부상당하거나 사망하는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설계를 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지게차는 오버헤드가드와 차체를 연결하는 기둥이 전방에만 설치되어 있어 후방의 물체로부터 운전자를 전혀 보호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피고가 위 기둥을 후방에 한 곳만이라도 설치하는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이 사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인바, 이 사건 지게차에는 설계상 결함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사건 지게차의 제조자인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4>에 기한 손해배상으

로 지게차 운전자 보호장치 설치비용 29,700,000원과 민법 제758조 제3항에 따른 구상금으로 원고가 망인의 유족에게 지급한 364,789,230원 등 합계 394,489,230원(=29,700,000원 + 364,789,23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은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데, 그와 같은 결함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하는 이른바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다17333 판결,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2209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살피건대, 갑 제6, 7, 19 내지 23, 30, 34, 44 내지 46, 48, 49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에 의하면, 주식회사 I는 피고의 지분 100%를, J(J, 이하 'J'라 한다)의 지분94.67%를 각 보유하고 있고, 피고는 한국에서, J는 미국에서 각 'K'라는 브랜드의 지게차를 제조 · 판매하고 있는 사실, J가 미국에서 제조 · 판매하는 전동 입식 리치형 지게차에는 양쪽 후방에 기둥이 설치되어 있는 사실, L, M, N을 비롯한 여러 제조업체들이후방 양쪽 또는 한쪽에 기둥이 설치된 전동 입식 리치형 지게차를 생산하고 있는 사실, 2011. 3. 22. 이천시 소재 물류창고에서 작업자가 후방 기둥이 없는 전동 입식 지게차를 운전하여 후진하던 중 2단 파레트랙 선반과 지게차 운전석 사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5, 28호증, 을 제2 내지 6, 8 내지 10, 12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이 법원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N 주식회사, 주식회사 O, 주식회사P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지게차의 오버헤드가드와 차체를 연결하는 후방 기둥(이하 '후방 기둥'이라고만 한다)을 설치하지 않은 것이 설계상 결함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이 사건 지게차의 구입 당시 시행되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2. 3.5. 고용노동부령 제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사업주가 사용하여야 하는 지게차의 안전기준에 관하여 정하고 있으나(제179 내지 183조), 후방 기둥의 설치 여부에 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다. 헤드가드와 관련하여서는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는데, 이는 화물의 낙하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헤드가드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헤드가드와 지게차 차체를 연결하는 세로 형태의 구조물이 필요할 것임은 분명하나, 그 구조물은 헤드가드를 아래 기준에 부합하도록 충분히 지지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5> 나) 이 사건 지게차의 판매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후방 기둥이 존재하지 않는 전동 입식 리치형 지게차들이 활발하게 제조 · 판매되고 있다. Q의 전동 입식 리치형지게차인 R 모델, S의 전동 입식 리치형 지게차인 T 모델, N의 입식 리치트럭인 U는 모두 후방 기둥이 존재하지 않는다. N은 후방 기둥이 있는 입식 지게차 모델은 2015년부터 생산을 시작하였다. L의 입식 지게차의 경우 아시아형(일본 생산), 유럽형(스웨덴 생산), 북미형(미국 생산) 등 3가지 유형이 있는데, 아시아형은 좌측 전방과 우측 후방에 기둥이 있는 스탠다드 모델이고(옵션사항으로 우측 후방의 기둥을 우측 전방으로 변경할 수 있음, 다만 2017년 이전 아시아형은 양측 전방에 기둥이 있었음), 유럽형은 양측 후방에, 북미형은 양측 전방에 각 기둥이 있다. V의 경우 전방 기둥만 있거나 후방 기둥만 있는 모델이 모두 있는데,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입식 지게차의 약 90%는 후방 기둥이 없는 모델이다. 이와 같이 입식 지게차 제조업계에서 오버헤드가드와 차체를 연결하는 기둥의 위치에 관하여는 통일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시장에는 오버헤드가드와 차체를 연결하는 기둥의 위치가

