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25. 2. 27. 선고 2023노1206 판결

주문

피고인 B, 피고인 주식회사 C 및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B, 피고인 주식회사 C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피고인 B)

피고인 B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 B에게는 이 사건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권한이 없었고, 피고인 B은 현장통제, 보호구 착용 등의 확인, 안전교육 등 현장소장으로서 부담하는 일반적인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다. 가사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구체적인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사고와 같은 비전형적인 사고의 가능성까지 예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피고인 B, 피고인 주식회사 C)

위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피고인 B: 징역 10개월에 대한 집행유예 2년, 피고인 주식회사 C(이하 '피고인 C'이라 한다): 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피고인 B, 피고인 C에 대하여)

피고인 B과 피고인 C의 건설공사도급인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 C과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 사이의 임대차계약의 실질은 타워크레인의 임대뿐만 아니라 타워크레인 설치·해제에 관한 도급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피고인 C을 도급 사업주로 보아야 함에도, 피고인 C이 타워크레인 설치·해제 작업을 D에 도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전제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단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피고인 A: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B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서 업무란 사람의 사회생활면에서 하나의 지위로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를 말하고, 여기에는 수행하는 직무 자체가 위험성을 갖기 때문에 안전배려를 의무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사람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의무내용으로 하는 업무도 포함되며(대법원 1988. 10. 11. 선고 88도1273 판결, 2002. 5. 31. 선고 2002도1342 판결 등 참조), 이런 의무에는 법령상 의무뿐만 아니라 조리상 의무도 포함된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도3493 판결 참조).

도급계약의 경우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고,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도2263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타워크레인을 임차한 건설공사도급인이 자신의 사업장에서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 부담하는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에 대하여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 B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B은 이 사건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을 구체적으로 관리·감독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 B은 이 사건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에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위반하였고 이러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①

산업안전보건법 제76조에 따르면, 건설공사도급인은 자신의 사업장에서 타워크레인의 해체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에는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94조는 이러한 건설공사도급인의 안전조치 의무를 보다 구체화하여, 작업 시작 전 기계·기구 등을 소유 또는 대여하는 자와 합동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사업주의 작업계획서 작성 및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타워크레인에 대하여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전보건규칙 제141조 제1호에 의하면, 크레인의 해체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순서를 정하고 그 순서에 따라 작업을 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법령의 규정에 의하면, 피고인 B은 타워크레인 해체작업 시작 전에 합동 안전점검을 하고, 작성된 작업계획서에 따른 작업이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하며, 작업이 순서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조치하는 등의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피고인 B, 안전팀장 E, 안전기사 F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타워크레인 해체작업 당시 고정핀을 먼저 빼고 작업을 하는지 몰랐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특히 E은 수사기관에서 관리·감독은 하부에서 하니까 무슨 작업을 하는지 정확히 모를 정도라고 진술한 바 있고, F 역시 작업순서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알았다면 작업순서를 지키도록 시켰을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따라서 피고인 B은 작업계획서에 따른 작업이 이루어지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작업순서에 따라 작업이 이루어지도록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②

피고인 B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신문 당시 D이 최초 작성한 작업계획서에 타워크레인을 해체하는 부분에 관한 내용이 없어서 이를 반려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 B은 이 사건 타워크레인 임차인인 피고인 C의 현장소장으로서 D에 임대차계약과 그에 부수한 의무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으며, 피고인 B이 휴가로 부재할 경우(피고인 B은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할 날 휴가 중이었으므로 피고인 B에게 업무상과실치사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도 하나,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고정핀은 재해가 발생하기 전날 이미 해체된 상태였고, 피해자가 사용한 안전로프 역시 이 사건 재해 발생 전인 2021. 6. 15.부터 사용하고 있던 것이어서 이미 피고인 B의 의무 위반이 발생한 상태이고, 그 결과만 피고인 B이 휴가를 간 2021. 6. 22. 발생한 것이므로 위 피고인이 재해 발생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피고인 C의 안전관리자 E을 통하여 피해자를 포함한 근로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안전보호구 착용 상태 등을 확인하는 등 사실상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서 그 권한을 행사하기도 하였다.

