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3. 1. 19. 선고 2021구합5798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용역계약 체결

1)

피고는 2021. 4. 6. 인천광역시 공고 B로 ‘C’ 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의 용역입찰공고를 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2)

원고는 위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자로 선정된 후, 2021. 5. 27.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사업기간을 2021. 5. 27.부터 2021. 9. 23.까지(120일), 계약금액을 합계 170,280,000원으로 하는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의 이 사건 용역계약 해지 및 원고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1)

피고는 2021. 8. 10. 원고가 피고의 승인 없이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D(상호 : E)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제보를 받고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고, 원고는 같은 해 8. 12. 피고에게 “당사의 귀책사유로 계약 이행을 지속할 수 없기에 이 사건 용역계약 및 계약금액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향후 이 계약 포기에 대하여 발주처인 인천시청에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서약한다.”는 내용의 용역계약 포기서를 제출하였다.

2)

피고는 2021. 8. 25. 원고에게 이 사건 용역계약의 해지를 통지하는 한편, 같은 해 10. 21.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을 ‘계약상대자의 책임있는 사유(하도급 금지조항 위반)’로, ‘처분하고자 하는 내용’을 ‘부정당업자로 5~7개월의 범위 내에서 입찰참가자격 제한’으로 하여 원고에 대한 사전통지절차를 거친 후, 같은 해 11. 8. 원고에 대한 청문절차를 실시하였다.

3)

피고는 2021. 12. 6.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5개월 간 원고의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6 내지 8, 19호증, 을 제3 내지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처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가.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이 원고에게 고지되기 이전인 2021. 12. 6.부터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라장터에 이를 게재하고, 원고의 해명은 고려하지 아니한 채 결론을 정해 둔 상태로 청문을 실시함으로써 행정절차법 제22조<1> 제1항, 제2항에서 정한 청문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하였다(이하 ‘제1 주장’이라 한다).

나.

피고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이라 한다) 제31조 제1항 제3호(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를 이 사건 처분의 근거로 삼았으나, 이는 다른 법률에 따른 하도급 제한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바, 다른 법률에 따른 하도급 제한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이 사건 용역계약에 대하여는 이 사건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규정에 따라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이하 ‘제2 주장’이라 한다).

다.

원고와 D 사이에 2021. 5. 27. 체결된 영상제작계약(이하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이라 한다)은 도급계약이 아닌 근로계약에 해당하고, 영상물 제작 용역의 특성상 하도급을 전제로 하므로 발주관서의 승인을 요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는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을 묵시적으로 승인한 바 있으므로, 원고는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한 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이하 ‘제3 주장’이라 한다).

라.

피고가 작성한 이 사건 사업에 관한 과업내용서에는 이 사건 용역계약의 해지 사유가 규정되어 있는데,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의 체결은 위 해지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이하 ‘제4 주장’이라 한다).

마.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위해서는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미리 계약조건과 그 계약조건을 위반할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 명시하여야 함에도, 피고는 이 사건 사업 공고 당시 하도급 금지 조건과 위 조건을 위반할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용역계약의 계약서에도 그와 같은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처분은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위해서는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미리 계약조건과 그 계약조건을 위반할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 명시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두43491 판결의 취지에 반한다(이하 ‘제5 주장’이라 한다).

바.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을 승인하였다거나 이 사건 용역계약 포기서를 제출하면 이 사건 처분을 하지 아니하겠다는 신뢰를 부여하였으므로, 그에 반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한다(이하 ‘제6 주장’이라 한다).

사.

영상물 제작이라는 이 사건 사업의 특성상 일부 업무 위탁은 불가피한 것으로서 업계의 관행이고,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은 실제로 이행되는 단계까지 나아가지 아니하였으며, 원고는 매출 대부분을 관급 입찰에 의존하고 있어 이 사건 처분으로 입게 되는 손해가 상당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이하 ‘제7 주장’이라 한다).

3.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판단

가.

