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 회사는 국내외 항공 운송업 등을 영위하기 위하여 설립된 주식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서 아래 표 기재와 같이 교육훈련을 수료하고 부기장으로 채용되어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의 '운항승무원(신입부기장) 모집요강'에 따라 지원하여 해당절차를 거쳐 선발되었다(이하 '이 사건 응시절차'라 한다). 당시 피고 회사가 제시한 지원 자격은 아래와 같다.
원고들은 각 위 가.항 표의 '교육훈련기간' 개시일 무렵 피고 회사와 아래와 같은 각 약정을 체결하였다<1>.
원고들은 각 위 가.항 표의 '부기장 채용일' 무렵 피고 회사와 아래와 같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8, 13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들 주장의 요지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등 주장
원고들은 이 사건 교육훈련 기간 동안 피고 회사와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피고 회사의 지휘 · 감독 하에 직무교육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하였음에도, 피고 회사로부터 월 30만 원 상당의 교육지원비 이외에는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각 이 사건 교육훈련비 약정에 명시된 교육시간을 기준으로 위 시간에 해당하는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액을 지급하여야 하고, 각 위 금액을 바탕으로 산출한 평균임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부당이득반환 주장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의 이 사건 비용부담 약정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원고들이 피고 회사에 지급한 이 사건 교육훈련비 중 실제로 교육훈련에 소요된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은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에 해당하는바, 피고 회사는 이를 원고들에게 각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판단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등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자라는 전제에서 이 부분 주장을 개진하고 있으므로, 먼저 원고들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원고들은 각 피고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이하의 사실 내지 사정의 인정 근거 : 앞서 거시한 증거들 및 갑 제11 내지 13호증, 을 제5 내지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함.]
앞서 인정한 제1. 다.항 및 라.항과 같이 이 사건 교육훈련 과정에서 체결된 각 약정은 통상의 근로계약과 그 형식 및 내용이 전혀 다르다. 가령, 위 '인턴사원 채용 계약서'상에는 '조종사 양성 교육훈련을 위한' 것임이 명시되어 있고, 정규직 내지 계약직으로의 채용이 아니라는 점 또한 명시되어 있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가 임금 지급 의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원고들과 피고 회사의 관계가 실질적으로 근로계약과 다르지 않음에도 '교육훈련'이라는 명칭 및 그 외관을 가장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교육훈련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보더라도, 원고들이 수행한 교육훈련은 그 내용이나 지속 시간의 측면에서 실질적인 근로 제공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원고들이 수행한 1단계 교육은 지상학술교육, 2단계 교육은 시뮬레이터 훈련에 해당하고, 3단계 교육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실제 비행에 투입되기는 하였으나, 이 역시 기장 및 부기장과 함께 탑승한 것으로서, 위 교육 내용은 실제 비행 과정에의 참관 및 실습을 위한 것으로 보일 뿐 이를 가리켜 통상적인 조종사로서의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원고들의 각 교육훈련시간 역시 통상적인 조종사의 근로시간에 비하여 부족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또한,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 대하여 실제로 교육훈련을 시행하였고, 이 사건 교육훈련의 결과로 원고들은 각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실제로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일 뿐인바, 이 점에서도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피고 회사가 그 외관만을 교육훈련으로 위장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볼 만한 사정도 없다. ④ 국토교통부가 주관하여 시행하는 조종사 운항자격 심사 제도는 2000년대 초부터 시행 중으로, 원고들이 이 사건 응시절차에서 요구되는 자격을 갖춘 관련 분야의 경력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 부기장으로서 정식으로 채용되기 위하여는 그에 수반되는 교육훈련과정과 그에 따른 자격 심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원고들은 각 스스로의 판단 하에, 이 사건 비용부담 약정과 같이 비용을 부담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종사 운항자격 취득을 위하여 이 사건 교육훈련에 응시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이고, 달리 이를 두고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교육훈련' 자체를 근로의 내용으로 삼아 임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새기기는 어렵다.
부당이득반환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두 구비되어야 하는 요건이 아니라 그 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한데,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무경험'이라 함은 일반적인 생활체험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어느 특정영역에 있어서의 경험부족이 아니라 거래일반에 대한 경험부족을 뜻하고, 당사자가 궁박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한편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불공정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참조). 어떠한 법률행위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법률행위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전체적인 계약 내용에 따른 권리의무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불공정한 것이 아니라면, 사후에 외부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계약당사자 일방에게 큰 손실이 발생하고 상대방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큰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하여 그 계약이 당연히 불공정한 계약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없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53683, 5369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불공정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약속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객관적 가치를 비교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고, 당초의 약정대로 계약이 이행되지 아니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의 불이행에 따른 효과로서 다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0다42075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원고들이 들고 있는 사유들만으로는 이 사건 비용부담 약정이 불공정한 계약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원고들이 들고 있는 사정 및 제출한 증거들을 모두 살펴보더라도 달리 이 사건 비용부담 약정이 무효라고 인정할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이하의 사실 내지 사정의 인정 근거 : 앞서 거시한 각 증거들 및 을 제10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함.]
피고 회사는 원고들로부터 각 지급받은 이 사건 교육훈련비 중 상당 부분을 실제 교육훈련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은 이 사건 교육훈련을 통하여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교육훈련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원고들이 위 자격을 취득한 이후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임금 액수와 비교하여 볼 때 원고들이 각 이 사건 교육훈련비로 피고 회사에 지급한 액수가 상당성을 잃을 정도로 현저하게 과다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원고들이 이 사건 응시절차에서 이 사건 교육훈련에 소요되는 비용에 관하여 세부적인 사항(비용의 규모, 지급 시기 등)을 고지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조종사의 비행에 관한 교육훈련은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서 일정한 자격과 설비를 갖춘 전문기관에서 시행되어야 할 성질의 것으로 보이고, 그에 소요되는 비용이 교육훈련의 구체적인 상황, 물가 내지 환율의 변동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바, 피고가 구체적인 교육훈련비 액수 내지 그 세부항목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비용부담 약정이 불공정한 계약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종사 운항자격 심사를 위한 교육훈련은 국토교통부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달리 피고 회사가 교육훈련 제도를 빙자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교육훈련생들로부터 경제적인 이득을 취할 목적에서 이를 시행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은 없고, 동종 업계에서 조종사 교육훈련 비용 등에 관하여 항공사와 교육훈련생 사이에 이 사건 비용부담 약정과 유사한 내용의 약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으로 보인다.
원고들이 이 사건 응시절차에서 요구되는 자격을 갖춘 경력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궁박, 경솔 내지 무경험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론
원고들의 이 사건 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욱
각주1) 이하의 내용은 원칙적으로 계약서 원문을 인용하되, 어법에 맞지 아니함이 명백한 경우 이를 수정하여 인용하였다. 이하 서증의 내용을 인용함에 있어 같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