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들은 각 원고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1 내지 14, 46 내지 49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레미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주된 영업으로 하는 회사이고, 피고들은 원고와 사이에 레미콘 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원고가 제조한 레미콘을 수요자에게 운반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레미콘 운송차주들이다.
원고는 건설경기 악화, 사업지역 내 경쟁 심화 및 사업환경의 변화로 레미콘 수요가 급감하자 2019. 11. 13.경 원고와 레미콘 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한 레미콘 운송차주들을 대상으로 사업시장의 변화와 사업성 악화에 따른 콘크리트 운반차량의 감차 필요성을 설명하고, 2020. 1. 6. 감차대상 선정을 위해 '최초 등록 후 만 15년이 경과된 레미콘 운반차량에 대하여 계약만료일 도래 시 연장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물류(배송)업무 세부 업무기준'(이하 '이 사건 방침'이라 한다)을 공지하였다.
피고들은 2019. 11. 초경부터 G노동조합 H지부(이하 'H지부'라고 한다)에 순차적으로 가입한 후 2020. 1. 9. H지부 산하 I지회를 창립하였다.
원고가 2020. 1. 말경 소외 J, K와의 레미콘 운반도급계약의 연장계약을 진행하지 않고 도급계약을 종료한다고 통지하자, H지부는 2020. 1. 31.경부터 피고들과 함께 원고의 회사 정문 앞에서 'L'는 등의 현수막을 설치하고 확성기를 장착한 방송 차량을 동원하여 집회를 시작하였고, 원고의 거래처 현장을 방문하여 관계자들에게 원고와의 레미콘 거래를 중단 또는 제한하도록 요구하는 등 시위를 진행하였다.
원고와 피고들은 2020. 3. 13.경 레미콘 운송차주들과의 레미콘 운반도급계약 종료와 이 사건 방침이 '도급계약의 종료'인지 '부당해고'인지에 관한 분쟁은 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에 따르기로 하되,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을 때까지 원고는 J, K와의 레미콘 운반도급계약 종료 및 이 사건 방침 등에 대한 효력을 모두 유예하고 피고들은 집회 및 시위 등을 중지하기로 합의하였다(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원고는 2020. 3. 24.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들의 주장
이 사건 소는 계속적인 고용을 요구하는 피고들 내지 G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집회가 이어지자 이를 수인하기 어려웠던 원고가 '원고는 판결이 있을 때까지 피고들과 계약을 유지하고 피고들도 현수막의 게시 또는 집회 및 시위를 중지하자'는 내용의 합의를 제안하고 이에 피고들이 동의하여 시작된 것이다. 즉,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피고들을 포함한 노동조합원들이 원고에게 계속적으로 계약의 유지를 요구하는 현수막의 게시, 집회 및 시위 등 조합활동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고, 피고들이 종전에 원고에게 요구한 것도 피고들과의 계약을 계속적으로 유지하라는 것이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에서 도출되는 특별한 권리의 보장을 요구한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소로 피고들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은 확인의 이익이 없다.
판단
원고가 최초 등록 후 만 15년이 경과된 레미콘 운반차량에 대하여 계약만료일 도래 시 연장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공지하고 이 사건 방침에 따라 J, K<1>에 대하여 레미콘 운반도급계약 종료를 통지하자 피고들이 이를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사실, 원고와 피고들이 레미콘 운반도급계약 종료와 이 사건 방침이 '도급계약의 종료'인지 '부당해고'인지에 관한 분쟁을 법원의 최종확정판결에 따르기로 합의하였고 위 합의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들의 부당해고 주장은, 결국 원고와 레미콘 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한 레미콘 운송차주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한 주장에 해당하는바,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피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는지에 관한 분쟁이 있고, 이 사건 합의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들을 상대로 근로자지위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위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으로 보이므로, 원고에게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들의 본안전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44276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10, 15 내지 28, 30 내지 39호증, 을 제1, 2, 6호증의 각 기재, 증인 M, N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피고들과 개별적으로 기간을 1년으로 정하여 레미콘 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 계약기간 만료 전 30일 이전에 별도의 이의가 없을 경우 1년씩 연장하는 것으로 하여 위 계약은 2019년 말경까지 연장되었다. 원고와 피고들은 정형화된 계약서 양식을 사용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의 레미콘 출하업무는 월요일부터 토요일 08:00부터 17:00까지 이루어졌는데, 피고들은 보통 08:00에 원고 공장에 출근하여 대기하다가 내부 순번에 따라 원고로부터 출하 물량을 배정받으면 각자의 레미콘 믹서트럭에 적재하여 원고가 지정한 공사 현장까지 운반하고 원고 공장으로 복귀한 뒤 공장 내에서 대기하다가 원고로부터 다시 물량을 배정받으면 레미콘을 운반하는 업무를 반복하여 왔다.
