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0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B으로부터 금전을 차용한 후 그 금전을 갚기 위한 일환으로 피해자 회사를 설립하고 협업관계를 시작하였다. 피고인은 그 이후에도 C 주식회사(이하 ‘C’라 한다) P사업본부의 본부장 및 D 개인사업자로서 사업을 운영하였으며, 이와 같은 운영은 렌탈업계의 관행 및 정산방식에 비추어 정당하다. 피고인이 기존의 직원과 매출처를 피해자 회사로 넘긴 것은 B과의 협업의 내용일 뿐이었고,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 소속 근로자가 아니라 협업관계에 기초하여 영업본부장으로서 영업업무를 한 것이다.
결국 피고인과 피해자 회사 사이의 협업관계는 피고인이 B에 대한 채무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고, 위 약정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뿐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은 D의 판매수수료를 B에게 귀속시킬 계약상 의무가 없었다.
설령 피고인의 업무상 배임행위에 따른 피해자 회사의 손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는 하위 판매업체들에게 지급하는 판매수수료 부분을 공제하고 남은 최대 순수익인 20,063,880원에 한정된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았다거나 D의 판매수수료를 피해자 회사에 귀속시킬 의무가 없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타인과의 내부적인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그 관계에 기하여 타인의 재산적 이익 등을 보호ㆍ관리하는 것이 신임관계의 전형적ㆍ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그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ㆍ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하여야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ㆍ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위임 등 계약에 기하여 위임인 등으로부터 맡겨진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약정된 보수 등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또는 매매 등 계약에 기하여 일정한 단계에 이르러 타인에게 소유권등기를 이전하는 것이 대금 등을 얻고 자신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무를 처리하는 이는 상대방과의 신임관계에서 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ㆍ관리하여야 할 지위에 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D의 매출을 어디에 귀속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D를 운영하는 피고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이 든 사정에(다만 원심판결문 제8면 제7행의 “피해자 회사 소속의 근로자로 근무하면서”를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영업업무를 수행하면서”로 고쳐 원용한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ㆍ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더하여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서 C의 위탁에 따라 렌탈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해당 계약을 피해자 회사 명의의 실적으로 제출하여 그 판매수수료 전액을 피해자 회사로 귀속시켜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고, 원심 판시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그 임무를 저버린 것으로서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인정된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은 여러 사업체 명의로 렌탈계약을 체결해 왔고 이와 같은 운영은 렌탈업계의 관행 및 정산방식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일반적인 경우에 어떠한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를 결정할 자유를 가진다는 것과 이 사건에서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영업업무를 수행하면서 렌탈계약 체결에 따른 판매수수료를 피해자 회사에게 귀속시킬 업무상 임무를 부담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피고인이 작성한 공약서 및 내용이행각서의 문언, 피고인이 실제 2020. 1. 1.부터 자신의 기존 직원들을 피해자 회사의 직원으로 채용하고 영업활동을 통하여 C로부터 지급받은 모든 판매수수료를 피해자 회사로 귀속시켰으며 피해자 회사로부터 매월 일정한 대가를 지급받았던 점, B 등 관계자들의 진술, 판매수수료 귀속 문제가 밝혀진 후 피고인이 한 말과 행동, 태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2020. 1. 1.부터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영업업무를 수행하면서 C 렌탈계약에 따른 판매수수료 전액을 피해자 회사에 귀속시키기로 약정한 사실은 충분히 인정된다.
피고인과 피해자 회사 사이의 위와 같은 관계가 형성된 경제적 원인이 피고인과 B 사이의 사법상 계약에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약정 결과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렌탈계약을 체결하는 영업업무를 수행하면서 그 판매수수료를 일단 피해자 회사에 귀속시킬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로써 렌탈계약 체결의 법률상 당사자가 되어 판매수수료를 지급받는 업무는 피해자 회사의 사무에 해당하게 되었으며 다만 피고인에 대한 인적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그 처리가 피고인에게 위탁된 것이다. 결국 피고인의 렌탈계약 영업업무는 피고인이 대가를 지급받고 B에 대한 채무를 정산해 나가는 피고인 자신의 사무의 성격을 일부 가지고 있더라도 이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 회사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ㆍ관리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 피고인의 지위가 근로기준법 등에 따른 근로자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이러한 결론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피고인은 공약서, 내용이행각서 등에 대하여 B의 일방적 요구로 어쩔 수 없이 작성ㆍ교부해 준 것이므로 민법 제103조, 제104조에 따라 무효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앞서 본 약정을 체결하고 이후 위 각 서류 등을 작성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상당한 대가를 지급받았고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그 대가가 증액되기도 한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위 각 서류의 작성에 따라 한 약정이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재산상 이익을 잘못 산정하였다는 주장에 관하여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 손해의 유무 및 그 범위에 관한 판단은 법률적인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하며, 여기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고 함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 상태에 손해를 가하는 경우, 즉 본인의 전체적 재산가치의 감소를 가져오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5도4338 판결,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5도7911 판결 등 참조).
여기에는 재산의 처분 등 직접적인 재산의 감소, 보증이나 담보제공 등 채무 부담으로 인한 재산의 감소와 같은 적극적 손해를 야기한 경우는 물론, 객관적으로 보아 취득할 것이 충분히 기대되는데도 임무위배행위로 말미암아 이익을 얻지 못한 경우, 즉 소극적 손해를 야기한 경우도 포함된다. 이러한 소극적 손해는 재산증가를 객관적ㆍ개연적으로 기대할 수 있음에도 임무위배행위로 이러한 재산증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임무위배행위가 없었다면 실현되었을 재산 상태와 임무위배행위로 말미암아 현실적으로 실현된 재산 상태를 비교하여 그 유무 및 범위를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도6798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주식회사 I 및 C 직영판매조직 소속 개인 영업결과로 처리함으로써 C로부터 지급받은 합계 200,636,88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 회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ㆍ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해자 회사의 대표자인 사내이사 B은 경찰에서 피해자 회사가 하위 거래업체의 렌탈계약 체결로 인한 수익에 관하여 ‘계약 건 당 발생하는 판매마진(손익), 영업실적 총량에 따라 C로부터 지급받는 광고비(지원금), 특정 모델을 판촉하기 위해 C에서 별도로 지급하는 모델별 판매활성화비로 분류된다. 판매마진의 경우 C가 피해자 회사로 판매수수료를 지급하면 피해자 회사가 회사 몫을 일부 선취하고 나머지 금액을 하위 거래업체에 지급하는데, 선취하는 금액은 계약 내용에 따라 구체적으로 달라지지만 통상 10∼12%이다’라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된다. B의 진술에 의하면 렌탈계약 체결에 따른 판매수수료 중 이른바 판매마진의 경우 수수료 중 선취금을 제외한 상당 부분이 하위 거래업체에 지급될 것이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고 피해자 회사 측도 이를 실질적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 금액을 피해자 회사가 취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B도 위 판매마진 중 선취금을 대략 전체 판매수수료의 10%로 추산하고 있을 뿐이고, 이 추산에 대하여 피고인은 동의하지 않았다. 달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하위 거래업체에 지급할 금액을 제외한 재산상 이익 및 피해자 회사의 손해를 산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이러한 경우 피해자 회사에는 가액을 산정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9도13682 판결 참조).
그럼에도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피고인의 재산상 이익 및 피해자 회사의 재산상 손해를 200,636,880원으로 산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배상신청이 각하된 경우 각하결정은 즉시 확정되어 상소심에 이심되지 않으므로(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도20745 판결 참조), 원심에서 배상신청을 각하한 부분은 당심의 심판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