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E은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에 종속되어 피고인의 지휘·감독을 받아 영업업무를 전담하였고, 그 중 영업에 필요한 병원이나 의원, 계약대금, 입찰가격 등에 대하여 불가피한 업무의 특성상 독자적인 권한을 갖고 자율적으로 수행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E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D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근로자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김포시 B, C에 있는 D의 대표로서 상시 8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의료기기 판매 서비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그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5. 1. 1.경부터 2023. 10. 31.경까지 D 소속 본부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E의 퇴직금 69,169,743원을 당사자 간의 지급기일 연장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등 참조).
원심의 판단
원심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E이 D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E은 D에서 영업업무(기존 보유고객과의 계약유지를 위한 고객관리, 신규고객 유치를 위한 영업활동, 나라장터 입찰업무)를 전담하였는데 어떤 병원이나 의원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할 것인지, 기존고객 및 신규고객과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계약대금을 얼마로 정할 것인지, 나라장터에 입찰가격을 얼마로 제시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여 최종적인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E은 외국인근로자 채용업무도 담당하면서 피고인의 관여 없이 D에서 근무할 외국인 MRI엔지니어를 채용하였고 그 근로조건(연봉인상 시기, 인상률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기도 하였다.
D 취업규칙에 의하면, 사원의 근무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제27조 제1호), 시업시간 전 출근하여 직속상사에게 확인을 받아야 하며(제33조), 질병 기타의 사유로 결근한 때에는사전에 적어도 당일 오전까지 결근계를 제출하여야 하고(제34조 제1호), 지각하였을 때에는 출근과 동시에 소속 상사에게 그 이유를 신고하여야 하며(제35조), 조퇴 및 외출 시에는 사전에 상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제36조), 무단으로 월 3회 조퇴, 지각을 하는 경우 무단결근 1일로, 월 5회 조퇴, 지각을 하는 경우 무단결근 2일로 간주되며(제37조),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소정의 절차에 의하여 7일 전에 이를 청구하여야 한다(제46조 제5호). 또한, 기술파트와 영업파트는 업무별 일지를 작성하여 진행사항을 대표에게 보고하여야 하되, 다만 D에 귀속되지 않은 기술 및 영업담당자는 최종 결과만 보고한다(제22조 제3호).
위와 같은 복무규정에 따라 E을 제외한 D의 직원들은 매일 출퇴근시간을 기록하고, 조퇴, 지각, 외출 시 근태관리자인 F 부장이나 피고인에게 그 사유를 보고하거나 사전허가를, 연차유급휴가 사용 시 근태신청서나 휴가신청서를 작성하여 피고인 등으로부터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했으며<1>, 자신의 업무내용에 관하여 업무일지나 보고서를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결재를 받았다.
반면 E의 경우 출퇴근시간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고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였으며 D은 E의 지각, 조퇴, 외출에 대하여 별다른 근태관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E은 근태신청서를 작성하여 피고인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 휴가를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나, E이 진정서에 첨부하여 제출한 근태신청서는 E이 D을 그만두기 전날인 2023. 10. 30. 작성된 것일 뿐 아니라 대표이사 결재란이 공란으로 되어 있어 D에 위 서류가 제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E은 대부분의 오후 시간에 사무실을 비웠는데 언제 어디서 어떠한 영업활동을 하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은 채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하였다. E이 업무일지나 보고서를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보고한 사실도 없었다.
E은 영업계약 체결에 따른 수수료를 포함하여 월 600~1,000만 원의 보수를 지급받았고, D은 E에 대하여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E의 보수에 대하여 3.3%의 소득세만 원천징수하였다. E은 D로부터 법인카드를 교부받아 매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자유롭게 사용하였는데 D은 그 법인카드 사용내역이나 사용액수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다.
E은 D로부터 전용 법인차량을 제공받았고 유류비, 보험료 등 그 법인차량 사용에 필요한 비용 일체를 지급받았다. D의 다른 직원들이 법인차량을 사용하는 경우 차량운행일지
에 출발지, 도착지, 주행거리, 주행목적 등을 작성하여야 했고 그 법인차량들에는 하이패스가 부착되어 요금소의 요금 부과 내역 등을 통해 동선이 노출되었다. 반면 E에게는 차량운행일지 작성의무가 부과되지 않았고, E은 그 의사에 따라 하이패스를 부착하지 않은 채 법인차량을 자유롭게 사용하였다.
E은 D의 다른 직원들과 달리 개인 컴퓨터를 사용하였다. E은 D에 근무하는 동안 주식회사 G와 개인적인 수수료 약정(E의 영업활동으로 MRI장비를 판매하는 경우 일정 금액을 위 회사로부터 E 개인이 수수료로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을 체결하기도 하였으며, 2015. 5.13.부터는 의료기기 도소매업, 의료기기 수리 및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H(이하 'H'라 한다)의 사내이사로 취임하여 상당기간 위 회사를 실제 경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법원의 판단
원심판결의 이유를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과 함께 살펴보면, E은 D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E은 D의 본부장이라는 직함으로 영업업무를 전담하여 수행하면서 D 소속 일반 직원과 비교하여 차별화된 급여나 복리후생의 혜택을 받았는데, 이러한 E의 처우 수준이나 내용은 D과 E 사이의 신임관계 내지 그에 따른 업무권한 등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E은 자신이 담당한 영업업무의 내용이나 방법 등에 관하여 정보와 의견 교환등을 하는 것 외에는 피고인의 지휘·감독 없이 폭넓은 권한을 행사하면서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인다. 비록 E이 피고인에게 업무에 관한 보고를 하거나 결재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임받은 영업업무 등의 수행과 관련하여 통상적으로 필요한 것일 뿐 그러한 이유만으로 E의 업무수행과정에서 피고인이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평가할 것은 아니다.
E은 2024. 1. 3.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에 출석하여 D의 취업규칙, 복무규정의 내용이나 적용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였고, 이러한 사정은 E이 피고인으로부터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에 관한 지휘·감독, 출퇴근 등에 대한 근태관리를 전혀 받지 않았음을 추단케 한다.
E은 2015. 5. 13. H의 사내이사로 취임하여 상법 제520조의2 제1항에 의하여 H에 대한 해산간주등기가 마쳐진 2020. 12. 8.까지 H의 대표자로 근무하기도 하는 등 D에 대한 종속성과 전속성의 정도가 다른 D 소속 근로자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므로,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수환(재판장) 진원두 신순영
각주1) E을 제외한 다른 직원들은 외근을 하는 경우 외근 일정을사전에 피고인이나 F 부장에게 보고하여야 하고 오후 6시 전에 외근 일정이 끝나면 사무실로 복귀하여 오후 6시까지 근무하였고 6시 이후에 외근 일정이 끝나는 경우사전에 피고인에게 전화나 메일로 승인을 받아 외근장소에서 퇴근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