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근로자 D, E은 유한회사 F(이하 `F'이라고 한다)에서 2006. 8. 31.까지만 근무하였으므로 그들의 퇴직금은 D의 경우 6,191,195원, E은 2,857,537원임에도, 원심법원은 그들의 퇴직일자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여 D의 퇴직금은 8,379,880원, E의 퇴직금은 3,270,730원으로 오인한 잘못이 있다.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의 요구에 따라 중간정산방식에 의해 적법하게 퇴직금을 매월 분할 지급하였는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 원심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만약 피고인과 근로자들 사이의 중간정산 방식에 의한 퇴직금 지급이 무효라면 근로자들은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금액에 대하여 부당이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F의 근로자들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과 퇴직금채무를 상계하는 바이고, 또한 피고인은 퇴직일 이후 비근무기간 임금, 생활비, 전별금 등 명목으로 근로자 D에게 14,642,080원, G에게 1,000,000원, H에게 7,798,150원을, E에게 3,289,150원을, I에게 1,386,560원을 지급하였기에 실질적으로는 퇴직금을 지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피고인이 근로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뿐 아니라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고의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할 것인데, 원심은 피고인의 죄를 인정하였으니 그러한 원심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판단
직권판단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보건대, 검사는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근로자 D, E에 대한 부분을 아래 범죄사실란 기재와 같이 변경하는 내용으로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으며, 당원은 이를 허가함으로써 당심에서 피고인의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심판대상이 바뀌었으므로 원심의 이에 관한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한편 나머지 유죄 부분들의 경우에도 원심이 위와 같이 파기되는 부분의 공소사실과 각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고 있으므로 역시 파기를 면할 수 없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의 항소이유 중 공소장이 변경되고, 피고인이 당심에서 변경된 공소사실을 인정하였기에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지 아니한 위 가항의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당심에서도 여전히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이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나머지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중간정산방식의 퇴직금 지급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과 연봉제 또는 월급제 방식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월 임금에 퇴직금에 상당하는 금원을 포함시켜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피고인은 이를 이행한 사실이 인정되나,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 중간정산방식의 퇴직금 지급은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조, 제8조 제1항은,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여야 하고, 퇴직금제도를 설정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퇴직금이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원칙으로 퇴직금 지급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것이므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매월 지급받는 임금 속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사용자가 이를 지급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법 제8조 제1항에서 정하는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211 판결,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9834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중간정산약정 등을 이유로 한 고의를 부인하는 주장 등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근로자들과 퇴직금 중간정산약정을 한 후 이를 이행하였고,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에게 그들의 퇴직 후 전별금 등의 명목으로 항소이유 기재와 같은 금액을 추가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나, 퇴직금 중간정산약정은 앞서 본 바처럼 무효이고, 위 전별금 등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것이 아니므로, 위와 같은 사정을 이유로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기일 내 미지급 범행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할 수 없으며, 무효인 퇴직금 중간정산약정에 기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퇴직금지급채무와 상계한다는 주장 역시 그러한 상계가 허용된다고 볼 수 없어 죄의 성립을 방해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용자가 사법상의 효력이 없는 '매월의 월급이나 매일의 일당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내세워 퇴직한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 이를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어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31조, 제9조 소정의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8. 28. 선고 2007도4171 판결, 대법원 2008 07. 10. 선고 2008도2950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을 고려하여 보더라도 피고인에게는 퇴직금의 지급기일 내 미지급죄에 대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할 것인바(특히 피고인의 상계 주장은 재판과정에서 비로소 제기된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결론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