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24. 5. 17. 선고 2022가단31346 판결

손해배상(기)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원고 회사와 피고들의 지위

원고 회사는 F 주식회사(이하 ‘F’이라 한다)로부터 택배 운송업무를 수탁받은 회사이고, 피고들은 원고 회사로부터 택배화물 집배송 등 업무를 수탁받았던 사람들이다(갑 제2, 3, 4호증).

2.

권리남용 등 주장에 관하여

피고들은 원고의 이 사건 소 제기가 권리남용금지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므로 부적법하거나 이유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피고들의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가 인정되고, 그로 인하여 피고들은 원고 회사에 근로계약상 노무제공의무 불이행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다만 인과관계 있는 손해의 증명이 부족하여 원고 회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소 제기가 권리남용금지 원칙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가.

원고 회사의 주장

피고들은 2022. 1.경부터 2022. 3. 15.까지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방법으로 전면파업을 하였다. 이는 교섭대표노동조합에 의하여 주도되지 않은 파업으로 공동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쟁의행위 여부

1)

규정위반상품의 배송보류

피고들이 가입한 G노동조합은 F에 ‘택배요금인상 금액의 공정한 분배, 수수료 인상, 별도 요금 폐지,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였고, 그에 따른 협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자 2021. 12. 28. 택배노조 총파업을 단행하였다. G노동조합은 위 파업을 준비하면서 피고들과 같이 교섭대표노동조합에 속하지 않아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는 조합원들로 하여금 ‘12. 28. 규격 외 상품과 판가 미준수에 해당하는 모든 상품들에 대해 “개선요청”을 진행한다. 개선요청상품은 레일에 올리지 않고 개선요청임을 표기하고 자신의 자리에 적재한다’, ‘쟁의권 없는 조합원은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 “완전개별분류”를 요구하여 미분류 상황을 매개로 배송거부를 진행하고 더 이상의 하차작업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 사측이 집화금지를 실행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는 등의 계획을 세웠다(갑 제13호증).

피고들은 2022. 1. 1.부터는 배송업무를, 2022. 1. 6.부터는 집화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을 제9, 10호증). 당시 상황에 관하여 피고들은 그 무렵 F의 집화 금지/제한 상품 지침, 포장지침, 판가규정(을 제1, 2, 3호증)을 위반한 규정위반상품에 한하여 배송을 보류하였을 뿐인데(을 제5호증), 원고가 늦어도 2022. 1. 6. 피고들에 대한 집화제한조치(피고들의 책임배송지역으로 배송할 상품 접수를 하지 않는 것)를 하여 배송업무 전부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원고는 피고들이 G노동조합의 파업에 동조하여 2022. 1.경부터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사실은 피고들의 책임 성립에 관한 것으로 그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할 것인데, 갑 제25호증의 기재는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그 밖에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규정위반상품의 배송을 보류하는 것을 넘어, 2022. 1.경부터 배송 등 업무 전부를 거부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G노동조합도 피고들과 같이 교섭대표노동조합에 속하지 않아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는 조합원들에 대하여는 규정위반상품들에 대한 개선요청을 하도록 계획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은 규정위반상품의 배송을 보류하는 방식으로만 G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참여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2)

규정위반상품 배송보류가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피고들은 규정위반상품의 배송을 보류한 행위가 F의 지침 등에 따른 것으로 적법‧정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들 외에 원고 회사의 다른 근로자들은 규정위반상품의 배송을 거부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갑 제25호증), 행위의 시기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G노동조합의 전국적인 파업 추진 과정의 일부로서 계획적‧집단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들의 행위가 F의 지침 등을 준수한 것으로서 정당한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던 배송업무의 일부를 집단적으로 거부함으로써 회사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로서 이른바 쟁의적 준법투쟁으로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1991. 10. 22.

선고 91도600 판결, 대법원 1995. 4. 7. 선고 94다27342 판결, 대법원 1996. 7. 30. 선고 96누587 판결 참조).

다.

쟁의행위의 주체 위반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의하여 주도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37조 제2항]. 하나의 사업장에 근로자가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이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경우에는 쟁의행위는 교섭대표노동조합에 의하여 주도된 것이어야 한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5).

원고 회사의 사업장에는 H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가 12명, G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가 4명(피고들이다)이었는데, H노동조합이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4항에 따라 조합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었다(갑 제19호증의 2).

그런데 피고들의 이 사건 쟁의행위는 위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피고들의 쟁의행위는 정당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라.

불법행위책임 성립 여부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은 사용자는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지만, 불법쟁의행위를 기획·지시·지도하는 등으로 주도한 조합간부들이 아닌 일반조합원의 경우, 쟁의행위는 언제나 단체원의 구체적인 집단적 행동을 통하여서만 현실화되는 집단적 성격과 근로자의 단결권은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데, 일반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해칠 수도 있는 점,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하여 의심이 있다 하여도 일반조합원이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 간부들의 지시에 불응하여 근로제공을 계속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일반조 합원이 불법쟁의행위 시 노동조합 등의 지시에 따라 단순히 노무를 정지한 것만으로는 노동조합 또는 조합 간부들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5다30610 판결 참조).

그런데 피고들 역시 G노동조합의 쟁의행위 계획에 따라 규정위반상품에 대한 배송보류를 한 일반조합원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 회사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원고 회사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4.

보충

위와 같이 피고들은 원고 회사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나, 원고 회사와의 개별 근로계약상의 노무제공의무 불이행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할 수 있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보충적으로 살펴본다. 이때 책임 부담의 범위는 각자 노무제공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개별 계약상의 책임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들의 쟁의행위 내용은 규정위반상품에 대한 배송보류뿐이고, 원고 회사는 피고들에 대하여 2022. 1. 5.부터 2022. 3. 15.까지 집화제한조치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갑 제21호증), 피고들이 원고 회사의 배송업무 등에서 전면 배제된 것은 원고 회사가 피고들에 대한 집화제한조치를 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규정위반상품에 대한 배송보류 외에 집화제한조치에 따른 수익감소를 전부를 피고들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할 수는 없다. 피고들의 규정위반상품에 대한 배송보류 행위로 인하여 원고 회사의 집화제한조치가 불가피하였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달리 볼 여지가 있을 것이나 원고 회사의 주장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손해액에 관하여 원고 회사는 주위적으로, 피고들이 배송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기간의 매출액과 전년도 같은 기간의 매출액을 비교하여 감소된 매출액 92,293,438원이 피고들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먼저 매출액은 원고 회사가 용역을 제공하고 F으로부터 받는 대금 전액으로서 택배기사들에게 지급되는 보수 등의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이 아니다. 그리고 매출액 감소 부분 중 집화제한조치에 따른 배송업무 등의 전면 중단으로 발생한 것에서 규정위반상품에 대한 배송보류로 인한 것만을 구분하여 산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위 매출액 기준으로 원고 회사가 입은 손해를 인정할 수는 없다.

원고 회사는 예비적으로, 피고들의 쟁의행위 직전 3개월 동안 피고들의 배송업무와 관련하여 F으로부터 받은 수수료 중 원고 회사의 몫이었던 부분과 F이 지급한 분류도 우미 지원금 평균액을 손해액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배송업무에서 전면 배제된 것은 원고 회사의 집화제한조치로 인한 것이므로, 위 수익감소 전부를 피고들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할 수 없고, 위 감소된 수익 중 피고들의 쟁의행위인 규정위반상품의 배송보류로 인한 부분만 구분할 수도 없으므로, 결국 원고 회사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판사 허윤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