③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제76조에 따라 피고인 C과 그 현장소장인 피고인 B은 높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에 대하여도 안전을 확보할 구체적인 조치를 강구할 책임이 있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 제1호에 의하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그 구체적인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게 되어 있는데, 안전보건규칙 제44조에 따르면 "업주는 추락할 위험이 있는 높이 2미터 이상의 장소에서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시킨 경우 안전대를 걸어 사용할 수 있는 설비 등을 설치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대 부착설비로 지지로프 등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처지거나 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사업주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안전대 및 부속설비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 고용고동부 고시 제2020-8호 추락재해방지 표준안전 작업지침 제16조에 의하면 안전대를 지지하는 대상물에 추락시 로프를 절단할 위험이 있는 예리한 각이 있는 경우에 로프가 예리한 각에 접촉하지 않도록 충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위와 같이 브레이싱 해체작업이 며칠에 걸쳐 이루어졌으므로 브레이싱이 날카로운 점, 지지로프가 섬유로프여서 쉽게 잘릴 수 있다는 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피고인 B, 안전팀장 E, 안전기사 F은 이 사건 타워크레인 해체작업 당시 안전대 부속설비 이상 유무를 확인한 바가 없고, 이 사건 타워크레인 해제작업이 고공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라며 작업자들에게 안전조치의 이행을 확인함을 방기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고, 거기에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산업안전보건법 제76조는 산업안전보건법이 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이고, 그 내용은 건설공사의 도급인은 타워크레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계·기구 또는 설비의 사용 또는 설치·해체작업에 대한 직접 계약관계 여부에 관계없이 자신의 사업장에서 해당 기계·기구 또는 설비 등이 설치·작동하고 있는 경우 또는 이를 설치·해체·조립하는 등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에 유해·위험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법률 주요내용 설명자료(2019. 1. 고용노동부 발간)(100, 101쪽)에 의하면 최근 고층 건설공사시 건설자재를 인양하는데 사용되는 타워크레인 사고가 급증하였고 대형 인명피해 사고가 자주 발생하였으며, 특히 타워크레인이 필수요소인 건설공사 또는 조선업에서는 위 전부 개정 당시의 최근 5년간 타워크레인 사망사고 중 65.2%가 타워크레인 설치·해체과정에서 발생하였음에도, 건설공사에서 타워크레인 임대업체, 설치·해체 업체는 영세소규모 사업주가 대부분으로 작업시 안전관리에 취약한 것이 현실이었는바, 위 조항은 계약에 관계없이 건설현장 등 사업장에서 안전을 총괄·관리하는 건설공사도급인이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타워크레인 등의 설치부터 해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안전을 책임지도록 하기 위해 입법되었다.

②

피고인 B은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영역으로 피고인 C의 현장소장인 피고인 B에게 그러한 전문성이 없었고,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은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인 D이나 G의 사업주, 피해자를 비롯한 고소작업자들에게 그 권한이 모두 위임되어 있었으며, 피고인 B이 그 작업 범위 내에 출입도 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 B에게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의 안전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산업안전보건법 제76조의 입법배경과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B이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었다거나 고소작업의 위험에 대한 지배가능성이 없었다고 하여 그 책임을 면한다고 할 수 없고, 산업안전보건법 제76조에 따라 건설공사도급인인 피고인 C의 현장소장인 피고인 B에게 곧바로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에서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위험에 대하여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부과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9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의 작업계획서 작성 등에 대한 건설공사도급인의 확인의무 또한, 사업주가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였는지 등을 형식적으로 확인할 의무가 아니라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의 사업주가 부담하는 것에 준하는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바, 건설공사도급인이 작업계획서 작성·이행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건설공사도급인이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③

피해자는 브레이싱과 마스트를 연결하는 고정핀이 제거된 상태에서 지상 20m 높이의 브레이싱에 올라가 브레이싱 중심에서 마스트 방향으로 걸어가던 중, 고정핀이 제거된 브레이싱 끝단이 좌우로 크게 회전하자 균형을 잃고 브레이싱 위에서 떨어지고 피해자의 안전대 부착설비인 섬유 로프가 브레이싱의 날카로운 부위에 쓸려 끊어지면서 피해자가 바닥으로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피고인 C 현장 안전기사 F,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H센터 대리 I, J조합 이사장 K, 타워크레인 해체작업 경력자 L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은, 고정핀을 먼저 제거한 상태에서 줄걸이 로프를 브레이싱에 묶는 '줄걸이 작업'을 하는 경우 브레이싱이 흔들리는 문제로 추락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작업계획서에 따라 타워크레인 지브후크에서 내려온 줄걸이 로프를 먼저 브레이싱에 체결한 다음 타워크레인 마스트에 있는 브레이싱 고정핀을 제거하는 순서대로 작업을 진행하였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1>. 그런데 피고인 B은 작업계획서 작성 및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타워크레인에 대하여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었음에도 작업계획서에 따른 작업이 이루어지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작업순서에 따라 작업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

