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
피고인들이 주최한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집회(이하 이를 통틀어 '이 사건 집회'라고 한다)의 목적, 방법 및 형태, 참가자의 인원 및 구성, 집회 장소의 개방성 및 접근성, 주변 환경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집회는 제3자와의 법익과 충돌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칠 것으로 예견되지 않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에 따른 신고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이 사건 집회는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하여 사업장 내에서 평화로운 방법으로 이루어진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으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여러 사실 내지 사정들을 자세히 설시하면서 이 사건 집회는 집시법의 규제대상이 되는 옥외집회에 해당하는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과 함께 대조하여 면밀하게 살펴보고, 여기에다가 같은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과 관련 법리까지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신고가 필요한 옥외집회가 아니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집시법에 의하여 보장 및 규제의 대상이 되는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하고, 옥외집회는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아니한 장소에서 여는 집회'를 말한다(집시법 제2조 제1호). 집시법이 옥외집회에 관하여 신고제도를 둔 취지는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적법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그로 인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는 등 공공의 안녕질서를 함께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자 하는데 있으므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는 옥외집회가 집시법상 신고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도16885 판결 등 참조).
피고인들은 이 사건 집회를 2020. 5. 21.부터 다음달 29.까지 오전 7:30경 또는 8:00경부터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피고인들이 소속된 D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의 본관 앞 또는 암센터 입구 앞에서 '감염 예방 무시하는 시설팀 위생 문제 해결하라', '육아휴직 끝나고 3교대 근무하기 싫으면 노동조합 탈퇴해', '세탁기 철거 형편없는 탈의실 보복행위 중단하고 근무환경 개선하라', '노동조합활동 방해하는 이 사건 병원은 각성하라'라는 등의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이 사건 병원의 직원들은 오전 8시까지 출근하며 병원 외래진료 또한 오전 8시에 시작한다. 또한 이 사건 집회가 열린 장소는 위 병원의 임직원은 물론 병원 환자나 보호자들 또는 방문객들의 통행이 자유로운 곳이다.
이 사건 발생 전인 2020. 1.경 이 사건 병원의 노동조합은 조합 활동을 이유로 병동을 순회하며 조합원을 만나왔고, 이에 대하여 위 병원의 병원장은 노동조합 위원장과 지부장에게 감염병 예방을 위하여 병동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몇 차례보내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병원 노동조합의 병동출입 행위는 같은 해 4.경까지 계속되었고, 같은 해 4. 28.경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위 병원 내에서 피켓 시위를 하였다. 또한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번 기재와 같이 이 사건 병원 본관 앞에서 사전신고 없이 피켓을 들고 집회를 개최하자 이 사건 병원의 병원장은 피켓팅 집회를 중단해달라고 항의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 이후에도 위 노동조합은 피켓팅 집회 및 병동 출입을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제2권 제28~37쪽).
피고인 A은 경찰조사에서 '탈의실과 관련하여 개선요구사항이 있었음에도병원은 들어주지 않았다. 고충 처리에도 넣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조합 차원에서 알릴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소식지를 통해서도 알렸는데 해결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피켓으로 알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부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직원에게 해당이 되는 내용이므로 빠르게 해결을 하기 위해서 한 것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2권 제185쪽). 나머지 피고인들도 피켓 집회의 경위에 대하여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 진술에서 알 수 있는 이 사건 집회의 동기와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의견을 전달하고자 한 상대방이 병원 임원들에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집회의 경위와 목적, 시간과 장소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집회는 별도로 구호를 외치거나 전단을 배포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피고인들은 병원 대표를 포함한 병원 임직원 및 병원 이용자들 즉 불특정 일반인들에게 피켓에 적힌 내용을 보여줄 공동의 목적 하에 유사한 내용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서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제3자와의 법익과 충돌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칠 예견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집회는 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사방이 폐쇄되지 아니한' 일정한 장소에 모인 경우로서 집시법에서 사전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옥외집회'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피고인들은 소수의 인원이 피켓만 들고 서 있었을 뿐, 구호도 외치지 않았고 통행에 방해도 되지 않아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집회는 신고의무가 부과되는 옥외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결한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집단적인 형태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자유이기 때문에 그것이 사전신고 없이 무제한으로 이루어진다면 집회의 경합에 의하여 집회를 통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 또한 집회의 자유의 행사는 다수인의 집단적인 행동을 수반하기 때문에 집단행동의 속성상 집회 참가자나 그 반대 입장의 제3자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수 있으며, 집회로 인한 심각한 교통소통의 장애나 주거의 평온 침해 등 제3자의 법익에 대하여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옥외집회를 주최하고자 하는 자로 하여금 일정한 사항을 사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제6조 제1항)함으로써 신고를 받은 관할 경찰서장이 그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하여 적법한 옥외집회를 보호하는 한편 옥외집회를 통하여 타인이나 공동체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여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전조치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서,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개최될 것이라는 것을 관할 경찰서가 알고 있었다거나 그 집회 또는 시위가 평화롭게 이루어진다 하여 위와 같은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도1649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결과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여, 애초부터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조차 없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정당행위 주장에 관한 판단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도11044 판결 참조).
우선 이 사건 집회가 이 사건 병원의 노동조합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조합원의 찬성 결정 등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피고인들 3명만이 참가한 노동조합 회의를 통하여 위 집회를 주최하기로 결정하였는바 이는 정당한 노동조합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들이 근로자들을 대신하여 근로환경의 개선을 요구하는 취지로 이 사건 집회를 주최하였다는 내심의 동기 내지 목적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집회 신고를 한 후 관할 경찰관서장이 주최자에게 금지통고를 하더라도 이에 관하여는 집시법 상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바 보충성 요건이 결여되었고, 이 사건 집회가 피고인들의 공모에 따라 주최되었고 약 한 달간 진행되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집회 시작 48시간 전에 충분히 집회신고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반면, 피고인들이 사전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를 개최할만한 긴급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바 긴급성 요건도 결여되었다.
이와 같이 옥외집회에 대하여 사전 신고제를 규정하고 있는 집시법의 목적, 앞서 본 위 집회의 경위, 목적, 시간, 장소 등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들이 집시법 소정의 신고서를 제출함이 없이 위 옥외집회를 개최한 행위는 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워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각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우영(재판장) 이수민 이정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