피고들은 근무시간이 아닌 운반횟수에 따라 운송비를 받았고, 그 복귀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 자신에게 배정된 운반업무를 마치면 공장 내에서 대기하거나 다른 업무를 하지 않고 곧바로 퇴근할 수 있었다. 피고들은 출하업무가 일찍 시작되는 경우에는 전날 원고로부터 연락을 받고 일찍 출근하기도 하였으나, 자신의 순번이 뒤에 있는 경우에는 늦게 출근하기도 하였으며, 개인 사정에 따라 출근하지 않기도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로부터 지적을 받거나 배차정지, 배차물량 감소 등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었다.
피고들은 차량에 원고의 사명이 기재된 로고 내지 스티커를 부착하였고, 피고들은 운반업무가 종료하면 일일 차량운행일보를 작성해 회사에 제출하고 레미콘 믹서트럭 차량을 원고 공장 내부의 차고지에 주차한 후 퇴근하였다.
피고들은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레미콘 운반업무 외에 원고 회사의 다른 업무는 수행하지 않았고, 원고의 취업규칙, 복무규칙, 기타 복무에 관한 제반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위와 같은 레미콘 운반업무의 대가로, 피고들이 미리 정하여진 계약운반단가에 따라 자신들이 매달 운반한 횟수를 집계하여 그 운반비를 청구하면, 피고는 이를 확인·검토한 후 그 운반비를 익월에 지급하였고, 원고가 피고들에게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금품이나 기본급 등은 없었다.
피고들은 모두 유한회사 O, P 유한회사 등 중기회사와 지입계약을 체결하고 지입회사 명의로 원고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준 후 보험료, 자동차세, 차량유지비 등 레미콘차량의 운행과 관련된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고 사업소득세 및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였다.
레미콘 운송차주들은 질병 등 개인 사정으로 레미콘 운반업무를 스스로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 자신을 대신하여 운반업무를 수행할 사람을 고용하여 그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는데, 원고는 대리운전자가 누구인지 확인만 하였을 뿐 대리운전을 거부하거나 금지하지 않았다.
피고들은 이 사건 도급계약기간 동안 원고 외에 다른 회사와 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원고 공장에 출하 물량이 없는 경우에는 다른 회사의 운반업무를 하는 것이 가능하였고, 원고의 출하 과장은 다른 회사로부터 레미콘 믹서트럭 차량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으면 피고들을 비롯한 레미콘 운송차주들에게 이를 소개해주기도 하였다. 이 경우 레미콘 운송차주들은 다른 회사로부터 운반비 전액을 직접 지급받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주었으며, 원고 또는 원고의 출하과장에게 수수료나 대가 등을 지급한 적은 없다.
