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4. 4. 18. 선고 2023노1421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D은 피고인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고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않고, 피고인에게는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도 없었음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에서는 원심판결 ‘피고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이 D의 동의하에 D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고,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D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D은 2019. 9. 1. 피고인이 운영하는 학원에 입사하여 주 6일간(수요일 제외), 평일은 15시부터 22시까지, 토‧일요일은 12시부터 18시까지 정해진 시간에 근무하였다.

②

D은 수업을 통상 16시에 시작하였는데, 그 이전인 15시까지 출근하여야 했고, 수업이 없는 날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D이 출퇴근 시간을 지키지 못할 시에는 피고인에게 허락을 구했고, 자유롭게 출퇴근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은 D에게 강의에 필요한 강의실 및 컴퓨터, 비품 등 물적 설비를 제공하였고, 강의시간 및 강의실도 정해준 것으로 보인다.

④

D은 강의 교재에 대하여 학원의 팀장과 상의하여 정하였고, 강의 내용에 대하여 재량이 있긴 하였으나 전체적인 방향은 피고인이 정해줬던 것으로 보인다.

⑤

D은 담당한 강의 수, 수강생 수에 상관없이 고정된 급여를 받았고, 강의 개설‧폐강, 수강생 증감에 대한 위험을 부담하지는 않았다.

⑥

피고인은 2022. 3. 28. D과 사이에, ‘D은 자기 책임하에 스스로 기획 또는 전문적 기술 또는 경력에 따라 주어진 용역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D은 업무특성상 피고인에게 종속되는 근로자가 아닌 자유직업 소득자이므로, 노동관계법령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적용받는 퇴직금 및 4대보험 등 일체의 사항에 관한 적용대상자가 아님을 충분히 이해하였으며, 이를 확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강사 위촉 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이는 D이 퇴직할 무렵에 작성된 것에 불과하고, D이 처음 입사할 때 근로계약서나 용역계약서가 작성되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3)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D에 대해서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고,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4대 보험료 납부 여부에 따라 월급여액의 차이가 있어 이에 대하여 D의 선택에 따라 위와 같이 처리한 것으로 보이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다른 강사와 D의 근무형태가 특별히 차이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에게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다거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4)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도4343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원심 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하게 살펴보고, 여기에다가 같은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까지 더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보습학원의 경우 학생 및 학부모는 통상적으로 학원의 위치나 커리큘럼, 성과 등을 고려하여 학원 등록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D이 별도의 영업활동이나 홍보활동을 한 적도 없으므로, D의 이익창출이 자신의 능력과 의사에 전적으로 달려 있지 않고 학원 측에 의하여 통제될 수밖에 없다. D이 학원의 운영 성과에 따른 손실의 위험을 부담하였다거나 피고인과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나)

D은 평일의 경우 15시부터 22시까지, 주말의 경우 12시부터 18시까지 각 근무하였는데, D은 원심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운영하는 학원에 근무하는 동안 다른 학원에서 강의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학생들의 학교 수업시간과 D의 근무시간대에 비추어 보면 D이 평일에 다른 학원 출강이나 사적인 과외 지도 출강 등을 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

D은 학원의 팀장과 상의하여 어느 정도 유동적으로 교재 및 강의내용을 결정할 수 있었으나 이는 강의업무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고, 강의의 방법은 학원이 요구하는대로 ‘해외 현지 영어수업 방식’을 따라야 했으므로 D에게 전적으로 강의방법 등에 관한 결정권이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원고의 실질적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보인다.

라)

피고인이 D의 출‧퇴근 관리를 따로 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일단 수업시간표가 정해지면 D은 그에 따라 정해진 강의실에서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진행하여야 했으므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사실상 학원 측에 의해 정해졌고, D은 강의업무 이외에 학원 측에서 요구하는 교무 업무(학생 및 학부모 상담, 신규원생 테스트 후 반 배정, 학원 행사 준비 등)를 수행하기도 하였다(공판기록 40면, 증거기록 36면).

마)

피고인은 ‘D과 최초 계약을 체결할 당시 D에게 근로계약과 용역계약 중 선택하라고 하여 D이 용역계약을 체결하기로 선택하였고, 그때 용역계약을 체결할 경우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의 진술 외에는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고, ‘그 당시 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폐기하여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수사기관 진술은 믿기 어렵다.

바)

4대 보험료 등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하여 D을 근로자로 신고하지 않은 사정은 최근에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시간제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는데다가 사용자인 피고인이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정에 불과하다.

사)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D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도 인정할 수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수민(재판장) 이정민 정우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