④

한편, 위와 같이 고정핀을 먼저 제거한 상태에서 '줄걸이 작업'을 하는 경우 브레이싱이 흔들리는 문제로 추락사고 위험이 있음에도, D 소속의 M은 원심 법정에 출석하여 브레이싱 고정핀을 먼저 제거하여야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이 가능하고, 지금까지 위 방식을 따라 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G 소속의 N 또한 수사기관에서, 줄걸이 작업을 먼저 할 경우 타워크레인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 고정핀을 제거하는 작업이 매우 어렵다고 진술한 점(증거기록 190쪽 이하),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의 순서에 대하여는 타워크레인 제작사에서 정하는 별도의 매뉴얼은 없고 공사현장이나 작업자의 판단에 따라 작업순서가 정해지는 점[L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4면, 수사보고(해제 작업순서에 대한 추가 진술 청취 보고)(증거기록 433쪽)]에 비추어 고정핀을 먼저 제거하는 타워크레인 해체작업 방식 자체가 잘못된 해체작업 방식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만일 피고인 B이 작업계획서의 작성·이행여부를 확인하였더라면 실제 G의 고소작업자들의 기존 타워크레인 해체작업 방식이 작업계획서에 기재된 작업순서와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고, 그렇다면 피고인 B으로서는 작업계획서의 원칙적인 작업순서와 달리 고정핀을 먼저 제거할 경우 예상되는 추락사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고소작업자들과 안전대 부착설비인 섬유로프를 와이어로프로 교체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거나, 작업계획서에 기재된 대로 줄걸이작업 후 고정핀을 제거하는 방식이 더 안전한 방법이 아닌지 논의를 거쳤어야 함에도 피고인 B이 작업계획서의 작성·이행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 B에게는 건설공사도급인이 작업계획서 작성·이행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예상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

3.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검사는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에서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① 타워크레인은 고층아파트 건설공사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장비이나 건설회사에서 타워크레인을 직접 소유하는 경우는 없고, 피고인 C 또한 D로부터 이 사건 타워크레인을 임차하였던 점, ② 피고인 A과 사이에서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해체작업에 관한 도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은 D이고, 피고인 C과 피고인 A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는 점, ③ 건설회사가 타워크레인을 임차하는 목적은 그 타워크레인을 건설공사에 사용하는 데 있는바, 그 설치와 해체 등의 작업은 타워크레인을 사용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타워크레인 임대인이 그 설치와 해체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인의 주된 의무로 볼 수 있으므로(민법 제623조 참조),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해체작업은 임대인인 D의 업무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 ④ 피고인 C과 D 사이에 작성된 이 사건 타워크레인 임대차계약서에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각호에 따라 도급계약에 필수적으로 기재하여야 할 사항들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피고인 C이 이 사건 타워크레인의 설치·해체 작업 근로자에 관한 출력일보나 현장일보를 작성받은 사실이 없는 점, ⑤ 피고인 C은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피고인 B을 통하여 이 사건 공사 현장의 안전을 전체적으로 관리하였고, 이 사건 타워크레인 해체작업과 관련하여서는 작업책임자인 피고인 A 지휘하에 작업이 실시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해체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던 점, ⑥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구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건설공사도급인은 자신의 사업장에서 타워크레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계·기구 또는 설비 등이 설치되어 있거나 작동하고 있는 경우 또는 이를 설치·해체·조립하는 등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에는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한다."는 제76조 규정을 신설하였는데, 이는 구 산업안전보건법령에서의 장비 임대차계약 관련 책임의 공백을 해소하고자 하는 반성적 고려에서 도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는 도급계약과 장비 임대차계약을 준별하여 책임을 달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C이 이 사건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에 관한 업무를 D에 도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벗어나 그 판단을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보이지 않으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4.

피고인 B, 피고인 C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 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은,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건설공사에서 타워크레인 사용은 필수요소이고 그 설치·해체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이기에 타워크레인 운영 및 설치·해체에 관련하여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에 대한 책임이 가중되고 있으므로, 안전조치를 다하지 않거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재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엄중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는 점, 피고인 B의 경우 이 사건 작업현장의 총괄책임자이고, 안전조치를 강구할 수 있는 실효적인 지위에 있었으므로 그 책임이 더욱 무거운 점 등을 참작하였고,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피고인 A의 경우 피고인 A이 피해자의 유가족에게 피해를 배상하고 유가족과 합의하여 유족들이 피고인 A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 소규모 자영업자에게 불과한 피고인 A에게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모두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당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A이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하였고, 피고인 B의 경우 피고인 B이 피해자의 유가족에게 피해를 배상하고 유가족과 합의하여 유족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 피고인 B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등에 관하여 신속히 시정조치를 완료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B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벌금형의 처벌을 1회 받은 전력 외에는 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하였고, 피고인 C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등에 관하여 시정조치가 신속히 완료된 점 등을 참작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정상들에다가 그 밖에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두루 참작하여 형을 정하였다.

다.

이러한 원심의 양형 이유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인 B, 피고인 C과 검사가 양형 요소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원심이 형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참작한 것으로 보이고, 이 법원에 이르러 원심의 양형을 달리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도 찾아볼 수 없다. 그 밖에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원심의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 B, 피고인 C과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B, 피고인 C과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형(재판장) 김준희 임종찬

각주1) F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3, 4면, I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 내지 5면, K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 내지 5면, L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4 내지 7면 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