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D은 피고인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고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않았고, 피고인에게는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의 고의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비추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1도11675 판결 등 참조).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D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화이트보드에 다음날 오전·오후 배송지역을 기재하는 방법으로 D이 운송할 물품과 운송할 장소 등 업무 내용을 정하였는바,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정한 운송 장소에 따라 D의 근무시간과 장소가 지정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D으로부터 일일 차량업무일지(이 일지에는 일일 운행 거리, 출발지, 출발시각, 도착지, 도착 시간, 운행 품명, 박스당 수량, 박스 수량, 총수량 등을 기재해야 한다) 및 월간 차량운행일지를 제출받아 결재하였으므로, 업무 수행 과정에서도 상당한 지휘·감독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D은 운송 업무에 자신 소유의 차량을 이용하였다. 그러나, D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약 14년 동안 피고인에 대한 운송 업무를 계속하여 수행하였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E(이하 '피고인 회사'라고 한다)와 D 사이에 체결된 차량용역계약서(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서'라고 한다) 제11조에는 '운송계약에 따른 권한을 제3자에게 위탁, 양도할 수 없다.'라고 정하고 있어 피고인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만 제3자에게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었다. 또한 D의 운행 차량의 전면, 측면, 후면에는 피고인 회사의 로고, 상호, 연락처가 부착되어 있었고, D은 통상 08:00경부터 17:00 또는 18:00까지 근무하였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보면 D은 피고인으로부터 부여 받은 운송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고, 실제로도 피고인의 운송 업무만을 전속적으로 수행하였으며, 달리 개인사업자로서의 영업을 영위한 바 없다.
D은 결근 하는 경우 그에 해당하는 금원을 일할로 공제 한 후 대금을 지급받기는 하였으나, 운송 물량 및 업무 시간과 관계없이 월 고정급을 지급받았고, 이 사건 용역계약에는 기준량이 규정되어 있거나, 이를 초과하거나 미달하여 운송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인센티브 등의 제도가 없었다. 따라서 D은 운송 업무에 따른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의 위험을 안고 있지 않았다.
비록 D에 대한 대금에서 근로소득세 등이 공제되지 않았고, D에 대해서는 피고인 회사의 취업규칙도 적용된 바 없지만, 이는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큰 사정이다.
당심의 판단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고, 원심이 적절하게 들고 있는 사정들에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D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없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D은 한 달에 20일 가량 운송업무를 수행하였는데, 보통 하루에 오전, 오후로 나누어 각 왕복 1회씩 총 2회 운행하였다. 매월 462만 원의 고정 급여를 받았고, 배송횟수에 따른 보수의 변동은 없었으며, 유류비, 자동차 윤활유 교환비용, 도로 통행비, 외부식사 비용 등을 피고인으로부터 사후에 정산받았다.
D의 출퇴근 시간은 지정되어 있지 않으나, 피고인은 D에게 도착지, 도착시간, 유의사항 등 구체적인 운송업무의 내용을 지정하고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D의 업무내용을 결정하였고 그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 · 감독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비록 D이 취업규칙을 적용받지는 않았으나, 이 사건 용역계약서 제9조는 피고인 회사의 안전관리 등 내부 관리 규율을 준수할 것과 피고인 회사가 물류업무 및 작업 전반에 업무를 지시 관리, 감독할 수 있음을 정하고 있고, 제16조 제4호는 '근무를 태만히 하거나 담당업무 이외에 분야에 간섭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취업규칙에 갈음할 만한 사항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사건 용역계약서에 따라, D은 제3자에게 운송 업무를 대행하도록 한 적이 없었고, 피고인으로부터 지시받은 운송 업무 이외에 별도로 자기의 계산으로 거래처를 확보하여 운송 업무를 한 사실이 없는바, D이 피고인 회사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대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퇴직금 등을 지급하도록 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강행규정이므로, 그 규정의 존재를 알지 못하거나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자에게도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법률의 부지나 법적 평가에 관한 착오가 있다고 하여 그 적용을 피할 수 없으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의 고의 여부는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어서 가사 피고인이 주관적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의 고의가 없다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판사 이정민(재판장) 정우영 장민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