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0. 9. 2. 선고 2019가단257800 판결

주문

1.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자녀 학자금 대부금 상환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관계

원고는 피고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2018. 6. 30. 퇴직한 자이고, 피고는 2001. 4. 2. 한국전력공사에서 물적분할된 회사이다.

나.

이 사건 대부 및 상환

1)

원고는 피고에게 대학생 자녀의 학자금(이하 '학자금') 대부를 신청하였고, 피고는 원고에게 자녀 B에 관한 학자금 2004. 4.~2007. 8. 합계 29,073,000원을, C에 관한 학자금 2005. 3.~2011. 8. 합계 34,471,000원을 각각 대부하였다(이하 통틀어 '이 사건 대부').

2)

이 사건 대부금은 원고가 5,314,513원을 상환하고, 복지기금이 30,544,346원을 지원하여 2019. 8. 1. 기준 27,685,141원이 남았다(피고는 2019. 9. 2. 원고에게 복지기금이 6,749,164원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으로 이 사건 대부금이 20,935,977원 남는다는 내용증명우편을 보내기도 하였다).

다.

피고의 학자금 제도 변경

1)

한국전력공사는 그 직원들에게 학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하다가 감사원으로부터 '학자금을 무상 지원에서 대부로 전환할 것'을 권고받았다. 한국전력공사는 1999년경 노사협의를 통해 직원들에게 학자금을 무이자로 대부하되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상환자금을 지원하기로 정하였다.

2)

이에 따라 피고는 복리후생관리규정 시행세칙, 학자금 업무처리 지침 등 관련 규정을 제정하여 직원들에게 학자금을 대부하였고, 한국서부발전주식회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이하 '복지기금')은 운영세칙을 제정하여 피고 직원들에게 자녀 2명을 한도로 학자금 대부금의 상환자금을 전액 지원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된 규정(이하 학자금 대부와 관련된 피고와 복지기금의 규정을 '관련 규정'이라 한다)의 주요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3)

정부는 피고에게 '학자금 무상 지원을 폐지하고 대여로 전환하며, 복지기금으로도 무상 지원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만경영 정상화계획 운용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14. 7. 16. 학자금 업무처리 지침을 개정하여 학자금 대부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상환자금의 지원에 관하여는 복지기금 운영세칙에 따르도록 하였고, 복지기금 운영세칙은 2014년 아래와 같이 3차례에 걸쳐 학자금 지원 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5, 을 제1~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 주장

가.

원고 주장

1)

원고는 형식적으로는 피고와 이 사건 대부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복지기금에서 상환금액을 전액 지원받는 방식으로 학자금을 무상 지원받았으므로, 이 사건 대부계약은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다.

2)

설령 이 사건 대부계약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복지기금이 대부금을 상환하는 것을 전제로 체결되었으므로, 피고는 묵시적으로나마 원고의 대부금 상환채무를 면제하였다.

3)

피고가 같은 시기에 대부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의 상환자금 지원 범위를 대부금 상환 시기 및 퇴직 시기에 따라 달리 주장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여 같은 법 제15조에 따라 무효이고, 피고가 2014년경 개정된 복지기금 운영세칙을 그 이전에 대부받은 원고에게 소급 적용하는 것은 신뢰보호원칙 위반으로 부당하다.

나.

피고 주장

1)

이 사건 대부계약은 원고가 작성한 대부신청서 기재와 같이 유효하게 체결되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대부금을 상환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는 복지기금과 별개의 주체로서 복지기금이 원고의 대부금 상환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무관하므로, 피고가 원고의 대부금 상환채무를 면제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원고가 주장하는 차별적 처우, 신뢰보호원칙 위반은 행정행위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뿐이고, 이 사건 대부계약의 사법적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3.

판단

가.

이 사건 대부계약의 통정허위표시 여부

이 사건 대부계약 당시 학자금 업무처리 지침 제11조 제2항이 '학자금 대부금의 상환자금을 자녀 2명을 한도로 복지기금에서 지원한다'고 규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가 통모하여 허위로 이 사건 대부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앞서 본 기초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대부계약을 통정허위표시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한국전력공사는 직원들에게 학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하여 오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뒤 학자금을 대부하되 상환 시 복지기금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전환하였다. 한국전력공사에서 분사한 피고 역시 그에 따라 학자금 대부를 위한 관련 규정을 마련하여 이 사건 대부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피고에게 무상 지원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원고가 "학자금 대부를 신청하고, 퇴직 시 학자금 미상환 대부액을 전액 상환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신청서를 작성하여 피고에 제출함으로써 이 사건 대부계약이 체결되었다.

