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 사실
C 주식회사(이하 'C'라고 한다)는 1997. 6. 19. 산업자재 및 정밀기계 제조업, 무역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주식회사 D는 2003. 6. 20. 산업자재 및 정밀기계 제조업, 무역업, 염색가공업, 유통업 등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회사로 2004. 7. 12. 상호가 주식회사 E로 변경되었다(이하 변경 전후를 합하여 'D'라고 한다). 피고는 C의 대표이사 및 D의 사실상 대표로서 위 두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였다.
원고는 1997. 10. 13.경 C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04. 6. 30.경 퇴사하였다.
원고는 피고를 근로기준법위반으로 고소하였는데, 피고는 2005. 2. 14. '피고는 D의 실경영주로 상시 1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제조업을 경영하여 온 사용자인데, 2004. 6. 30. 위 사업장을 퇴직한 원고의 임금 및 퇴직금 합계 12,162,576원을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도록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아니하여 위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2,162,576원과 이에 대하여 2015. 3. 4.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사건정보
전주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5나9724
판결선고
2017. 7. 7.
전주지방법원
제2민사부
판결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4, 8, 11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
피고는 염색공장을 운영하면서 사업이 어려워지면 운영하던 사업체를 도산시키고 새로운 사업체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는데, C, D는 모두 외형상으로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는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실질은 피고의 개인기업이거나 피고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피고가 원고에 대한 임금지급채무를 부인하는 것은 법인격 남용에 해당하여, 원고는 C는 물론 그 배후자인 피고에 대하여도 임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한 2004. 6월분 임금 1,618,670원, 연봉계약금액 3,600,000원, 퇴직금 6,943,906원, 합계 12,162,576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피고는 C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다가 경영상 위기를 맞이하여 이를 폐업하였을 뿐이고, C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거나 피고가 그 법인격을 남용한 것은 아니므로, C가 아닌 피고 개인이 원고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판단
관련 법리
회사는 그 구성원인 사원과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것이고, 이는 이른바 1인 회사라고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는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쓰이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고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 참조).
먼저, 회사가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보려면,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와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여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여부, 회사 자본의 부실 정도, 영업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기업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되어야 한다.
또한 위와 같이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한 경우,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이 경우 채무면탈 등의 남용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고, 그와 같은 지위를 이용하여 법인 제도를 남용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되며, 위와 같이 배후자가 법인 제도를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앞서 본 법인격 형해화의 정도 및 거래상대방의 인식이나 신뢰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판단
위 인정 사실에 갑 제2, 4, 6호증, 제8 내지 11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F의 증언, 당심 법원의 주식회사 신한은행, 주식회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대한 각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C의 사업장 소재지는 익산시 G, 자본금은 10억 원(발행주식 수 10만 주, 1주당 금액 1만 원)이고, 피고와 H, I이 이사로, J과 F가 감사로 등기되어 있다. C의 임원들 중 피고의 처인 H을 제외한 나머지는 피고와 친인척 관계에 있지 않다.
D는 2003. 6. 20. 자본금을 1억 원(발행주식 수 1만 주, 1주당 금액 1만 원)으로 하고, 대표이사를 위 F로 하여 C에서 50m 가량 떨어진 익산시 K에 설립된 회사인데, F는 당시 자신이 D의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2004. 7. 12. F가 사임하고 피고의 딸로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L가 이사로 취임하였다.
C는 전북지방중소기업청에 의하여 수출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되고, 100만불 수출탑과 산업자원부장관 표창 등을 받기도 하였으나, 거래사의 부도로 발생한 경영상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제조공정 중 인건비가 많이 필요한 부분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어 2004. 12. 10. 폐업하고, 2009. 12. 1. 해산하여 2012. 12. 3. 청산절차가 종결되었다. C에는 폐업 당시까지 20 ~ 30명 가량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D는 2004. 12. 20. 본점 소재지를 C가 있던 G로 변경하였고, 그 후 C에서 퇴임한 임원 일부가 D로 옮겨 취업하였다.
원고의 급여는 주로 C 명의의 계좌에서 송금되었으나, 2001. 6.경부터 2003. 5 9.경 사이에는 피고의 개인 계좌와 C의 계좌에서 번갈아서 송금되었고, 2004. 1.경부터 2004. 3.경까지는 'D' 또는 'D회사F'의 이름으로 급여가 송금되었다.
C 명의의 주식회사 신한은행 계좌와 D 명의의 주식회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계좌에는 거래처와의 거래내역, 원고 등 직원들과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임금내역 등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피고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에는 카드대금, 주택할부자금, 의료보험료, 전기료 등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데, C로부터 금원을 입금받은 내역도 다수 존재한다.
살피건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C의 대표이사이자 D의 사실상 대표로서 회사의 경영에 관한 전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C 및 D의 예금계좌와 피고 개인의 예금계좌가 전반적으로는 분리되어 사용되었고 위와 같이 일부 혼용된 정도에 불과하다면,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법인이 형해화되어 그 법인격을 부인할 정도로 위 회사들과 피고 사이에 심각한 재산의 혼용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그 밖에 C의 임원 구성과 운영실태, 자본금, 직원의 수, 영업의 규모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 대한 임금지급채무의 발생 당시 피고 개인이 C라는 법인의 형태를 빌려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C가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피고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주식회사의 물적·유한 책임성에 비추어 채권자를 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영업이 부진한 주식회사를 폐업하고 채권·채무를 청산한 다음 신규자본을 투입하여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 자체를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가 C를 폐업하고 그 거래처 및 직원 등을 실질적으로 인수하여 사실상 상호만을 변경한 D를 계속적으로 운영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가 자신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인제도를 남용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C가 부담하는 임금지급채무의 이행을 피고 개인에 대하여 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허명산(재판장) 김진성 이슬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