제1 주장에 대한 판단

1)

갑 제18호증, 갑 제19호증의 1, 2의 각 기재 및 영상에 의하면, 피고가 2021. 12. 6. 이 사건 처분에 의한 제재기간이 2021. 12. 6.부터 개시된다는 취지를 나라장터 웹사이트에 게재한 사실, 이 사건 처분의 취지가 기재된 부정당업자 제재확인서가 위 개시일 이후인 같은 해 12. 8. 무렵 원고에게 송달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상대방이 있는 행정처분의 경우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의사표시의 일반적 법리에 따라 그 행정처분이 상대방에게 고지되어야 효력을 발생한다(대법원 1990. 7. 13. 선고 90누2284 판결,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두11706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이 원고에게 고지되기 전인 2021. 12. 6.을 제재일자로 하여 그로부터 5개월 간 원고에 대하여 부정당업자의 제재를 실시한다는 취지로 나라장터 웹사이트에 게재를 하였더라도, 이 사건 처분은 원고에게 고지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하게 되고, 그 고지 전에는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위와 같이 나라장터 웹사이트에 게재한 때와 부정당업자 제재확인서가 원고에게 송달됨으로써 이 사건 처분이 고지된 때 사이에는 시간적 간격이 그리 크지 아니한바, 위 부정당업자 제재확인서가 송달되기 수일 전에 이 사건 처분의 취지가 나라장터 웹사이트에 게재됨으로써 원고에게 특별히 불리한 사정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처분 전 원고의 해명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결론을 정해 둔 상태로 청문을 실시함으로써 행정절차법 제22조 제1항 및 제2항을 위반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을 제3, 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처분 전인 2021. 11. 8. 원고에 대하여 청문을 실시하였고, 원고는 위 청문절차에서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을 하도급계약으로 볼 수 없고, 위 계약은 발주관서의 묵시적인 승인을 받았으며,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의 체결은 이 사건 용역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원고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처분을 한다면 이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한다.”는 등의 의견을 진술한 사실, 청문 주재자는 당시 원고가 제출한 제안서 내용과 다르게 D(E)이 투입된 사유 등에 관한 질문을 하고 원고와 인천광역시가 제출한 소명자료들을 조사한 후 원고에게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기준에 상응하는 제재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사료되나 경감의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처분 전 원고에 대한 위 청문절차에서 의견진술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고 원고로부터 소명자료를 제출받아 이를 검토한 후 이 사건 처분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고, 달리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 청문절차에서 원고의 해명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이 사건 처분을 하기로 미리 결론을 정하여 둔 채 위 청문절차를 실시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제2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규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건설산업기본법」, 「전기공사업법」, 「정보통신공사업법」, 「소프트웨어 진흥법」 및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른 하도급의 제한규정을 위반하여 하도급한 자(하도급 통지의무 위반의 경우는 거짓이나 그 밖에 부정한 방법으로 위반한 경우만을 말한다),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한 자 및 발주관서의 승인을 얻은 하도급조건을 변경한 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한다고 정함으로써, ‘건설산업기본법 등 법률에 따른 하도급의 제한규정을 위반하여 하도급한 자’와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한 자’ 및 ‘발주관서의 승인을 얻은 하도급조건을 변경한 자’에게 입찰 참가자격 제한의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 사건 규정의 문언과 체계에 비추어 보면, ‘건설산업기본법 등 법률에 따른 하도급의 제한규정을 위반하여’는 그 뒤의 ‘하도급한 자’ 부분만을 수식한다고 보아야 하고,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한 자’ 부분까지도 수식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하도급을 금지하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는 법률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계약에 있어 그 계약상대자에 대하여는 이 사건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축소하여 해석할 합리적인 근거도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지방자치단체의 계약상대자에 대하여 건설산업기본법 등 하도급 제한규정이 존재하는 법률이 적용되는 경우에만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제3 주장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의 법적 성격

가)

관련 법리

민법 제664조는 “도급은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2859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2, 30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영상계약은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의 실질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에 반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은, D(E)이 이 사건 사업에서 요구되는 영상을 제작하여 원고에게 납품하고, 원고는 그에 관한 대금으로 125,000,000원을 지급하되, 원고는 선금으로 30%를, 시나리오 최종 컨펌 이후 15일 이내에 중도금으로 30%를, 최종본 납품 후 30일 이내에 잔금으로 40%를 각 지급하고(위 계약 제1조, 제2조 제3항, 제4조 제1항, 제3항), D은 위 용역비를 수령하면 위 계약에 포함되는 일체의 외주 비용을 책임지며(제5조 제3항), 만약 D이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계약해지 될 경우 위 대금 지급은 제작 진행 경과 및 계약 해지 사안에 따라 결정하기로 정하였다(제5조 제4항). 또한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에 의하면, D은 원고와 피고가 요구하는 제작 방향에 따라 영상물을 성실하게 제작하여 계약기간 내에 원고에게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고(제7조 제1항), 촬영을 비롯한 편집 및 제작에 다른 모든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D이 전적으로 책임지며(제7조 제2항), 위 계약에 따른 용역을 수행하는 D의 임직원 및 사원, 기타 피고용인 등에게 위 계약에 대한 모든 내용을 숙지시키고 교육시킬 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완전히 숙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는 D이 전적으로 책임지기로 하였다(제7조 제3항). 나아가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은, D이 용역 수행을 위하여 업무수행계획에 명시된 인력을 투입하여 용역수행팀을 구성하고, 위 계약을 수행하는 D의 인력이 용역 업무수행에 적합한 관련 자격 및 경력을 갖춘 자로서 효율적으로 용역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일 것을 D이 보장하며(제13조 제1항, 제2항), D이 원고로부터 위임이나 하도급에 대한 동의를 얻은 경우에도 의무와 책임은 경감 또는 면제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제8조 제2항). 이와 같은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는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도급계약에 해당하는 것이고, D이 원고로부터 지급받기로 한 금원의 성격 또한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라기보다는 일의 결과에 대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②

