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2. 10. 13. 선고 2021나53620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원고의 대표자 변동

1)

원고는 2007. 4. 4. 온천 개발업, 부동산 개발 및 분양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자본금 5,000만 원의 회사이다. 원고의 대표이사는 설립 이후 2016. 5. 26.까지 M, N, O, P, Q, R로 변경되어 왔다.

2)

F은 2016. 5. 26. 원고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취임하였다가 2016. 12. 16. 사임하였다.

3)

G는 2016. 12. 16. 원고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취임하였다가 2017. 2. 8. 사임하였다.

4)

H은 2017. 2. 8. 원고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취임하였다.

5)

M, N, S는 2017. 8. 18. 원고(대표자 사내이사 H)를 상대로 주주총회결의 부존 재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17가합58082). 위 사건에서 2018. 2. 21.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에 의하면 원고의 주주명부상 주주는 M, N, S라 할 것이고, 그 주식의 실제 소유자가 J이라고 하더라도 회사는 이를 이유로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행사를 부인할 수 없는데, G가 원고의 1인 주주로서 2016. 12. 16.자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취임하기로 하는 결의에 동의한다는 서면결의 동의서가 첨부된 주주총회의사록이 존재하고, H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2017. 2. 8.자 주주총회결의가 실제 소집절차와 회의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가 2017. 2. 8.자 주주총회에서 H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결의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 판결은 2018. 10. 2. 항소취하 간주로 확정되었다.

6)

위 판결 확정에 의하여 G는 2018. 11. 9. 원고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회복등기되었다가 2018. 11. 30. 사임하였고, F이 2018. 11. 30. 원고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취임하였다.

나.

이 사건 근저당권의 설정 및 원고의 소유권 취득

1)

J은 별지 제1목록 제1, 2, 3항 기재 각 부동산의 소유권을 실질적으로 보유하면서 그 지상에 제1종 근린생활시설(목욕장)을 신축하기로 하고, 2010. 3. 19.경 원고를 건축주로 하는 건축허가를 신청하여 2010. 5. 20.경 옹진군수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2)

T은 2012. 8. 22. 별지 제1목록 제1, 2, 3항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하여 2012. 7. 1.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는 J이 T과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T 명의로 등기한 것이다.

3)

별지 제1목록 제1, 2, 3항 기재 각 부동산 및 S 명의의 별지 제1목록 제4항 기재 부동산의 1/2 지분(위 각 부동산을 가리켜 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2014. 8. 1.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다(인천지방법원 U). 위 임의경매절차에서 L은 2015. 11. 12.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였다.

4)

H이 원고의 사내이사로 취임한 후인 2017. 2. 14. 피고 B, C, D은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의 신축 중인 건물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대여하기로 하고, 아래와 같이 피고 B은 1억 원, 피고 C는 3억 원, 피고 D은 2억 원을 대여하였다.

가)

피고 B은 2017. 2. 14. 피고 C에게 1억 원을 입금하였다.

나)

피고 C는 2017. 2. 14. 피고 B으로부터 입금받은 위 1억 원을 합하여 이 사건 토지 소유자인 L에게 2억 1,600만 원, L으로부터 업무처리를 위임받은 V에게 8,400만 원, H에게 1억 원 합계 4억 원을 입금하였다.

다)

피고 D은 2017. 2. 14. H에게 2억 원을 입금하였다.

5)

L과 피고 B, C, D은 2017. 2. 14. 위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각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 B, C, D은 2017. 2. 14.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원고를 채무자로 하는 각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접수번호 제48353호). 피고 B의 채권최고액은 1억 5,000만 원, 피고 C의 채권최고액은 4억 5,000만 원, 피고 D의 채권최고액은 3억 원이다.

6)

피고 D, E은 원고에게 자금을 대여하기로 하고, 아래와 같이 피고 D은 2억 5,000만 원, 피고 E은 1억 원을 대여하였다.

가)

피고 D은 2017. 3. 14. 5,000만 원, 2017. 7. 13. 4,000만 원, 2017. 7. 17. 8,000만 원, 2017. 7. 18. 4,770만 원 합계 2억 1,770만 원을 H에게 입금하였고, 2017. 7. 14. 1,000만 원, 2017. 7. 18. 1,100만 원을 등기 업무에 관여한 법무사 W에게 입금하였다(피고 D이 2017. 2. 14. 대여한 2억 원에 대한 이자로 1,130만 원이 공제된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 E은 2017. 3. 14. H에게 8,000만 원을 입금하고, 액면금 1,000만 원의 자기앞수표 2매를 교부하였다.

