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2. 4. 28. 선고 2020가합6127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화학원료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20. 3. 9. 임금 연 55,000,000원의 조건으로 채용된 후 2020. 3. 24.까지 16일간 피고 회사에서 경영지원부 팀장으로 근무한 사람이고, 피고가 소속된 경영지원부는 ①C 상무, ②원고(팀장), ③D 주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

원고에 대한 해고

1)

피고는 2020. 3. 24. ‘원고가 상급자의 정당한 직무 지시를 불복종 하였다’는 등의 사유로 원고에게 근로계약 해지(해고) 통보서를 교부하여 원고를 해고하였고(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구체적인 해고 사유 및 관련 규정 등은 아래와 같다.

불이행 함

2)

이에 원고는 그 무렵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7. 28. 구제신청 기각 판정을 하였고, 원고는 2020. 8. 6. 구제신청을 취하함으로써 위 구제신청 사건은 종결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4 내지 6, 8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

1)

이 사건 해고 통보서에 원고의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여 해고하지 아니하였고, 징계위원회 출석통보서를 발송하거나 적절한 소명기회를 제공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 및 징계절차를 위반하여 무효이다.

2)

피고가 주장한 이 사건 해고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다.

3)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57,068,81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과 2021. 6. 1.부터 복직시까지 월 3,211,833원의 비율로 계산한 각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1)

이 사건 해고는 수습기간 중의 계약해지, 통상해고, 징계해고에 모두 해당하는데, 원고에게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아래와 같은 해고의 사유가 있고, 해지 및 해고에 있어 요구되는 절차를 모두 준수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하여 무효로 볼 수 없다.

2)

따라서 이 사건 해고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임금 상당액 청구는 이유 없다.

3.

판단

가.

이 사건 해고의 성격 및 판단기준

1)

이 사건 해고의 성격

피고는 이 사건 해고 이유로 지시 불복종, 업무능력 부족, 근로계약에 의한 수습기간 동안 해고 가능 합의 등을 제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이는 취업규칙의 징계사유 중 ‘업무상의 정당한 지휘·명령에 불복종한 자’, ‘상사의 정당한 업무명령에 불복종한 자 또는 회사의 경영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자’ 등 징계사유 및 해고사유에 해당하고, 을 제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해고 전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위 해지 사유에 대한 원고의 소명 청취 등 징계절차를 거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해고는 근로계약 제2조 단서에 의한 수습기간 중 근로계약 해지, 통상해고와 징계해고의 성격을 모두 지닌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2)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 판단기준

가)

시용계약이란 사용자가 근로자를 정식으로 채용하기 전에 일정 기간 동안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고 그 평가 결과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할 수 있는 해약권을 유보하여 두는 일종의 해약권유보부 근로계약을 말한다. 시용기간 중의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시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2다62432 판결 법리 등 참조).

나)

원고는 근로계약 중 수습계약 약정 부분(이하 ‘이 사건 시용계약’이라 한다)은 무효라고 주장하나, 앞서 든 각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시용계약이 무효라고 보기 어려워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고 회사 상무 C이 서울까지 와서 원고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였다는 면접 경과, 원고가 피고 회사 직원 중 두 번째로 많은 급여를 받는다는 사실, 원고가 피고 회사 인근 지역에 계약기간 2년의 주거 장소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있다는 사정들은 이 사건 시용계약 체결이 경험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되지 아니한다.

(2)

근로계약서에 ‘다만, 최초 입사일로부터 3개월을 수습기간으로 하고 업무 또는 회사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수습기간 중 언제든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는 내용으로 이 사건 시용계약이 명시되어 있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서 작성일은 2020. 3. 17.로 인쇄되어 있으나, 원고 자필로 ‘19日 서명날인’이라고 부기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와 같이 원고가 위 근로계약서 작성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시용계약은 채용 대상 근로자의 업무 능력, 인성 및 자질 등을 판단하여 채용에 신중을 기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시용계약의 필요성은 인정되고, 원고의 경우 그 필요성을 부인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4)

피고 취업규칙 제9조 제3항은 “최초 근무를 개시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수습기간을 둘 수 있다. 수습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회사의 적합도, 직무수행능력, 근무태도 등을 평가하여 본 채용 여부를 결정하며, 이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된다”라는 내용을 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바, 피고 회사 소속 직원 중 원고에게만 부당하게 시용계약이 강요되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시용계약은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은 보통의 해고보다는 완화된 기준으로 검토하되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 판단한다.

나.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 판단

1)

해고절차 준수 여부

가)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되 그 서면은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등 참조), 징계의결요구 및 징계위원회 개최 통보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피고 취업규칙 제62조 제1항, 제67조 제1항, 구체적 내용은 아래와 같음).

