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5. 4. 29. 선고 2024노3580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B, 주식회사 D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한다.

피고인 B, 주식회사 D을 각 벌금 3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 B가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 B, 주식회사 D에 대하여 위 각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A은 면소.

피고인 C 주식회사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C 주식회사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처벌받은 약식명령의 범죄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므로, 확정판결이 있는 때에 해당하여 면소가 선고되어야 함에도 원심은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대하여 실체 판단을 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또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해자가 잡으려고 하였던 시스템 비계의 횡대가 탈락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도급인의 사용자인 피고인에게 수급인이 설치·관리하는 시스템 비계의 안전을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점에서도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C 주식회사(법리오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해자가 잡으려고 하였던 시스템 비계의 횡대가 탈락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도급인인 피고인에게 수급인이 설치·관리하는 시스템 비계의 안전을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다.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피고인 A,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의 각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피고인들이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처벌받은 약식명령의 범죄사실과 이 부분 공소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달라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으므로 확정된 위 약식명령의 기판력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미치지 아니함에도 원심은 이를 이유면소 또는 면소로 인정하였다.

나)

피고인 B,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의 각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통로 안전성 확보의 미흡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지정 통로 아닌 경로로 이동하다가 추락하여 사망에 이르렀는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고, 피해자가 이동하려던 장소는 추락위험이 있는 장소로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가 존재함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이유무죄 또는 무죄로 인정하였다.

2)

양형부당(피고인 A, B에 대하여)

원심의 형(각 벌금 3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A, C에 대하여

가.

공소사실의 요지

[기초사실]

C은 건축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 인천 남동구 F 소재 'G 신축공사'를 발주받아 2019. 9. 1.부터 2021. 12. 31.까지 시공하는 사업주이다.

A은 C 소속으로 위 신축공사의 현장소장으로서 소속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다.

[구체적 범죄사실]

1)

피고인 A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의 점

피고인 및 B는 2021. 2. 10. 09:15경 위 신축공사 현장에서, 주식회사 D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 H(남, 27세)으로 하여금 8층 램프(각 층으로 차량이 이동하는 통로) 바닥에서 시스템 비계의 상단으로 천장 하부 버팀대인 멍에재를 올리기 위해 작업자간의 이어받기 작업을 하게 하였다.

이러한 경우 사업주는 통로의 주요 부분에 통로표시를 하고 근로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작업발판 및 통로의 끝이나 개구부로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 울타리, 수직형 추락방망 또는 덮개 등의 방호 조치를 충분한 강도를 가진 구조로 튼튼하게 설치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으며,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및 B는 이를 게을리 한 채 피해자로 하여금 위와 같은 작업을 하게 한 과실로, 피해자가 램프벽을 밟고 올라 시스템 비계의 횡대(가로로 설치된 파이프)를 손으로 잡고 상단의 작업위치로 이동하려던 중 횡대가 빠지면서 균형을 잃고 비계 발판과 램프벽 사이의 틈새(너비 약 650mm)로 넘어지면서 23.4m 높 이에서 바닥으로 추락해 다발성 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및 B는 공동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B는 위와 같은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피고인은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관계수급인 근로자인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피고인 C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피고인은 위 1)항 기재 일시 및 장소에서, 피고인의 사용인인 A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1)항 기재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하였다.

나.

판단

1)

확정된 약식명령의 기판력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미치는지 여부

가)

형사재판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할 수 없고(헌법 제13조 제1항),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하는 것인바(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다른 죄에도 미치는 것인지의 여부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인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가의 여부는 규범적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한 채 순수하게 사회적, 전 법률적인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는 없고, 그 자연적, 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 것인가 외에 그 규범적 요소도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의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4263 판결 등 참조). 한편 형법 제40조 소정의 상상적 경합 관계의 경우 그 중 1죄에 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다른 죄에 대하여도 미치고(대법원 1991. 6. 25. 선고 91도643 판결,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도2642 판결 참조), 여기서 1개의 행위라 함은 법적 평가를 떠나 사회 관념상 행위가 사물자연의 상태로서 1개로 평가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87. 2. 24. 선고 86도2731 판결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약식명령의 범죄사실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과 그 범행시기, 범행 장소가 동일하고 위반한 의무의 내용, 위반행위의 태양 등도 일치하므로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판단된다.

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사망사고는 2021. 2. 10. 09:15경 피해자가 8층 램프벽을 밟고 올라 시스템 비계의 상단으로 이동하려던 중 비계 발판과 램프벽 사이의 틈새로 넘어지면서 23.4m 높이에서 2층 바닥으로 추락하여 발생하였다. 위 사망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2021. 2. 17.부터 2021. 2. 19.까지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수시감독 결과 확인된 위반사항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2021. 12. 22.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각 벌금 150만 원의 약식명령(이하 '이 사건 약식명령'이라 한다)이 발령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

②

이 사건 약식명령의 범죄사실에는 '피고인 A이 공장동 8층 램프구간 등에 근로자가 사용할 안전한 통로를 설치하지 아니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1항 제1호, 규칙 제22조 제1항의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아니하였고, 공장동 2층 램프구간 시스템 동바리 설치장소 및 옥상리프트에서 근로자 추락방지를 위한 안전난간, 울타리, 수직형 추락방망 또는 덮개 등을 설치하지 아니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 제1호, 규칙 제43조 제1항의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피고인 A의 범죄사실 및 '피고인 C의 사용인인 A이 피고인 C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피고인 C의 범죄사실이 각 포함되어 있다.

