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판결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4. 4. 25. 선고 2023고단1172 판결

가. 재물손괴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B은 C조합 상무이고, 피고인 A은 C조합 조합원이다.

가.

피고인 A의 재물손괴

1)

2023. 1. 31. 범행

피고인은 2023. 1. 31. 19:08경 군산시 D에 있는 C조합 E센터 앞에서 그곳에 설치된 피해자 C조합 노동조합 군산시지부(이하 ‘C조합 노조’라 한다) 소유인 시가 4만 원 상당의 현수막 2개를 떼어내어 그 효용을 해하였다.

2)

2023. 2. 1. 범행

피고인은 2023. 2. 1. 19:56경 군산시 D에 있는 C조합 E센터 앞에서 그곳에 설치된 피해자 C조합 노조 소유인 시가 4만 원 상당의 현수막 2개를 떼어내어 그 효용을 해하였다.

나.

피고인 B의 재물손괴교사

피고인은 2023. 2. 1. 08:41경 군산시 F에 있는 C조합 본점 사무실에서 C조합 건물관리인인 G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를 이용하여 “H조합 I지점과 J지점에 설치된 현수막을 제거하고, 다른 지점에서도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으면 제거하라.”고 지시함으로써 G로 하여금 2023. 2. 1. 19:15경부터 2023. 2. 2. 17:2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6회에 걸쳐 피해자 C조합 노조 소유인 시가 4만 원 상당의 현수막 7개를 떼어내어 그 효용을 해하게 하였다.

2.

판 단

가.

피고인들의 주장

피고인들은 시설관리권에 근거하여 불법현수막을 제거한 것으로서 재물손괴의 고의가 없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나.

관련 법리

형법 제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를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라 사회상규에 의한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로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위 ‘목적·동기’, ‘수단’, ‘법익균형’, ‘긴급성’, ‘보충성’은 불가분적으로 연관되어 하나의 행위를 이루는 요소들로 종합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상당성’ 요건은 행위의 측면에서 사회상규의 판단 기준이 된다.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 평가되려면 행위의 동기와 목적을 고려하여 그것이 법질서의 정신이나 사회윤리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어야 한다. 수단의 상당성·적합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사이의 법익균형은 결과의 측면에서 사회상규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다. 이에 비하여 행위의 긴급성과 보충성은 수단의 상당성을 판단할 때 고려요소의 하나로 참작하여야 하고 이를 넘어 독립적인 요건으로 요구할 것은 아니다. 또한 그 내용 역시 다른 실효성 있는 적법한 수단이 없는 경우를 의미하고 ‘일체의 법률적인 적법한 수단이 존재하지 않을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7도2760 판결 참조).

다.

정당행위의 인정 여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알 수 있는 아래 사실 또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이 사건 재물손괴 또는 재물손괴교사 행위는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고, 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며, 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및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형법 제20조가 정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①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8조 제5호에서 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노동운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현수막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현수막 설치에 대한 신고, 금지 제한의 적용이 배제된다. 그러나 집회가 실제 열리고 있는 시간과 장소에 한정하여 현수막 사용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하고, 피고인들은 관할 경찰서에 위와 같은 내용을 유선 및 공문을 통해 확인한 다음 이에 근거하여 집회가 실제 열리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현수막을 떼어낸 것이다.

②

피고인들이 떼어낸 현수막에는 “부당징계와 직장 내 괴롭힘을 주도한 C조합 책임자는 퇴진하라” 또는 “검찰 압수수색 왠 말이냐? C조합 명예 실추시킨 관련자들 진실을 밝혀라!!”라는 내용 등이 기재되어 있다. 위 현수막은 C조합의 영업장소인 건물 벽면에 설치되어 있어서 C조합의 영업상 피해가 상당할 것이고, C조합과 피해자 사이에는 위 현수막과 관련된 민사 또는 형사상 법적 분쟁이 장기간 계속되고 있어 위 내용에 관한 법적 판단이 나오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었다.

③

피해자는 2022. 7. 19. 전북노동위원회에서 C조합과 사이에서 C조합 인근에 게시된 현수막을 2022. 7. 22.까지 제거하는 내용의 화해를 하였는데 그 이후 위와 같은 현수막을 다시 게시하는 것은 화해의 내용에 반한다. 피해자는 화해 당시에 게시된 현수막을 제거하고 그 후 다시 이를 설치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위 화해의 취지에 반하여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 또한, 전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현수막 제거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하였더라도 이는 형법상 재물손괴죄의 성립 여부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

④

피해자는 위와 같은 현수막의 게시가 단체협약에 의하여 허용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체협약에 의하면 노동조합의 홍보활동이 허용된다고 하는 것일 뿐 사실·법적 분쟁으로 수사 및 재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그 상대방 측을 비난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이 홍보활동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⑤

피고인들은 현수막을 제거하여 이를 훼손하거나 폐기하지 않은 채 보관하고 있다가 이를 피해자에게 그대로 반환하였다. 피고인들이 현수막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폭력적인 방법이나 수단을 사용하지 않았고, 이를 반환하는 과정 역시 적절하게 이루어졌는바, 위와 같이 현수막을 제거하고 처리한 수단이나 방법 역시 상당하다.

⑥

C조합 조합장은 2023. 1. 6. 각 지점장 및 E센터장에게 본점 및 지점의 건물에 승인 없이 불법으로 게시된 피해자의 현수막을 제거하라는 업무연락을 하였고, 피고인 B은 위 업무연락에 따라 현수막의 제거를 지시한 것이다. C조합 J지점장 K, C조합 L지점장 M, C조합 조합장 N도 피고인들과 같이 피해자의 현수막을 제거한 사실로 재물손괴죄 등으로 고소가 되었으나 경찰은 2023. 10. 6. 또는 2023. 12. 2. 모두 혐의없음을 이유로 불송치결정을 하였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강동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