나)

앞서 든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해고가 징계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하여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피고가 2020. 3. 24. 원고에게 해고시기 및 해고사유가 기재된 근로계약 해지 통보서를 교부한 사실, 해고이유는 ‘정당한 직무 지시 불복종, 업무능력 부족 등’ 사유가 네 가지로 세분화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

을 제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2020. 3. 24. 원고의 해고를 안건으로 하여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참석시킨 후 이 사건 해고 사유를 설명하였는바, 원고의 입장에서는 위 인사위원회에서 직접 들은 해고 사유와 위 근로계약 해지통보서에 기재된 사유를 종합하여 이 사건 해고 사유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바, 위 근로계약 해지 통보서에 기재된 사유가 이 사건 해고에 대응하는데 있어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추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3)

원고가 피고 회사에서 16일간 근무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주말 및 해고 당일을 제외하면 실제로 근무한 기간은 약 11일로 비교적 짧은 기간이어서 피고가 주장하는 해고 사유를 혼동할 가능성도 거의 없어 해고 사유 특정에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4)

피고가 2020. 3. 24.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해고를 의결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 과정에서 원고에게 약 20분간의 소명 기회를 부여하였는데 원고가 그 과정에서 이 사건 해고 절차에 관한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원고가 근무한 기간이 단기간이고 이 사건 해고 사유가 비교적 단순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소명 시간이 부족하거나 소명 기회가 불충분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5)

을 제5호증의 기재, 증인 C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 인사위원회에서 계약해지의 사유를 위원들에게 설명한 점, 위원들은 이 사건 해고 사유에 대하여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2020. 3. 23. C 상무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 사유와 같은 내용을 설명하면서 자진사직을 권고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징계의결요구서·출석통지 등 절차가 다소 미흡하게 준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해고가 절차 위반으로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2)

해고사유 존부 및 적정성 여부

가)

해고사유 검토

(1)

해고사유 제1(지시 불이행 등)에 대한 판단

(가)

C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원고는 입사 이전 기간인 2020. 1. 1.부터 같은 해 2. 28.까지 기간 동안 기존 회계장부 계정 분류 및 증빙 점검을 지시 받았음에도 ’내가 오기 전의 일을 내가 왜 하느냐‘는 취지로 발언하며 거부하거나, 업무일지 작성 지시를 하지 아니하였음이 인정된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채용 당시 피고 회사의 CFO(최고재무책임자) 직급을 받기로 하였음에도 이를 받지 못하고 팀장 직급을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피고는 2016. 9. 설립되어 상시 근로자수는 26명이고 경영지원부는 3명에 불과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세분화된 업무만을 담당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회계 이외에 경영지원과 관련된 제반 업무를 수행할 것이 예정되어 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상사인 C의 지시가 부당하거나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려워 그 지시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 정당화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해고사유 제1은 인정되고, 이는 취업규칙 제62조 제2항 제13호 및 제77조 제10호에 해당한다.

(2)

해고사유 제2(업무능력 부족)에 대한 판단

피고가 해고사유로 제시한 ’이력서의 능력에 비하여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부분에 관하여, 원고가 피고 회사에서 실제로 근무한 기간은 약 11일이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의 업무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기에 원고의 근무기간이 충분하지 아니하였던 점, 원고가 담당하였던 구체적인 업무의 내용 및 업무결과가 제출되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하면 해고사유 제2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3)

해고사유 제3(원고의 불량한 태도 등)에 대한 판단

(가)

C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원고는 대표의 회사 운영 방식에 대하여 ’자영업자 수준으로 경영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거나, 이러한 원고의 태도 및 해고사유 제1에 대하여 상사인 C으로부터 지적을 받자 실소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음이 인정된다.

(나)

피고 회사는 상시근로자 26명으로서 그 규모가 크지 아니하고, 원고의 직급 및 급여수준이 높은 편임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이러한 원고가 피고 회사 대표를 비하하거나, 상사로부터 지적을 받거나 대화하는 자리에서 비웃음의 표현으로 이해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은 다른 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회사 내 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진다.

(다)

해고사유 제3은 인정된다. 이는 취업규칙 제77조 제10호에 해당한다.

(4)

해고사유 제4(수습기간 중 해고)에 대한 판단

앞서 본 제3.의 가.항과 같이 이 사건 시용계약은 유효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해고사유 제4는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 검토

(1)

관련 법리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그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4다13457 판결 참조), 수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으나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도 당해 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그대로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하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두6620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각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가 훼손되었다고 보인다. 결국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 및 이를 전제로 한 임금 상당액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①

피고 회사와 같이 규모가 크지 아니한 회사의 경우 1인이 담당하는 단위업무가 다양해질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임에도(특히 원고는 피고 소속 다른 직원들에 비하여 급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 원고는 피고의 업무 중 특정한 부분인 회계 업무만을 담당하겠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정당한 업무지시에 지속적으로 불응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피고가 원고를 채용한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 회사의 목적 사업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②

이 사건 해고 사유가 업무과정 및 이에 대한 시정요구절차, 직원들 간의 사적인 대화 전반에 걸쳐 있는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러한 원고의 행동이나 태도는 피고 회사의 위계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③

원고가 실제로 근무한 기간은 11일에 불과하고 이 사건 근로계약은 시용계약으로서 상대적으로 쉬운 해고의 가능성을 예정하고 있었으며, 피고 회사의 규모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 대한 전출이나 업무변경 등 조치로 이 사건 해고를 대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는 원고 채용 당시 회사 규모를 확장하고 있어 인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고(2019. 초순경 직원 3명에서 2020.경 직원 20명으로 규모가 급격히 성장), 상무인 C이 전남 강진 소재 피고 회사에서 서울까지 출장하여 원고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고 원고에게 피고 회사 내 세 번째로 높은 급여를 책정하는 등 공들여 원고를 채용하였음에도 위와 같이 채용한 원고를 약 16일 만에 해고할만한 다른 이유가 없었던 점(이 사건 해고 사유 제외)을 고려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창근(재판장) 정승진 박승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