또한 D은 ‘E’라는 상호의 개인사업자로서 사업자등록을 마친 후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던 사람으로서,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에 있어서도 그와 같은 독립된 개인사업자의 지위에서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게 납품할 영상을 제작하여 원고에게 인도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기로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가 주장하는 바에 의하더라도 원고의 취업규칙과 복무규정은 일반 사무직 및 내부 제작팀 등 상시 고용한 내근 직원들에게 주로 적용되었다는 것이고, D과 같은 ‘외부 제작팀’에 속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원고의 취업규칙 및 복무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D은 원고로부터 구체적인 근로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받은 바 없이 자유롭게 근무하면서 원고 사무실 내부에 상주하지 아니하였고, 회사 업무 외의 겸업 및 겸직도 가능한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므로, 원고와 사이에 종속적인 관계에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한편, 원고는 D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원고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는 증거로 갑 제9, 23, 24호증의 각 기재 등을 들고 있다. 위 각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D에 대하여 이 사건 사업 관련 회의 일정을 공유하고, 기획안 수정을 요청하였으며, 피고의 의견을 전달하는 등의 대화를 나눈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고, 이는 근로자에 대한 업무지시나 근로관리의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도급업무 완성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일 뿐이다. 그리고 원고가 D을 원고의 소속으로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이른바 4대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와 D 사이에 고용관계의 실질을 가지는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위와 같이 D이 피보험자격을 취득하였음을 신고하는 방법으로 비교적 용이하게 D을 4대보험에 가입시킬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국민건강보험법 제9조 제2항, 국민연금법 제21조 제1항,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그 가입시기마저 2021. 7. 1.로 이 사건 용역계약 및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 체결 이후 1달이 더 경과한 시점이어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이 근로계약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2>

2)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이 발주관서의 승인을 요하는 하도급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2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은 발주관서인 피고의 승인을 요하는 하도급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는 이 사건 사업의 입찰공고문에 ‘단독이행만 가능(공동수급 불가, 하도급 불가)’하다는 점을 명시하였고, 이 사건 사업의 과업내용서도 ‘새로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제작하거나, 하청 또는 재하청업체로 하여금 제작하도록 하였을 경우’ 이 사건 용역게약의 해지 사유에 해당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②

원고는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 과정에서 원고가 ‘F 홍보영상 제작’, ‘G 홍보영상 제작’, ‘H 홍보영상물 제작’, ‘I 홍보영상’ 등 이 사건 사업과 유사한 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많고 다수의 수상 경험을 가진 업체임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 과정에서 원고의 운영․제작인력 명부를 통해 해당 인력의 성명, 직위, 학력 및 전공, 해당 분야 업무경력까지 상세히 밝히면서 다수의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③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서상 ‘계약건명’이 이 사건 사업으로 되어 있고, 그 목적은 이 사건 용역계약에서 요구되는 영상제작을 D의 개인사업체인 ‘E’에 의뢰하는 것이라는 점도 명시되어 있으며,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의 제작금액은 125,000,000원으로서 이 사건 용역계약의 계약금액인 170,280,000원의 70퍼센트를 초과하는 금액이라는 점에서도, D이 단순히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부수적인 업무만을 위탁받아 수행하기로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작계약의 실질이 근로계약이라는 종전 원고의 주장에 배치되는 주장일 뿐 아니라, 원고와 D 사이에 원고의 주장과 같은 별도의 근로계약이 존재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도 찾기 어렵다.

