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법리오해(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의 점에 관하여)
건설기계인 천공기(T4)의 임대인 겸 조종사인 피해자 O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서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였을 뿐인데, 피해자를 근로자로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피고인 A: 징역 6개월 및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 원, 피고인 B 주식회사: 벌금 700만 원)이 모두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위와 같은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이에 대한 판단을 판결문 7~12쪽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보태어 보면, ‘근로의 실질’을 기준으로 할 때 피해자가 E㈜와 사이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유죄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해자와 E㈜가 천공기(T4)에 관한 건설기계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외에 별도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피해자를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근로자 지위로 가입시키고, 급여를 지급한 것이 오로지 임대차계약에 따른 장비 임대료 일부를 먼저 지급하기 위한 형식에 불과하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원심증인 C의 진술 이외에{C은 수급인 E㈜ 소속 현장소장으로 판결이 분리 선고된 공동피고인이었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고, 설득력도 떨어진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장비 임대업 동업자인 U가 원심에서 피고인들 주장에 부합하고 피해자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고 주장하나, U의 진술은 ‘장비 임대차 대금 3,500만 원 중 노무비 명목으로 U, 피해자에게 각 500만 원씩을 책정하고 장비 임대료는 이를 뺀 나머지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지급하는 것으로 피해자가 요청하였고, E㈜가 받아들였다’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이를 피해자의 근로자 지위를 부정하는 직접 근거로 삼기 어렵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급여가 건설기계 조종사 통상 임금인 월 700만 원과 현격한 차이가 있어 근로자의 급여가 아니라 장비 임대료의 일부 선지급이라는 근거가 된다고도 주장하나, 피해자의 급여(근로일수 21일, 500만 원)는 PBD 천공기 조종사 D의 급여(근로일수 22일, 510만 원)와 비슷한 점<1>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도 적극 고려할만한 주장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E㈜가 임차<2>한 (사고 발생 관련 장비) PBD 천공기의 조종사 D이 2021. 9. 2. 동일하게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E㈜ 소속 근로자로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이 사건 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과 같이, 천공기(T4)를 임대하는 동시에 조종사로 실제 노무를 제공한 U와 피해자도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 재해를 당할 경우를 대비하여 장비임대차계약에서 조종사 노무 부분을 떼내어 E㈜와 별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제공의 대가로 급여를 지급받았다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무엇보다도 피해자는 이 사건 현장에서 천공기(T4)의 임대인 겸 조종사로서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형태로 노무를 제공하지 않았다. 즉 E㈜ 현장소장 등은 연약지반개량공사에 필요한 PBD 천공기, 천공기(T4), 에어콤프레샤(공기 압축기) 차량을 묶어 팀 단위로 운용하며 업무 지시를 하였는데, 피해자는 그 중 1팀(피해자, U, D, P)<3>에 소속되어 있었다. 1팀 내에서 PBD 천공기는 D이, 천공기(T4)는 U가, 에어콤프레샤 차량은 피해자가 주로 조종했고, P는 보조 업무를 맡았는데, 에어콤프레샤 차량은 E㈜가 AZ로부터 임차한 장비였고, 피해자는 U가 주로 조종했던 천공기(T4)를 가끔 운전해 주거나 유도수 등 팀 내 잡무도 수행하였다<4>.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 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므로,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피고인 A은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 수급인인 E㈜가 신속하게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였고, 유족과 합의에 이르러 유족이 관련자인 피고인들의 처벌도 원하지 않는다. 기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에 대한 시정명령에도 성실하게 응하였다. 이는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산업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범행인바, 그 자체로 죄책이 무겁다. 피고인 B 주식회사는 안전조치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2022. 10.경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 이는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정상이다<5>.
그밖에 당심에서 원심의 양형조건과 달리 평가할 만한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변경이 없는 점을 비롯하여 피고인 A의 나이, 환경, 사고 당시 피고인들의 지위,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다만, 원심판결문 법령의 적용 중 피고인 A 부분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호”와 각 “제173조 제2호<6>”를 산업안전보건법 각 “제173조 본문”으로, 피고인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중 제11쪽 ⑥항 첫째 줄 “피고인이 이 사건 현장에 제공한 천공기는”을 “피해자가 이 사건 현장에 제공한 천공기는”으로 각 경정한다).
판사 김은영(재판장) 이창섭 정세진
각주1) 증거기록 1권 151쪽
각주2) 증거기록 1권 96쪽: 등록 소유자 AY㈜
각주3) 증거기록 1권 89쪽
각주4) 증거기록 1권 141쪽
각주5) 이 사건 사고 이후인 2022. 3. 8. ‘I공사’의 준설공사 현장에서 하도급 회사 소속 근로자의 익사사고가 발생하였다. 피고인들은 이와 관련하여 2023. 4. 17. 별도 사건으로 기소되었으나, 1심 재판중이므로(전주지방법원 2023고단639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사건), 후발 사고를 이 사건 양형요소로 고려하지는 않는다.
각주6)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장에도 적용법조로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호” 또는 “173조 제2호”로 기재되어 있다. 법 제173조(양벌규정)에 의하여 법 각 본조의 적용대상인 사업주인 법인 또는 개인 뿐 아니라 위반 행위자도 처벌하게 되지만, 행위자는 제173조 본문을 근거로 각 본조의 벌칙 규정에 따라, 사업주인 개인은 각 본조의 벌금형에 따라, 사업주인 법인은 제173조 각 호의 구분에 따른 벌금형에 따라 처벌하게 된다. 원심이 피고인 A에 대한 이 부분 적용법조를 잘못 적용하였으나, 원심 판결이유에 기재된 범죄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인 A에 대한 형사책임을 인정한 근거는 각 위반행위의 ‘행위자’임을 전제로 한 것이 분명하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단순한 오기라고 보아 경정으로 처리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