③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은 '통로의 주요 부분에 통로표시를 하고 근로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작업발판 및 통로의 끝이나 개구부로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 울타리, 수직형 추락방망 또는 덮개 등의 방호 조치를 충분한 강도를 가진 구조로 튼튼하게 설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게을리 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으로, 이 사건 약식명령의 범죄사실과 비교해 볼 때 위반한 안전·보건의무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하며 범행 장소 및 범행시기도 중첩되는 것으로 보인다.

④

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과 이 사건 약식명령의 범죄사실은 적용법조에 차이가 있고 범행일시와 범행장소도 달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확정된 약식명령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그러나 범죄의 성립 여부뿐만 아니라 공소제기의 적법·유효에 관한 소송조건의 존부에 관한 입증책임 역시 검사가 부담하여야 할 것인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과 이 사건 약식명령의 범죄사실의 범행일시와 범행장소가 다르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즉, 이 사건 공소사실의 범행일시는 2021. 2. 10.로서 이 사건 약식명령의 발령 계기가 된 단속시기보다 앞서기는 하나, 같은 의무위반행위가 이 사건 사고 전후에 걸쳐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므로 범행일시가 비슷하거나 중첩되었다고 볼 수 있고, 범행 장소도 중복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와 달리 이 사건 약식명령의 계기가 된 수시감독 과정에서 이 사건 사망사고가 발생한 장소 및 시점이 단속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등 공소사실이 명확히 다르게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검사는 원심의 변론재개결정 후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과 이 사건 약식명령은 범행시기와 적용법조가 달라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주장만 하였을 뿐 추가로 증거를 제출한 바 없다). ㉯ 또한 이 부분 공소사실의 적용법조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1항, 제3항이고 이 사건 약식명령의 적용법조는 같은 법 제173조, 제168조 제1호, 제38조 제1항, 제3항이다.<1> 그러나 양쪽 다 문제되는 안전·보건조치의무와 그 위반행위의 내용이 동일한 이상, 근로자 사망이라는 결과 여부에 따라 적용법조를 일부 달리 하고 있다고 하여 기본적 사실관계가 달라 서로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2)

피고인 A에 대하여

가)

원심은 피고인 A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과실 내용과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내용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위 각 죄를 실체적 경합관계로 보았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약식명령의 기판력이 업무상과실치사죄에는 미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공소사실을 살펴보면 피고인 A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의 점과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은 동일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기소된 것으로 보이고,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사회통념상 하나의 행위를 서로 다른 규범적 관점에서 평가한 것에 불과하여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으므로(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도2642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5545 판결,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3도1231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약식명령이 고지되어 확정된 이상 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전부가 이미 확정판결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

따라서 피고인 A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의하여 면소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고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을 이유면소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 A의 주장은 이유 있고, 이와 달리 확정된 약식명령의 기판력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미치지 아니한다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인 C에 대하여

피고인 C이 주장하는 항소이유의 요지는, 피고인 C의 사용자인 A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인 C에게 무죄의 선고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면소판결을 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직권으로 보건대, 면소판결에 대하여 무죄의 실체 판결을 구하여 상소를 할 수 없으므로(대법원 1984. 11. 27. 선고 84도2106 판결 등 참조), 피고인 C의 항소는 부적법하다. 또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확정된 약식명령의 기판력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미치지 아니한다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인 B, D에 대하여

가.

피고인 B, D의 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

1)

관련 법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고 한다)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참조).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9조가 사업주에 대하여 각종 의무를 규정한 취지는 산업재해나 건강장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하기 위한 목적에서 사업주에게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 구체적 안전작업지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을 시행할 의무를 부과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1항을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는지 여부

가)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1항은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항 제1호는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을 들고 있으며, 같은 조 제4항은 사업주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하여야 하는 안전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안전보건규칙 제22조 제2항은 "사업주는 통로의 주요 부분에 통로표시를 하고, 근로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당시 공사현장에는 시스템 비계 상단(이하 '이 사건 작업장소'라고 한다)으로 통하는 가설계단이 설치된 지정 통로가 있었고, 그 지정 통로에 작업발판이 일부 미설치되고 가설계단의 한쪽 측면에 안전난간이 미설치되는 등 통로 안전성 확보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음은 인정된다. 그러나 당시 현장을 촬영한 CCTV 영상, 원심 증인 I의 진술<2>, 재해조사의견서 등에 의하면, 피해자는 위 지정 통로의 존재를 알면서도 이동의 편의를 위하여 램프벽을 넘어서 이 사건 작업장소로 이동하려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통로표시나 지정 통로의 안전성 미흡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통로표시와 관련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점과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을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는지 여부