③

복지기금을 통하여 대부금이 상환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대부금을 변제받을 의도 없이 원고와 이 사건 대부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피고는 관련 규정을 통하여 대부금 상환의 방법을 위와 같이 정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피고의 채무 면제 여부

1)

채무의 면제는 반드시 명시적인 의사표시만에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채권자의 어떠한 행위 또는 의사표시의 해석에 의하여 그것이 채무의 면제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이를 인정하여야 한다. 다만 이와 같이 인정하기 위해서는 당해 권리관계의 내용에 따라 이에 대한 채권자의 행위 또는 의사표시의 해석을 엄격히 하여 그 적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4다5042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기초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정에 이 사건 대부계약의 취지, 복지기금으로 대부금 상환을 지원하기로 정한 경위, 이 사건 대부계약 당시 원고의 인식과 기대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이 사건 대부계약 당시 원고에게 대부금 상환을 청구하지 않을 의사, 즉 원고의 대부금 상환채무를 면제할 의사를 묵시적으로나마 표시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①

피고는 설립 당시 직원들에게 학자금을 대부하되 상환 시 복지기금에서 지원하는 내용의 관련 규정을 마련하였고, 2014년 관련 규정이 개정될 때까지 복지기금이 학자금 대부금의 상환자금을 전액 지원하였다. 원고도 복지기금 지원을 전제로 이 사건 대부를 신청하였고, 퇴직하기 전까지 대부금 상환액을 복지기금에서 지원받았다.

②

피고는 복리후생관리규정 시행세칙 제18조 제1항 제3호에서 학자금을 대부지원하기로 정하고, 그 세부규정인 학자금 업무처리 지침에 대부금 신청 방법, 상환 시기 및 방법 등을 정하여 사내게시판에 공지하였다. 원고가 작성한 이 사건 대부신청서에는 퇴직 시 대부금 잔액을 상환하겠다는 취지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상환 조건이나 방법에 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으므로, 이에 관한 학자금 업무처리 지침을 이 사건 대부계약의 일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③

이 사건 대부계약 당시 학자금 업무처리 지침 제11조 제2항에는 학자금 대부금의 상환자금은 자녀 2인을 한도로 복지기금에서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달리 예외 규정을 두지 않았다. 원고는 위 규정 내용을 신뢰하고 이 사건 대부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규정은 이 사건 대부계약의 일부를 구성한다.

④

학자금 업무처리 지침 제11조에는 원고가 먼저 피고에게 대부금을 상환하고 복지기금에서 상환자금을 지원받는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급여나 퇴직금에서 상환금이 공제되고 같은 금액이 복지기금에서 다시 지급되는 것이어서 급여나 퇴직금에 변동이 없고, 피고도 원고에게 미상환 대부금을 청구하면서 복지기금의 지원 예정액을 공제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대부금 상환채무를 실제 이행하여야 복지기금에서 상환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

⑤

피고는 복지기금과 별도의 법인이라는 이유로 복지기금에서 원고에게 대부금 상환자금을 지원하더라도 피고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학자금 업무처리 지침의 복지기금 지원을 계약 내용으로 하여 피고와 이 사건 대부계약을 체결한 점, 원고와 복지기금이 별도의 계약이나 관련 규정에 따라 지원금 채권채무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닌 점(복지기금 운영세칙은 복지기금의 사무 수행 절차와 기준에 관한 내부규정에 불과하다), 복지기금이 피고 자산으로 조성되었고 그 업무 역시 피고 직원이 담당하는 점, 정부가 피고에게 복지기금으로도 학자금을 무상 지원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린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와 복지기금이 별도의 법인이라는 이유로 복지기금지원이 피고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⑥

학자금 업무처리 지침이 2014. 7. 16. 개정됨에 따라 제11조 제2의 라.항에서 '대학교 학자금 지급에 관한 세부사항은 복지기금 운영세칙에 정한 바에 따른다.'라고정하였고, 복지기금 운영세칙은 그 무렵 학자금 지원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으로 개정되었으나, 그 이전에 성립한 이 사건 대부계약에 소급하여 적용할 수는 없다(피고와 복지기금은 경과규정을 마련하지도 않았다). 피고도 2014년경 관련 규정 개정을 이유로 원고에게 학자금 지원 범위 축소를 통지한 바 없고, 피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2015. 12. 31.까지 원고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지원 범위 축소로 인한 대부금 상환을 청구한 사실조차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학자금 대부금 상환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하고,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원고에게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봉지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