7)

I은 2017. 8. 8.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미등기의 별지 제2목록 기재 각 부동산(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에 관하여 가압류신청을 하여 2017. 8. 18. 가압류결정을 받았다(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7카단50152). 법원의 가압류기입등기 촉탁으로 2017. 8. 22.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원고를 소유자로 하는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다.

8)

피고 D, E은 2017. 8. 22.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원고를 채무자로 하는 각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접수번호 제306869호). 피고 D의 최권최고액은 3억 7,500만 원, 피고 E의 채권최고액은 1억 5,000만 원이다.

9)

피고 B, C, D은 이 사건 건물을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위 근저당권의 공동담보에 추가하기로 하는 약정에 따라 2017. 8. 22.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원고를 채무자로 하는 각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접수번호 제306870호. 피고들 명의의 위 5), 8), 9)의 각 근저당권을 가리켜 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 하고, 그 원인이 된 각 대여계약을 ‘이 사건 대여계약’이라 한다).

10)

원고는 2019. 1. 3.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2018. 12. 27.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다.

J, I에 대한 형사사건

1)

J은 2019. 2. 19.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위반죄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2019. 11. 28.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인천지방법원 2018고합161, 281, 서울고등법원 2019노778, 대법원 2019도

14116).

2)

J에 대한 위 형사사건에서 인정된 범죄사실은 다음과 같다.

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J은 2012. 8.경 피해자 주식회사 X의 대리인 Y에게 J 소유인 별지 제1목록 제1항 기재 부동산 외 3필지 지상에 ‘Z’ 건물 신축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실은 피해 회사가 건물 신축공사를 진행하더라도 약정대로 기성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기성금을 지급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 회사로 하여금 2013. 4.경까지 지하 2층 공사를 완료하게 하여 공사비용 621,189,981원 상당의 피해를 가하고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나)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위반죄

J은 2012. 8. 중순경 J 소유인 별지 제1목록 제1, 2, 3항 기재 각 부동산을 T에게 명의신탁하기로 약정하고 2012. 8. 22.경 위 각 부동산에 대하여 T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하였다.

3)

I은 2020. 1. 17.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아 2020. 10. 6.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인천지방법원 2018고정2787, 인천지방법원 2020노331).

4)

I에 대한 위 형사사건에서 인정된 범죄사실은 ‘I은 원고의 사업장에서 2017. 1. 9.부터 2017. 12. 6.까지 근로한 ○○○, 2016. 12. 24.부터 2017. 8. 26.까지 근로한 ○○○, 2017. 1. 15.부터 2017. 6. 2.까지 근로한 ○○○, 2017. 2. 7.부터 2017. 6. 3.까지 근로한 ○○○의 임금 합계 29,993,935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위 사건에서 I은 ‘원고는 J의 소유로서 자신은 J의 지시사항을 근로자들에게 전달하였을 뿐 실질적인 경영자가 아니므로 임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J이 원고의 실소유주이자 사업주인 사실’을 인정한 후 ‘I이 원고의 실소유주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의 결정 등에 있어 원고의 사업주인 J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아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6, 7, 9, 17호증, 을 제2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I의 일부 증언, 이 법원 증인 L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H이 위법하게 원고의 대표자로 취임한 후 원고를 채무자로 하는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피고들로부터 돈을 빌려 개인적으로 유용하였으므로, 이 사건 근저당권은 그 피담보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모두 말소되어야 한다.

나.

피고 D, E의 주장

원고는 H의 사내이사 명칭 사용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허락하였고, 피고들은 H이 적법한 주주총회결의 없이 사내이사로 선임되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원고에게 돈을 빌려주었으므로, 원고는 상법 제395조에 따라 H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원고의 귀책사유로 H이 사내이사로 등기되었고, 피고들은 위 등기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원고는 상법 제39조에 따라 피고들에게 대항할 수 없다.

다.

피고들의 주장

원고는 H의 무권대표행위를 추인하였다.

3.

판단

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2017. 2. 8.자 주주총회에서 H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결의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으므로, H은 원고의 적법한 대표자가 아니다.