가)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은 "사업주는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항 제1호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을 들고 있으며, 같은 조 제4항은 사업주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하여야 하는 안전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안전보건규칙 제42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작업발판의 끝·개구부 등을 제외한다] 또는 기계·설비·선박블록 등에서 작업을 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작업발판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맞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해야 한다. 다만,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추락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안전보건규칙 제43조 제1항 전단은 "사업주는 작업발판 및 통로의 끝이나 개구부로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 울타리, 수직형 추락방망 또는 덮개 등의 방호조치를 충분한 강도를 가진 구조로 튼튼하게 설치하여야 하며, 덮개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뒤집히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사업주는 난간등을 설치하는 것이 매우 곤란하거나 작업의 필요상 임시로 난간등을 해체하여야 하는 경우 제42조 제2항 각 호의 기준에 맞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추락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원심은 이 사건 작업장소인 시스템 비계의 상단 부분은 안전보건규칙 제43조 제1항의 '작업발판 및 통로의 끝이나 개구부'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안전보건규칙 제42조, 제43조가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의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 관한 안전조치 의무를 '작업발판의 끝·개구부 등'과 그 이외의 장소로 나누어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산업재해나 건강장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에 따라 구체적인 작업 장소별로 이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의 내용에 따라 현실적으로 적합한 안전조치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지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의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 관한 안전조치 의무를 산업안전규칙 제43조 제1항에서 정한 '작업발판 및 통로의 끝이나 개구부'에 관한 것만으로 제한하는 취지로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건축 또는 건설공사의 고층 작업으로서 높이 23.4m 이상인 이 사건 작업장소는 사업주에게 안전난간 등 또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거나 안전대를 착용시킬 의무 등이 인정되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 제1호의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포함한 근로자들 일부가 이 사건 작업장소로 이동하기 위하여 지정 통로를 이용하는 대신 램프벽을 넘어 시스템 비계를 잡고 올라가는 경우가 있고 그 과정에서 추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이고, 실제로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이 사건 작업장소에 추락방호망을 설치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이 사건 사고 발생시까지 시스템 비계의 횡대의 탈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지도 아니하였는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위법을 저질렀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가.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

피고인 A의 일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3>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 A의 나머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양형부당 주장과 피고인 A에 대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나.

원심판결 중 피고인 C에 대한 부분

피고인 C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한편 피고인 C의 이 사건 항소는 부적법하여 형사소송법 제362조 제1항, 제360조 제1항에 의하여 결정으로 이를 기각할 것이나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 C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판결로 기각하는 바이므로 피고인 C의 항소에 대하여 따로 결정을 하는 대신 이 판결에서 함께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다.

원심판결 중 피고인 B, D에 대한 부분

원심판결

중 피고인 D에 대한 부분 및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이유 무죄 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는바, 이 부분과 원심에서 피고인 B에 대하여 유죄가 선고된 업무상과실치사의 공소사실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B, D에 대한 부분은 그 전체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인 B에 대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B, D에 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파기되는 부분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4>

[기초사실]

주식회사 D(변경전 상호 주식회사 E)은 건축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 인천 남동구 F 소재 'G 신축공사' 중 골조공사를 C 주식회사로부터 도급받아 2020. 4. 22.부터 2021. 9. 30.까지 시공하는 사업주이다.

B는 주식회사 D 소속으로 위 신축공사의 골조공사 현장소장으로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다.

[구체적 범죄사실]

1.

피고인 B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의 점

피고인은 2021. 2. 10. 09:15경 위 신축공사의 골조공사 현장에서, 주식회사 D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 H(남, 27세)으로 하여금 8층 램프(각 층으로 차량이 이동하는 통로) 바닥에서 시스템 비계의 상단으로 천장 하부 버팀대인 멍에재를 올리기 위해 작업자간의 이어받기 작업을 하게 하였다.

이러한 경우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 울타리, 수직형 추락방망 또는 덮개 등의 방호 조치를 충분한 강도를 가진 구조로 튼튼하게 설치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피해자로 하여금 위와 같은 작업을 하게 한 과실로, 피해자가 램프벽을 밟고 올라 시스템 비계의 횡대(가로로 설치된 파이프)를 손으로 잡고 상단의 작업위치로 이동하려던 중 횡대가 빠지면서 균형을 잃고 비계 발판과 램프벽 사이의 틈새(너비 약 650mm)로 넘어지면서 23.4m 높이에서 바닥으로 추락해 다발성 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근로자인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피고인 주식회사 D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피고인은 위 제1항 기재 일시 및 장소에서, 피고인의 사용인인 B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기재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