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컴퓨터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미국 회사이고, 피고는 부천시 C 소재'D'의 대표이다.
원고는 2021. 12.경 수사기관에 피고소인 1을 피고로, 피고소인 2를 '성명불상의 D 직원'으로 하여 고소하였다. 고소장 중 피고소인의 위법행위에 관한 부분은 별지1과 같다.
위 고소사건에 관하여 2022. 8. 2.경 형사조정절차가 열렸으나, 형사조정은 성립되지 아니하였다.
원고측은 2023. 1. 16.경 피고에게 위 형사사건에 관하여 합의할 의사가 있는지 문의하면서 배상금 감액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피고의 재무상태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여 달라고 요청하였고, 피고는 2023. 1. 17.경 원고측에 별지2와 같은 이메일을 보냈다.
피고는 2023. 3. 27.경 위 형사사건에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2023.4. 13.경 확정되었다. 위 약식명령의 범죄사실은 별지3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내지 15호증, 을1 내지 8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가 피고의 위 약식명령의 범죄사실인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하여 8,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로서는 늦어도 형사조정절차가 열린2022. 8. 2.에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할 것이므로, 그로부터 3년이 도과한 시점에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다시 ①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위 약식명령이 확정된 날이고, ② 피고는 위 이메일의 전송에 의하여 채무를 승인하였으므로, 소멸시효는 완성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한다(원고는 위 ②번 주장을 주위적 주장으로, 위 ①번 주장을 예비적 주장으로 하고 있으나, 편의상 논리적 순서에 따라 살펴보기로 한다).
판단
소멸시효의 기산점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2021. 12.경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소장에 피고의 저작권 침해행위에 관하여 일시, 장소, 무단 복제가 된 프로그램 등이 모두 특정되어있고, 실제로 발령된 위 약식명령의 범죄사실과도 일치한다.
따라서 원고는 위 고소 시점에 피고의 위 불법행위에 관하여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손해를 안다는 것이 정확한 손해액을 산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손해액을 산출하는 것은 원고 주장의 소멸시효 기산점인 약식명령 확정일 이후에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리고 을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가 주장하는 최종적 소멸시효 기산점인 2022. 8. 2. 이전부터 피고에게 합의금으로 이 사건 청구금액과 동일한 8,000만 원을 제시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컴퓨터프로그램 관련 저작권 침해 사건의 경우 침해행위가 침해자의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므로 사실인정을 포함한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가해자와 손해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약식명령의 범죄사실에 나오는 내용은 원고가 고소 당시에도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고, 약식명령의 확정에 의하여 원고가 특별히 더 알 수 있게 된 내용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2021. 12.경 또는 그 이후로서 피고가 주장하는 2022. 8. 2.경이라고 할 것이고, 이와 다른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채무 승인 여부
원고는, 피고가 원고측에 위 이메일을 보낸 것은 손해배상책임 자체는 다투지 아니하면서 배상액을 감액받기 위하여 재무제표를 제출하면서 선처를 구한 것이므로 손해배상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바,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하며,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지면 족하기는 하다.
그러나 위 이메일의 내용이나 첨부된 재무제표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승인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이 점은 피고가 위와 같은 이메일을 보내게 된 경위까지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당시 피고에 대한 위 형사사건도 진행중이었으므로, 고소인측에 선처를 요청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민사상 채무의 승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1> 재무제표도 자료에 불과하고, 형사사건의 고소인인 원고측에서 요청하기에 보낸 것으로 보일 뿐이며, 거기에 어떠한 채무 승인의 의사가 포함되어있다고 보기는 어렵다.<2>
달리 피고가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승인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부분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소결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 저작권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2021. 12.경 또는 늦어도 2022. 8. 2.경부터 단기소멸시효가 진행되어 그로부터 3년이 되는 시점에 소멸시효가 완성하였고, 이 사건 소는 그 후에야 제기되었다.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이유 있고, 결국 원고의 청구원인 주장은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예혁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