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26. 4. 8. 선고 2023구단10297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주식회사 B(이하 'B'이라 한다)은 환경청으로부터 경북 울진군 C 일대부터 삼척시 D 일대(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 한다)의 생태계조사를 의뢰받았다.

나.

B은 위 환경청 의뢰에 따라 조사를 한 다음 1차 보고서를 제출하였으나, 다시'법정보호종, 특산식물, 식물구계학적특정종 등 보전가치가 높은 식물종 목록을 작성하라'는 검토의견을 받고, 박사학위 소지자인 고 E(F생, 이하 '고인'이라 한다)에게 재차 정밀 생태계조사업무를 의뢰하였다(이하 '이 사건 조사업무'라 한다).

다.

고인은 이 사건 조사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2021. 7. 16. 이 사건 현장에서 법정보호종 또는 희귀식물 등을 조사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에, 08:43경 고도 1036m 지점에서 심근경색이 발생하여 인근 의료기관으로 이송되다가 같은 날 10:56경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라.

고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1. 7. 16. 고인이 B에 고용된 근로자에 해당하고, 이 사건 사고는 고인의 업무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피고를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2. 3. 23. '고인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사고와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고인은 B에 고용된 근로자로서 B의 지휘, 감독에 따라 이 사건 조사업무를 실시한 것이며, 이로 인하여 심근경색이 발생하여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에서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B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 근거는 아래와 같고, 이는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6 내지 8호증, 을 제3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뒷받침된다.

①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고인이 업무수행에 필요한 교통비 및 숙식비 등을 B으로부터 제공받았고, 이 사건 조사업무에 관하여 합의된 1,200만 원 이외에 다른 급여는 지급받지 아니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을 제3호증 등).

②

그러나 한편 고인은 B과 사이에 이 사건 조사업무에 관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는데, B이 이와 유사한 성격의 조사업무 등을 위해 다른 전문가 등과 작성한 계약서를 살펴보면, 그 내용이 연구 '용역'에 관한 것이고 그 경비도 스스로 부담하도록 되어 있는 등 통상적인 근로계약과는 달리 전문가에 대한 위임계약 내지는 도급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바, 박사학위 소지자인 고인이 수행한 이 사건 조사업무에 관해서도 계약서가 작성되었더라면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작성되었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③

이에 따라서 B 측은 원고를 비롯한 전문가들에게 조사업무 등을 의뢰하고 지급하는 금전적 대가도 이를 세무상 사업소득으로 처리하였다(을 제7호증).

④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더라도, 고인의 구체적인 조사업무 내용을 B이 정하였다거나, 고인이 이 사건 조사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B 측이 상당한 수준의 지휘 · 감독을 하였다는 자료를 찾아볼 수 없고, 고인이 B의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또는 유사하게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았다는 정황도 살펴볼 수 없다.

⑤

또한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의 지정 및 구속 여부도 중요한 판단요소라고 할 것인데, 고인의 이 사건 현장의 답사는 2021. 7. 14.부터 16.까지로 3일간의 일정에 불과하여 '근로제공관계가 계속적'이라고 보기 힘들고(현장답사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던 제2구간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준의 일정이 배정되었을 것으로 보임), 그 조사업무의 내용도 이 사건 현장을 비교적 자유롭게 답사 · 조사하여 보고서(자문의견)를 제출하면 되는 것으로 하루 중 언제 이를 수행해야 하는지 시간대가 지정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고인의 업무수행 영역이 이 사건 현장으로 정해져있었다는 것은 생태계조사라고 하는 업무의 특성에 기인하여 그 조사구역이 특정되어 있는 것일 뿐, 이를 두고 근로계약의 경우 통상 수반하는 '근무장소의 지정 및 구속'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고인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이상, 그 외에 다른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이 법원의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감정촉탁결과 등에 따르면 이 사건 사고와 이 사건 조사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역시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보임).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안좌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