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4. 1. 9. 선고 2022가단28698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2019. 12. 12. 금속가공제품 제조 ·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인 원고에 입사하여 대리로 근무하다가 2022. 10. 31.자로 퇴사한 사람이며, C는 원고의 과장으로, 피고와 C는 주식회사 D에서 함께 근무한 바 있다.

나.

원고, C 및 피고는 2022. 7. 11. 아래와 같은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였다.

다.

또한,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합의 당시 아래와 같은 내용의 확약서(이하 '이 사건 확약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청구원인

피고는 평소 많은 동료 직원들과 분쟁을 일으키고, 주어진 업무에 소홀하였으며, 자신의 업무를 후배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등 회사 내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던 중, 2022. 7.경 C 등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원고에게 조사를 요청해 왔고, 이에 대해 C는 피고가 정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하며, 몰래 C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열람하여 개인정보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원고에게 피고에 대한 징계 및 조치를 요청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와 C를 면담한 뒤 주로 피고의 의견 및 요청을 받아들이고 C를 설득하여 이 사건 합의서 및 확약서를 작성하였고, 당시 피고는 임의로이 위 합의서 및 확약서 내용과 같이 원고로부터 위 확약서에 한정적으로 열거된 혜택을 부여받되 그 외에는 원고에게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고 2022. 10. 31. 퇴사하며, 원고에 대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소송, 고발, 정부기관에의 탄원 등 일체의 법적 조치를 하지 않기로 약정하였고, 원고에게 배려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22. 9. 30.경 원고에게 2022. 9. 1.부터 2개월간 진행되고 있던 육아휴직 기간에 4개월의 기간을 추가해 주고, 피고의 퇴사일을 2023. 2. 28.로 미루어달라는 이 사건 확약서 내용에 반하는 요구를 하면서, 이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지방고용노동청에 원고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피고의 육아휴직 신청을 거부하였다는 취지의 신고를 함으로써 이 사건 합의서 내용을 위반하였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위 합의서에서 정한 손해배상금 또는 위약금 5,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법률행위는 법률행위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한다(대법원 2001. 2. 9. 선고 99다38613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합의서 내용의 유 · 무효 여부

1)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당시 '피고는 원고 및 C에 대하여 원고 등에서 재직하면서 개인정보 침해, 정당한 업무 거부, 회사 내 괴롭힘을 포함하여 발생한 모든 업무, 정보, 사적, 공적인 관계 등에 있어 퇴직 후나 재직시 어떠한 경우에도 상호 소송, 고발, 정부기관에의 탄원 등을 일체 하지 않기로 동의한다'는 내용의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합의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당연히 보장되는 피고의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는데, 위 주장 속에는 위 합의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고 충분히 선해할 수 있고, 한편,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는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할 것인바(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1다74322 판결 참조), 위 합의의 유 · 무효 여부에 대하여 본다.

2)

살피건대, 위와 같은 내용의 이 사건 합의를 법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결국 위 합의는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소극적 소송요건의 하나인 부제소 합의는 합의 당사자가 처분할 권리 있는 범위 내의 것으로서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될 때 허용되며, 그 합의 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63988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 합의는 합의의 대상이 되는 법률관계를 특정하지 않은 채 피고의 퇴직 전 · 후에 걸쳐 어떠한 경우에도 일체의 민사상 소송이나 법적 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는바, 이는 지나치게 포괄적이며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하여서도 이의 제기를 전면 금지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소극적 소송요건인 부 제소 합의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만약 이와 같이 소송법적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는 무효의 부제소 합의에 대하여 합의의 당사자 사이에서는 그 효력을 인정하여 합의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인정하게 된다면, 결국 민사소송 절차에서 포괄적 부 제소 합의를 금지하는 취지를 몰각시키고 당사자의 소송상 권리 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그렇다면 포괄적 부제소 합의를 포함하는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은 당사자 사이에서도 인정되어서는 아니 된다.

나)

피해자의 고소권은 형사소송법상 부여된 공법상 권리로서 그 권리의 성질상 자유로운 처분이 제한되는 것이므로 형사소송법이 고소권의 포기를 허용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만큼 고소 전에 고소권을 미리 포기할 수는 없다(대법원 1967. 5. 23. 선고 67도471 판결, 대법원 1999. 12. 21. 선고 99도4670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 합의 중 피고가 원고 등에 대하여 일체의 고발이나 법적 조치 등을 하지 않도록 하는 부분에는 형사상 고소권의 사전 포기가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위 법리에 비추어 형사소송절차에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음이 명백하고, 만약 이와 같이 소송법적으로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는 고소권의 사전 포기 약정에 대하여 약정의 당사자 사이에서는 그 효력을 인정하여 약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인정하게 된다면, 결국 형사소송절차에서 고소권의 사전 포기를 금지하는 취지를 몰각시키고 피해자의 고소권 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그렇다면 고소권의 사전 포기를 포함하는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은 당사자 사이에서도 인정되어서는 아니 된다.

다)

또한,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합의의 대상이 되는 법률관계가 특정되지 않았음에도 민 · 형사상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일방 당사자의 고의에 기한 장래의 불법행위에 대하여서도 민 · 형사상 전혀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없게 되고 악의적 범죄가 은폐될 수도 있으므로 정의관념에 비추어 도저히 허용될 수 없고, 이는 설령 이 사건 합의서 및 협약서의 작성 동기 및 경위 등이 원고의 주장과 같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라)

특히 원고가 이 사건에서 이 사건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피고의 지방고용노동청에 대한 원고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 신고는, 노동 관계 법령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등에 근거한 것으로서, 범인에 대한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가 포함된 고소 · 고발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22. 1. 13. 선고 2015도6329 판결 참조).

마)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합의서에는 피고가 원고 또는 C에 대하여 이 사건 합의를 위반할 경우 원고 또는 C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위반의 종류, 정도 및 횟수 등에 대한 아무런 정함이 없는 점, 위 금액의 정도 등에 위에서 본 사정들을 더하여 볼 때, 이는 부당하게 과다한 손해배상액 또는 위약벌을 예정하여 위 합의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으로서 공서양속에 반한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진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