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택시 여객 운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인 사업장을 운영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에게 고용되어 택시 운전기사로 근무하거나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다.
근무형태 등 임금지급 체계
원고들을 비롯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1일 2교대제로 근무하면서 운송수입금을 모두 피고에게 납입하되, 기준운송수입금 초과 부분 중 70% 및 수당을 지급 받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 받아 왔다.
최저임금법의 개정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었고, 위 법률 부칙 및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09. 7.
1.부터 피고가 소재한 인천광역시에도 시행되었다.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임금협정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후인 2019. 12. 8. 피고의 노동조합과 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월 200시간)으로 정하는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이하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이라 한다).
피고는 피고 노동조합과 사이에 소정근로시간을 2008년도<1> 및 2009년도 임금협정에서 1일 6시간 40분(월 200시간), 2010년도 및 2011년도 임금협정에서 1일 6시간(월 180시간), 2012년도 및 2013년도 임금협정에서 1일 5시간(월 150시간), 2014년도 내지 2016년도 임금협정에서 1일 5시간 40분(월 170시간), 2017년도 임금협정에서 1일 5시간(월 150시간)으로 각 정하였다(이하 2010년 이후의 임금협정을 통틀어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요지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로형태에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함으로써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모두 무효이므로, 원고들에게는 그 전인 2009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이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2017. 1.부터 2019. 4.까지의 기간 동안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전의 소정근로시간인 ‘1일 6시간 40분, 월 200시간’을 적용하여 계산한 최저임금과 기지급 임금의 차액 합계, 이를 바탕으로 새로 산정한 퇴직금과 기지급 퇴직금의 차액 합계인 별지 ‘청구금액 합계’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판단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 당초 1일 6시간 40분이었던 소정근로시간이 순차적으로 단축됨으로써 1일 5시간까지 줄어들게 된 사실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다.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본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의 개정이 ‘피고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은 무효라고 볼 수 없고,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들은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여 피고 차고지 밖 도로 위에서 일하면서 승객들로부터 받은 수익을 관리하였고, 임금협정에 따라 원고들이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을 피고에 지급하며 성과수당지급기준운송수입금 초과액의 70%를 원고들이 지급 받는 방식으로 일한 한편, 원고들의 운행시간 중 사용자인 피고가 원고들의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는바, 이러한 택시운수업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고,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위에서 본 법리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기 전에는 기본급 외에 초과운송수입금도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하는 비교대상임금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을 것이고, 이에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은 2008년 및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직후인 2009년 임금협정시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정근로시간인 1일 8시간의 범위 내에서 형식적으로 1일 6시간 40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 시점에 적용되는 2008년도 임금협정에서 일 소정근로시간이 6시간 40분으로 정해진 후 2010~2011년 6시간, 2012~2013년 5시간, 2014~2016년 5시간 40분, 2017년 5시간으로 각각 변경되었으나,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시점으로부터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의 감소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로여건의 변화가 각 임금협정에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소정근로시간이 2008년도와 비교하여 단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에게 최저임금법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009년과 2017년의 근로여건을 비교하여 보면,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이 월 200시간에서 월 150시간으로 감소함에 따라 원고들은 월 323,500원(= 2019년 최저시급 6,470원 × 50시간)의 최저시급을 덜 지급받게 되는 결과가 되었으나, 2009년에 429,889원이었던 기본급이 2017년에는 580,000원으로 인상되었고, 2013년에는 택시 기본요금이 3,000원으로 25%, 가산요금이 144m당 100원으로 17.3% 증가하였으며, 2019년에는 다시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으로 26.6%, 가산요금이 135m당 100원으로 17.8% 증가하였다.
2009년과 2019년 사이에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택시 요금이 인상되었고, 택시 호출 서비스가 보편화되어 손님을 찾기 위해 빈차로 운행하는 순항식 근무의 필요성이 감소함으로써 운행시간 대비 운송수입의 효율이 증가하였는바, 이러한 사정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정창근(재판장) 정승진 박승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