상법 제380조에 의해 준용되는 상법 제190조 본문에 따라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은 제3자에 대하여도 효력이 있다. 상법 제380조는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확인 판결에 이른바 판결의 불소급효를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190조 단서를 준용하고 있지 않으므로, 상법 제190조 단서를 준용하여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확인 판결의 효력을 제한할 수는 없고, 그 결과 발생하는 제3자 보호의 문제는 상법이나 민법상의 선의의 제3자 보호규정 등에 의하여 개별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2996 판결 참조).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H이 원고의 대표자 지위에서 피고들과 체결한 이 사건 대여계약은 원고를 대표할 적법한 권한이 없는 자와 사이에 체결된 것이어서 효력이 없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대여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된 이 사건 근저당권은 그 피담보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말소되어야 한다(원고는 별지 제1, 2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하여 설정된 각 근저당권의 말소를 구하나, 별지 제1목록 제4항 기재 부동산에 관하여는 그 중 1/2 지분에 대해서만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

원고는 피고 B, C, E이 H 개인 재산에 대하여 가압류 또는 강제경매신청을 한 것을 들어 이 사건 근저당권이 H 개인의 대여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를 채무자로 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체결된 점, 대여금 중 상당 부분이 원고를 위하여 사용된 점, H은 원고의 대표자 지위에서 ‘본인이 귀하로부터 근저당설정등기를 필하고 차용함에 있어 부득이 대리인 H에게 차용금 중 제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지불하여 주실 것을 위임합니다’라는 내용의 금전수령위임장을 작성한 점, H은 원고의 대여금채무를 연대보증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와 H은 공동발행인으로서 위 피고들에게 대여금 상당의 약속어음을 발행한 점 등에 비추어,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한편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 B, C, D의 각 근저당권은 당시 소유자인 L과 위 피고들 사이의 합의에 따라 설정되었으나, 그 피담보채무는 원고의 위 피고들에 대한 대여금채무이고, 이후 원고가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므로, 원고는 소유권에 기하여 피담보채무의 흠결을 이유로 위 각 근저당권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

나.

표현대표책임의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상법 제395조는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는 그 이사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경우에도 회사는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그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법 제395조의 규정은 표시에 의한 금반언의 법리나 외관이론에 따라 대표이사로서의 외관을 신뢰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와 같은 외관의 존재에 관하여 귀책사유가 있는 회사로 하여금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그들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지도록 하려는 것으로, 회사가 이사의 자격이 없는 자에게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게 허용한 경우는 물론 이사의 자격도 없는 사람이 임의로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방치하여 소극적으로 묵인한 경우에도 위 규정이 유추적용된다(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34709 판결,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4다17702 판결 등 참조). 주주총회를 소집, 개최함이 없이 의사록만을 작성한 주주총회결의로 대표자로 선임된 자의 행위에 대하여 의사록 작성으로 대표자격의 외관이 현출된 데에 대하여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음이 인정될 경우 상법 제395조에 따라 회사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이 경우 의사록을 작성하는 등 주주총회결의의 외관을 현출시킨 자가 사실상 회사의 운영을 지배하는 자인 경우와 같이 주주총회결의 외관 현출에 회사가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경우에는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2. 8. 18. 선고 91다14369 판결,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7다60455 판결 등 참조).

2)

항변에 대한 판단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H이 원고의 대표자라는 외관이 현출된 데에 대하여 원고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로서는 H을 적법한 대표자로 믿고 거래한 피고들에 대하여 그 책임을 진다. 이에 관한 피고 D, E의 항변은 이유 있다.

①

J은 원고의 목적 사업을 달성하는 데에 필수적인 이 사건 토지를 T 명의로 소유하고 있었다. J은 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사건에서 자신이 이 사건 건물의 실질적 건축주로서 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인정하였고, 공사대금 편취의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I에 대한 위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은 H이 사내이사로 취임한 후에 원고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지급의무의 주체가 다투어진 것인데, J은 그 사건에서도 ‘원고의 실소유주가 자신이다. 당시 자신의 직업적 특성으로 대표이사 등기를 할 수 없었으나, 자신이 원고를 통하여 찜질방 운영을 하려 하였고, 이로 인한 비용 및 이익을 자신의 계산으로 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 원고의 현장소장으로 근무한 K도 원고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사람은 J이라고 진술하였다. 이에 따라 ‘I은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원고의 실소유주이자 사업주인 J을 위하여 행위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형사판결이 확정되었다. 그 외에 등기상 유일한 사내이사이던 F이 원고의 실질적인 대표자로서 대표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다. 이에 비추어 보면, J이 원고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②