한편, 원고는 레미콘 운송기사들을 직접 고용하기도 하였는데, 위 운송기사들은 원고 소유 레미콘 믹서트럭 차량을 이용하여 레미콘 운반업무를 수행하고 근로계약에 따른 고정급과 수당 등을 지급받았고, 원고의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칙의 적용을 받아 출퇴근 기록기를 통하여 근태관리를 받았으며, 레미콘 운반업무 외에도 청소 등 원고가 지시하는 기타 업무를 수행하였다.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들의 업무가 레미콘 운반업무로 정해져 있고, 운반장소, 운반거리, 운반물량, 운반시간 등에 관한 원고의 운반지시에 따라야 하는 등 피고들이 그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일정 부분 원고의 지휘·감독을 받은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도급계약은 레미콘 운송차주인 피고들이 배정받은 레미콘을 지정된 시간 안에 지정된 장소에 운반하는 일의 결과가 중요한 계약인 점, ② 피고들의 업무가 레미콘 운반업무로 한정되어 있고, 원고의 운반지시에 성실히 응할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피고들이 체결한 레미콘 운반도급계약의 성질상 당연히 요구되는 것으로서 이를 두고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점, ③ 피고들이 출하업무의 시작부터 종료 시까지 원고의 공장 내에서 대기하였더라도, 이 사건 도급계약과 같은 레미콘 운반도급계약의 경우 레미콘 제조회사가 레미콘을 필요로 하는 건설 현장으로부터 공급주문을 받아 운반도급계약의 상대방인 레미콘 운송차주에게 운반장소를 지정하여 운반을 위탁하는 것이 기본적인 내용이 될 수밖에 없는데, 레미콘 제조회사는 레미콘의 타설시간을 스스로 조정할 수 없고 수요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추어야 하며 레미콘 운송차주들은 수요자가 원하는 시간을 개별적으로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레미콘 제조회사의 출하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점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보이는 점, ④ 원고가 피고들로 하여금 레미콘 믹서트럭 차량에 원고의 사명이 기재된 로고 내지 스티커를 부착하게 한 것은 레미콘 제조회사인 원고의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와 제조회사의 식별을 위한 것으로서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서로 간에 양해된 사항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들은 운반업무 종료 후 영업용 차량을 외부에 주차할 경우 불법 주정차가 되므로 이를 피하거나 출퇴근에 소요되는 유류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원고의 공장 내 차고지에 레미콘 믹서트럭 차량을 주차해 두었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출하업무의 시작 및 종료시간 외에 레미콘 믹서트럭의 이동 여부를 간섭하지는 않았던 점, ⑥ 원고가 피고들에게 일일 차량운행일보의 제출을 요구한 이유도 이 사건 도급계약에 의하여 운반비용과 운행거리에 따라 원고가 별도로 제공하는 연료량을 상호 계산 및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던 점, ⑦ 이 사건 도급계약서상 피고들은 제3자와 이중의 레미콘 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할 수 없고 이를 어길 경우 계약해지 사유가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기는 하나, 레미콘 제조회사로서는 생산 후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안에 현장에서 타설이 이루어져야 하는 레미콘의 특성상 신속한 운송이 절실하기 때문에 상시 안정적인 운송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레미콘 운송차주들인 피고들도 레미콘 제조회사와의 전속적이고 장기적인 운반계약을 통하여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안정적으로 유지·증대시킬 수 있다는 이로운면이 있어 독립적인 운송사업자로서의 권한 중 상당 부분을 포기하기로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⑧ 실제로 원고는 출하 물량이 없는 날에는 원고가 직접 고용한 레미콘 운송기사들에게 운반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시킨 것과 다르게 피고들을 비롯한 레미콘 운송차주들에게는 레미콘 믹서트럭 차량이 필요한 다른 회사를 소개해줘 수입을 보전할 수 있게 해주었던 점, ⑨ 원고는 피고들의 출퇴근 시간을 통제하거나 근태관리를 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피고들은 출근 여부나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결정하였으며, 원고가 이에 대해 불이익을 주지도 않았던 점, ⑩ 레미콘 운송차주들이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것에 특별한 장애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⑪ 피고들은 취업규칙, 복무규칙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기본급이나 고정급도 정해져 있지 않았던 점, ⑫ 각 레미콘 믹서트럭의 소유권이 레미콘 운송차주인 피고들에게 있고 각 트럭의 관리를 피고들 스스로 하였으며, 근로소득세를 원고가 원천징수한 것이 아니라 피고들이 각자 사업소득세 및 부가가치세를 납부한 점, ⑬ 이 사건 도급계약서의 규정상 원고가 피고들의 근무태도 불량, 단체행동, 교통법규 위반, 차량사고 등의 경우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나, 이는 모두 성실하고 안전한 차량 운행을 유도함으로써 종국적으로는 레미콘 운송이 정확하고 차질 없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근로자에 대한 규율의 성격을 띤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원고가 위탁한 레미콘 운반업무를 수행하고 그에 대한 용역비를 지급받기로 하는 개인사업자라고 봄이 타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남현(재판장) 박은혜 김민재
각주1) 원고는 당초 J, K를 상대로도 소를 제기하였으나 2021. 7. 12. J, K가 레미콘 운반도급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음을 이유로 이들에 대한 소를 취하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