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4. 4. 26. 선고 2023노4703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원심은 ㈜D(이하 ‘피해회사’라 한다)에 대한 어음금이 결과적으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의 사기죄를 인정하였으나, 2022. 3. 3. 이래 각 주문행위에 관하여 피고인의 기망행위 및 편취의사가 없고, 피고인에게 변제의사와 능력이 있었으므로 원심의 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고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 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고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 특히 물품거래관계에 있어서 편취에 따른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물품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240 판결 취지 참조).

○

계속적인 물품거래관계에서 일시적인 자금궁색 등의 이유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러한 결과만으로 물품을 공급받은 사람의 행위가 편취의 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이미 과다한 부채의 누적 등으로 변제의 능력이나 의사마저 극히 의심스러운 상황에 처하고서도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피해자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면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도2970 판결 취지 참조).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증거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각 증거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운영하던 ㈜C(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는 2019년 세무조사 이후 영업 손실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정상적인 물품대금의 지급능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은 피해회사에 물품대금으로 어음을 교부하더라도 지급기일에 어음금을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에게 피해회사에 대한 편취의사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이 사건 회사는 2019년도 세무조사로 인해 10억 원 상당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태였다. 이에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폐업을 고려하고 있었고, 2022. 6. 10.경 이 사건 회사 직원들에게 폐업 사실을 고지하였으며, 2022. 6. 2.경 어음 거래가 정지되었다.

○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에서 퇴직한 근로자 27명의 임금 합계 69,500,000원을 미지급하였다는 범죄사실로 피고인이 인천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고 피고인이 항소하여 이 법원에 재판 계속 중이다.

○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의 상황에 대하여, 경찰에서 조사받으면서 “물품을 받고 1개월 이내로 현금 아니면 어음으로 발행해서 대금을 처리하여 왔다. 4월부터 세금이 밀리기 시작하여 5월에 제 개인 재산에 압류가 들어와 시간이 지나면 회사에 관련된 계좌 및 기계 등에 압류가 들어올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직원들 퇴직금 및 업체들에게 지급받은 물품을 반품하려고 신속하게 회사 문을 닫았다. 5월부터 문을 닫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을 닫아야겠다고 생각했음에도 계속 물건을 받은 이유에 관하여) 일단 일이 들어온 것들을 처리해 줘야지 수익이 발생할 것이고 해당 수익으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업체에 지급하고자 물품을 받았다. 제가 만약 문을 닫을 것을 미리 고지하였다면 그 다음날부터 물품이 지급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주문 들어온 것도 처리 못하고 미수금도 지급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해회사로부터 물품을 공급받더라도 피해회사에 원활하게 물품대금을 지급하여 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거래처 미수금 납부 및 직원들 급여 지급 등을 위하여, 피해회사가 기존 거래들과 같이 물품을 공급하면 약정된 기한까지 물품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해 줄 수 있는 것처럼 하여 피해회사로부터 물품을 교부받은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이 말하는 ‘경영악화’는 피해회사로부터 물품을 지급받기 이전부터 이미 현실화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당초 예상하기 어려웠던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하여 피해회사에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

피해회사의 이사인 F은 원심 법정에서 “피해회사의 상무였던 N는 2022. 4.~5.경 이 사건 회사가 폐업한다는 소문을 듣고 피고인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였으나, 피고인이 ‘절대 그런 일이 없다’라고 하여 물품을 계속 공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

피해회사로서는 사정이 이와 같음을 알았다면 물품을 공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하고 거래의 관념상 합리적이다.

○

한편, 편취의 고의와 기망행위를 인정한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참조), 그러한 사정 또한 찾기 어렵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성배(재판장) 정우석 구현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