I에 대한 위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에서 법원은 ‘I은 원고가 시행하려고 하는 온천 사업에 상당한 금액을 대여하거나 투자하였고, 직업적 특성으로 대표이사가 될 수 없는 J을 대신하여 I의 배우자인 H이 대표이사로 등기되었으며(일부 임금은 H 명의로 근로자들에게 지급되기도 하였다), I은 사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근로자들의 채용 및 업무지시에 관여하였는데, I은 J과의 공통된 이해관계에 따라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지고 운영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J은 경찰공무원이었던 관계로 사업장에 상주하지 아니하면서 I이 주로 현장에서 근로자들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는 등으로 사업의 운영에 관여하는 것을 용인하였는바, 그와 같은 I의 사업 관여에 관한 J의 태도, J과 I의 금전관계, J의 신분적 특성 등에 비추어 볼 때, J은 묵시적으로나마 I에게 근로자들을 채용하거나 근로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일정한 권한을 부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I 역시 위 형사사건과 이 사건 제1심에서 ‘원고의 실소유주 J의 부탁에 따라 자신의 배우자 H이 사내이사직을 맡게 되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원고의 유일한 사내이사이던 F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H이 사내이사로 취임하기 전에 이미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에 비추어 보면, H은 회사 운영을 사실상 지배하는 J의 의사에 따라 원고의 사내이사로 취임한 것으로 보인다.

③

F 명의로 2016. 12. 16. ‘본인은 일신상의 형편으로 원고의 사내이사 직을 사직하고자 합니다’라는 내용의 사임서가 작성되었다. 원고는 위 사임서와 관련하여 ‘G가 2016. 12. 16. K을 시켜 F에게 원고와 관련하여 일을 하는데 위임장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백지 상태인 A4용지 2매에 인감도장을 받아 보관하고 있음을 기화로 F 명의의 위 사임서를 위조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되고, 그 문서의 전부 또는 일부가 미완성된 상태에서 서명날인만 먼저 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이례에 속하므로, 완성문서로서의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뒤집으려면 그럴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간접반증 등의 증거가 필요하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62977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두2121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위 사임서에 날인된 인영이 F의 인감도장에 의하여 날인되었음을 알 수 있는 반면 F과 M, N, S 명의의 고소장(갑 제8호증) 외에 F이 백지 상태의 문서에 날인만 먼저 하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는 없다. 오히려 위 고소장에는 ‘G, H 등이 공모하여 2016. 12. 16. 당시 사내이사인 F이 법인을 넘기려고 하면서 회사에 출근하지 못하고 동두천에서 일을 처리하느라 바빠서 현장에 자주 내려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F에게 찾아와 법인을 넘기기 위하여 F 명의로 발급받을 서류들이 많은데 본인이 직접 와서 처리해야 하지만 인천으로 와서 직접 처리하지 못하니 다른 사람이 대리하여 그 일을 처리하려면 F 위임장이 필요하다며 위임장만 작성해 사용하겠으니 빈 용지에 인감도장만 날인하여 달라는 제의를 하면서 아무 것도 기재되지 않은 A4용지 2매를 내밀기에 위임장 용도로만 작성하여 사용하기로 빈 A4용지 2매 아랫부분에 F 인감도장을 날인하여 주면서, 법인을 넘기는 때는 중요한 일이니 반드시 F이 확인하고 도장을 직접 찍어주겠다고 다짐을 받았습니다. 이후 아무 연락도 없었기에 계속 일이 진행 중에 있는 것이라 믿고 있었는데 I이 온천개발 관련 고소한 사건에 2017. 8. 3.경 J이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에 의하면, F은 적어도 G, H에게 원고의 업무처리를 포괄적으로 위임하였고 향후 원고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을 의사였음을 알 수 있다. 그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F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실제로 원고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그 동안 J, G, H 외에 원고의 대표권을 행사한 다른 사람도 없다. 결국 H이 원고의 대표권을 행사한 것이 F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④

원고 및 실질적 운영자 J은 온천 사업을 계속할 자력이 없는 상태였다. J은 이 사건 건물의 지하 2층 공사에 대한 기성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로 형사처벌을 받았고, T 명의로 소유하던 별지 제1목록 제1, 2, 3항 기재 각 부동산은 임의경매절차를 통하여 L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상태였다. 원고는 이처럼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대여받아 이 사건 토지를 다시 취득하고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를 계속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H은 원고의 대표자 지위에서 이 사건 토지 및 향후 완공될 이 사건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피고들로부터 합계 9억 5,000만 원을 대여받았다. H은 그 중 3억 원을 이 사건 토지 소유자인 L 측에 직접 지급되도록 하고, 원고의 계좌로 2억 원이 넘는 돈을 입금하여 근로자들의 임금 등 원고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였으며, 이 사건 건물을 완공하였다. F과 원고의 주주명부상 주주들은 그 과정에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다가 이 사건 건물이 완공될 무렵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G, H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각 주주총회결의가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개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서는 H의 대표자 명칭 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하였거나 방치한 것으로 보인다.