다양한 형태의 입식 지게차가 존재하므로(① 전방 양측 기둥만 있는 형식, ② 후방 양측 기둥만 있는 형식, ③ 전방에 한 개, 후방에 한 개의 각 기둥이 있는 형식, ④ 전 ·후방 양측 모두에 기둥이 있는 형식), 입식 지게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로서는 그 사용목적, 작업환경 등을 고려하여 그에 맞는 형태의 기둥이 설치된 입식 지게차를 선택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기둥의 위치는 외부에 그대로 드러나므로, 소비자가 선택권을 행사함에는 어떠한 제약도 따르지 않는다(일부 제조사들은 기둥의 위치를 소비자가 지정할 수 있는 옵션도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노동부 산하의 산업안전보건청(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은 2009. 7. 27. 입식 지게차의 언더라이드(Under-ride)<6> 사고 위험과 관련하여 안전보건정보공지(Safety and Health Information Bulletin)를 통해 작업현장에 언더라이드 사고의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 사업자에게 코너 기둥, 후방 기등 가드가 있는 입식 지게차를 구매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라)

입식 지게차의 경우 포크에 적재물을 실어 전방의 시야가 가려지는 경우가 자주 있고, 그러한 경우 작업자는 후방을 주시하고 후진으로 이동하게 되는바, 이러한 경우 후방 기둥이 설치된 지게차는 전방 기둥만 설치된 것에 비해 후방 시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입식 리치형 지게차는 그 구조 및 작업방식으로 인해 전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와 같은 전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후방 기둥의 존재는 운전자의 탈출을 방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둥이 전방에 설치되는 것이후방에 설치되는 것보다 비교우위를 점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제조자는 소비자들의 요구사항 및 안전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기둥의 위치를 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반드시 후방 기둥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입식 리치형 지게차 시장에서 기둥의 위치가 다양한 모델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마)

입식 지게차의 경우 운전자가 차체의 후방을 통하여 지게차 내부로 간이하게 출입하고 후방에 따로 문 등이 설치되지 않는 구조로서 운전석은 오버헤드가드와 차체에 의하여 보호가 되는바, 오버헤드가드와 차체를 연결하는 후방 기둥을 설치하여 대비할 수 있는 사고는 '후방에서 지게차 차체의 폭을 초과하는 길이의 수평 상태의 구조물이 지게차 차체와 오버헤드가드 사이의 운전석으로 침입하는 경우'로 한정될 것인데, 이는 주로 이 사건 사고와 같이 지게차를 후진하다가 수평 상태의 구조물과 충돌한 후 협착되는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고는 ① 작업현장에 지게차의 차체와 오버헤드가드 사이로만 침입할 수 있는 적당한 높이의 기다란 가로 형태의 돌출된 구조물이 존재하여야 하고<7>, ② 운전자가 후방주시를 현저히 해태한 채 후진하여야 하며, ③ 충돌 이후에도 브레이크 페달<8>을 계속 밟고 있어야만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는 입식 지게차를 사용하는 자들이 통상적으로 예상하는 사고의 유형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지게차의 주행속도는 시속 약 10킬로미터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이유로 다음 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와 유사한 사망 사고의 보고 사례가 한 건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지게차에 전방 기둥만 설치되어 위와 같은 사고의 위험까지 대비하

지 않은 것을 두고 '기대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소비자가 이러한 위험까지 대비하고자 한다면 후방 기둥이 설치된 지게차를 선택할 수 있다).

바)

원고는 2005년경부터 2023년경까지 이 사건 사고를 포함하여 입식 지게차와 관련하여 총 4건의 유사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2011. 3. 22.자 이천시 소재 물류센터에서의 사고 외에 원고가 주장하는 2005. 11. 4.자 사고<9> 및 2020. 1. 15.자 사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사고와 유사하다거나 입식 지게차에 후방 기둥이 존재하였다면 피할 수 있었던 유형의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

2005. 11. 4.자 사고는 작업자가 전동 입식 지게차를 후진으로 이동하던 중 철골기둥에 설치된 철제 전화 부스에 충돌하여 사망한 사건인데, 위 전화 부스의 폭이 지게차 차체의 폭보다 좁은 것으로 보이는바, 지게차에 후방 기둥이 설치되었다고 하더라도전화 부스가 운전석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2020. 1. 15.자 사고는 '재해자가 입식 지게차를 타고 후진하던 중 후방에 주차된 탑차 적재함과 입식지게차 조종타 사이에 가슴이 끼인 채 사망한 사건'이라는 것인데, 갑 제18, 35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사고 지게차의 종류가 이 사건 지게차와 유사한 입식 리치형 지게차라는 사실, 재해자를 충격한 적재함이 가로 형태의 것으로 오버헤드가드와 차체 사이의 운전석으로 침입할 수 있는 형태의 구조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갑 제18호증에 기재된 도식화된 사고 장면과 갑 제35호증에 기재된 '조종타'라는 표현을 보면, 전동 스태커(Stakcer)<10> 종류였을 것으로 보인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지게차에 설계상 결함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우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