④

원고는 이 사건 용역계약의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지 아니할 염려가 없는 경우라면 별도로 피고의 승인이 요구되지도 아니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지방계약법 제31조 제1항은 제1호 내지 제8호에서 주된 입찰참가자격 제재사유를 열거하되, 제9호에서 ‘그 밖에 입찰․계약 관련 서류를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입찰․계약을 방해하는 등 경쟁의 공정한 집행을 저해할 염려가 있는 자,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 또는 이행 관련 행위를 하지 아니하거나 방해하는 등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자, 그 밖에 다른 법령을 위반하는 등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자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 대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92조 제2항에서 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지방계약법 제31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8호에서 정한 제재사유에 대하여는 구 지방계약법(2018. 12. 24. 법률 제1604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항에서 정하던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우려가 있는 자, 그 밖에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제재를 부과할 수 있지만, 지방계약법 제31조 제1항 제9호에서 정한 제재사유에 대하여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지방계약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92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경쟁의 공정한 집행을 저해할 염려가 있는 자,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자, 다른 법령을 위반하는 등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해당하는 자로서 각 분류된 제재사유에 해당하여야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의 제재사유에 해당한다는 점 외에 그러한 사유로 인하여 ‘경쟁의 공정한 집행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의 존재’라는 전제요건까지 충족되어야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피고가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의 체결을 승인하였는지 여부

원고는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 과정에서 D을 ‘전속 프리랜서’로 소개하면서 ‘협업’한다는 사실을 명시하였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 체결 사실을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각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은 사실상 업무 전반을 하도급하는 내용이었다는 점, ② 피고와 D이 주고받은 이메일(갑 제30호증)의 기재 내용에 의하더라도, D은 스스로를 ‘A(원고) D’이라고 소개하였고, D이 위와 같이 영상 제작에 관하여 원고로부터 수급을 한 사실을 피고가 충분히 인식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기 어려운 점, ③ 원고가 주장하는 바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명시적으로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의 체결을 승인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들고 있는 사정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 체결 사실 및 그 내용을 충분히 알면서도 이를 승인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라.

제4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의 체결이 이 사건 용역계약의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설령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곧바로 승인받지 아니한 하도급을 이유로 장래를 향하여 원고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인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게 된다고 보아야 할 아무런 근거도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마.

제5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이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두43491 판결에 배치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은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시한 경우에 한하여 계약의 주요조건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2021. 1. 5. 법률 제178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제8호 (나)목과 그 위임에 의한 구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2021. 7. 6. 대통령령 제318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 제1항 제2호 (가)목이 적용된 사건으로서, 지방계약법이 적용되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바.

제6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을 승인한다거나 이 사건 용역계약 포기서를 제출하면 이 사건 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부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반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행정상의 법률관계에 있어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첫째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하고, 둘째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대하여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셋째 그 개인이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상응하는 어떠한 행위를 하였어야 하고, 넷째 행정청이 그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그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위 견해표명에 따른 행정처분을 할 경우 이로 인하여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어야 한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4두1359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피고가 이 사건 영상제작계약의 체결을 승인하였다고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용역계약 포기서를 제출하면 이 사건 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

제7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과 그 위반의 정도, 그 처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상의 필요와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침해의 정도와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두542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것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않아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다. 따라서 그 처분의 적법 여부는 처분기준만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처분기준에 부합한다 하여 곧바로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그 기준을 적용한 결과가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섣불리 그 기준에 따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으로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①

지방계약법령이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하여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적격자를 선정하도록 정하면서도,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향후 지방자치단체가 입게 될 불이익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입찰의 공정성 및 계약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하여 일정 기간 동안 입찰참가를 배제할 수 있도록 정한 취지를 고려할 때,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을 엄정하게 규제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크다[헌법재판소 2016. 6. 30. 선고 2015헌바125, 290(병합) 결정 참조].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모든 유리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위와 같은 공익 목적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써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전혀 비교형량 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

②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1항 [별표 2] 제5호 라목은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한 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을 5개월 이상 7개월 미만으로 정하고 있는바, 원고의 위반행위의 내용과 정도, 경위, 입법 목적 등에 비추어, 원고에 대한 제재기간을 5개월로 정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지방계약법령이 정한 제재기준에 부합한다. 달리 위 처분기준이 헌법과 법률에 합치되지 않는다거나 피고의 제재 양정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객관적인 사유를 찾기 어렵다. 또한 피고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를 차별하였다거나 일반적으로 적용하여 온 기준과 어긋나게 공평을 잃은 제재조치를 선택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반하여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처분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

③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용역계약의 대상이 되는 업무 전반을 D에게 도급하는 등 그 위반행위의 내용이 경미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일정 기간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공적 피해를 예방하고, 입찰 및 계약 이행의 공정성과 충실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위반행위에 상응하는 상당한 정도의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보인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강균(재판장) 김석범 고승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