⑤

대표이사가 대표권의 범위 내에서 한 행위라도 회사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한 경우에 그 행위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되고(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다3649 판결,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7다23807 판결 등 참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법리는 상법 제395조에서 정한 표현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3다5091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설령 H이 피고들로부터 차용한 금원 중 일부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으로 그 권한을 남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이 대여금 중 일부를 H 계좌에 입금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대여계약 체결 당시 피고들이 H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는 I이 ‘피고들은 H이 아니라 J이 원고의 실제 대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증언한 점, F 등이 H을 사문서위조 등으로 고소한 점,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가 이루어진 직후 피고들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점 등을 들어 피고들이 H에게 원고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음에 있어서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표현대표이사의 행위에 대하여 회사가 책임을 면하는 경우에 있어서 제3자의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제3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표현대표이사의 행위가 대표권에 기한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대표권에 기한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거래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서 공평의 관점에서 제3자를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다40432 판결, 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3다509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회사의 실제 운영자가 따로 있더라도 원칙적으로 등기된 대표자가 회사를 상대로 한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되어야 하는 점, 피고들이 위 고소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근저당권의 설정시점은 H의 대표권 유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이 H에게 원고의 대표권이 없음을 알았다거나 그 대표권이 있다고 믿은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무권대표행위의 추인 여부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무권대표행위를 포함하여 무효행위의 추인은 무권대표행위 등이 있음을 알고 그 행위의 효과를 자기에게 귀속시키도록 하는 단독행위로서 그 의사표시의 방법에 관하여 일정한 방식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므로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묻지 않고, 본인이 그 행위로 처하게 된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진의에 기하여 그 행위의 효과가 자기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다면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9다37718 판결, 대법원 2021. 4. 8. 선고 2020다284496, 284502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서는 H이 원고의 대표자로서 체결한 이 사건 대여계약의 법적 효과가 원고에게 귀속되는 것을 승인함으로써 이를 묵시적으로 추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관한 피고들의 항변은 이유 있다(피고 D, E에 대하여는 표현대표책임의 성립을 인정하므로, 피고 B, C 부분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①

앞서 표현대표책임의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H은 원고의 실질적 운영자인 J의 의사에 따라 또는 원고의 묵인 내지 방치에 따라 원고의 대표자로서 이 사건 대여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로서는 H의 행위로 처하게 된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②

H은 이 사건 토지 및 향후 완공될 이 사건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하고 이 사건 대여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들로부터 차용한 돈으로 이 사건 토지 취득자금 3억 원을 지급하고 이 사건 건물을 완공하였다. 원고는 H에 대한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확인 판결이 확정된 후 이 사건 토지 소유자인 L에게 추가로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였음을 전제로 피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의 말소를 구하고 있고,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의 소유관계에 관한 원고의 입장을 밝히라’는 이 법원의 석명에도 마찬가지로 원고가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의 소유자라고 답변하였다. H이 원고의 대표자로서 체결한 이 사건 대여계약 및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은 원고의 목적 사업 수행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 속하는 것이므로, 원고의 이러한 태도는 결국 이 사건 대여계약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승인하고 그에 따른 법적 효과를 자신에게 귀속하는 의사로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원고가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 취득만을 유효한 것으로 삼고 그 과정에서 체결된 이 사건 대여계약은 무권대표행위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③

원고는 이 사건 토지 소유자 L과 사이에 2018. 12. 27.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2019. 1. 3.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주장하면서 매매계약서(갑 제16호증)를 증거로 제출하였고, 이 사건 토지의 등기사항증명서에도 등기원인이 ‘2018. 12. 27. 매매’로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위 매매계약서에는 매매대금 1억 6,000만 원을 계약 시 지급한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원고가 그 무렵 L에게 위 매매계약서상의 대금을 실제로 지급하였음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는 점, L 측에게 2017. 2. 14. 이 사건 토지 매매대금에 상응하는 3억 원이 지급되었고, L은 이 법원에서 ‘위 3억 원 외에 별도로 매매대금을 받지 않았다’고 증언한 점, 원고와 L은 위 3억 원이 지급될 때부터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2018. 12. 27.자 매매계약서는 단지 기존 매매계약을 확인하거나 승계하는 차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G, H이 사내이사로 등기되기 전에 이미 L과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도 주장하나, 갑 제11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원고는 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도 불구하고 위 2018. 12. 27.자 매매계약서 외에 다른 매매계약서를 제출하지 못하였고, 원고가 주장하는 매매계약의 구체적인 내용도 밝히지 못하였다.

4.

결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원용일(재판장) 박정운 권성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