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25. 11. 19. 선고 2024가합2134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해라.

2.

피고는 원고에게 544,616,425원 및 그중 443,862,955원에 대하여 2025. 1. 1.부터 2025. 11. 19.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5%는 원고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1항 및 피고는 원고에게 564,767,119원 및 그중 443,862,955원에 대하여 2025. 1.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1>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등

1)

피고<2>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던 주식회사 C<3>가 D 주식회사를 인수하여 2002. 8. 7. 신설한 회사로서, 인천 부평구와 군산시, 창원시에 각 공장을 두고(이하 통틀어 ‘피고 공장’이라 하고, 개별 공장을 지칭할 때에는 위치한 지역명에 따라 ‘피고 ○○공장’이라 한다), 각종 자동차 관련 기계, 설비 및 그 부품의 설계, 제조, 조립, 정비, 판매와 금융, 보급 및 서비스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

원고는 피고와 업무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로서, 피고 군산공장에서 근무하였다(이하 원고가 소속되었던 각 사내협력업체를 ‘이 사건 각 협력업체’라 한다). 원고의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대한 입․퇴사일, 담당업무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1)

원고는 변론종결 이후인 2025. 10. 16. 참고서면의 제출을 통하여 청구금액을 일부 감축하였고, 이에 관하여 피고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감축된 부분은 원고가 소취하한 것으로 본다(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다카450 판결 참조).

2)

최초 상호는 ‘E 주식회사’였으나, 이후 상호를 2003. 3. 26.경 ‘F 주식회사’로, 2011. 3. 1.경 현재의 상호로 순차 변경하였다.

3)

이하 주식회사의 상호를 표시할 때에는 두 번째 기재부터 ‘주식회사’의 기재를 생략한다.

나.

피고의 자동차생산 공정 및 그 특수성

1)

피고의 자동차생산 과정은 크게 ‘프레스 공정 → 차체 공정 → 도장 공정 → 조립 공정 → 품질관리 → 출고’의 순서로 이루어지고, 이와 관련된 공정 또는 업무로는 엔진구동 공정, 생산관리 공정, 포장 공정 등이 있다. 공정별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2)

피고 공장에서의 자동차 생산은 컨베이어벨트를 통한 연속공정으로 진행되었다. 차체공정, 조립공정 등은 컨베이어벨트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컨베이어벨트의 속도에 따라 작업이 이루어졌고, 생산관리공정, 품질관리공정과 같이 컨베이어벨트에서 직접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공정 또한 컨베이어벨트에서 이루어지는 공정과 연동됨으로써 사실상 컨베이어벨트의 작동속도에 비례하여 작업이 이루어졌다.

3)

이와 같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생산의 특수성 때문에 근로자들의 작업시간이나 작업량은 기본적으로 컨베이어벨트의 운영시간과 작동속도 등에 따라 결정되었는데, 컨베이어벨트의 운영시간과 작동속도는 피고가 자동차 생산량의 증감을 고려하여 일방적으로 결정하였고, 이 사건 각 협력업체를 비롯한 사내협력업체에게는 컨베이어벨트의 운영시간이나 속도를 조절할 권한이 없었다. 그리고 피고 소속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는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았고, 사내협력업체가 담당할 공정이나 업무 내용, 작업 수행 위치 등은 피고 또는 피고와 피고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협의에 의해 결정되었다. 또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시간, 식사시간이나 휴게시간 등은 모두 전체 공장 단위로 가동되는 컨베이어벨트를 기준으로 정하여진 결과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정해졌고,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각자가 배치된 공정에서 피고가 정한 생산계획 등에 따라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연장․휴일 근무 등을 시행하였다.

다.

피고와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사이의 도급계약

1)

피고는 원고가 2011. 10. 3.부터 소속되었던 G 및 H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가 군산공장에서 근무하던 시기를 전후하여 피고는 정형화된 계약서를 사용하여 사내협력업체들과 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으며, 이 사건 도급계약의 주요 내용은 주로 다음과 같았다(사내협력업체별, 시기별 일부 내용이 변동되기도 하였으나 주요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

한편 사내협력업체들이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근로자파견사업의 허가를 받은 사실은 없다.

라.

관련 소송의 경과

1)

2005년경 피고 및 피고의 사내협력업체들에 대하여 불법파견과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었고, 2007년경 피고의 전 대표이사였던 J, 피고의 사내협력업체인 주식회사 K, 주식회사 L, 주식회사 M, N 등의 대표자들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죄로 기소되었다(창원지방법원 2007고정276호). 위 사건의 제1심 법원은 2009. 2. 16. 위 J 등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제2심 법원은 ‘피고는 사내협력업체들이 그 소속 근로자들을 피고 공장에 파견하여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였고, 피고는 이러한 파견근로자의 역무를 제공받았음이 인정되므로, 피고와 사내협력업체들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2010. 12. 23.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09노579호). 이에 위 J 등이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2013. 2. 28. 상고기각됨에 따라 위 항소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11도34호).

2)

이후 M 소속으로 피고 창원공장 KD운영부에서 부품포장 업무를, L 소속으로 피고 창원공장 생산관리부에서 자재보급 업무를, K 소속으로 피고 창원공장 가공부에서 샤프트 가공 업무를, K 소속으로 피고 창원공장 조립부에서 샤프트 조립 업무를 각 수행하던 근로자 5명은 2013. 6. 24. 피고를 상대로 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견법’이라고 하고, 201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2007. 7. 1. 시행)되어 2012. 2. 1. 법률 제112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개정 파견법’이라 하며, 2012. 2. 1. 법률 제11279호로 개정(2012. 8. 2. 시행)된 것을 ‘현행 파견법’이라 하고, 이를 통칭하여 ‘파견법’이라 한다]에 따라 피고의 근로자로 고용간주되었음을 주장하면서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3가합3781, 2013가합4456(병합)호]. 위 사건의 제1심 법원은 2014. 12. 4. 위 근로자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항소 및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그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됨에 따라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부산고등법원(창원) 2015나130, 2015나147(병합)호, 대법원 2016다10254, 2016다10261(병합)호].

3)

N, 주식회사 O 등 피고 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조립, 엔진 공정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들은 2016. 8. 17. 피고를 상대로 구 파견법에 따라 피고의 근로자로 고용간주되었음을 전제로 하여 근로자지위 확인 및 임금의 지급을 구하거나, 개정 파견법 또는 현행 파견법에 따라 피고가 원고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고용의 의사표시 및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6가합55374호, 2016가합53381호). 위 사건의 제1심 법원은 2019. 2. 21. ‘위 근로자들이 소속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의 작업현장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음이 인정되므로, 위 근로자들은 구 파견법에 따라 피고의 근로자로 고용간주되었거나, 개정 파견법 또는 현행 파견법에 따라 피고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고, 위 근로자들의 근로자지위 확인 청구 또는 고용의 의사표시 청구를 인용한 후 피고에게 임금 차액 내지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가 불복하여 항소 및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그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됨에 따라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부산고등법원(창원) 2019나10807호, 부산고등법원(창원) 2019나10791호, 대법원 2021다201849호, 대법원 2020다287921호].

4)

한편, 피고 및 피고의 전 대표이사 P은 2020. 7. 21.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H 등 사내협력업체 운영자들로부터 그 소속 근로자들을 피고 군산공장 등에 각 파견 받아 근로자파견 역무 제공이 금지된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종사하게 함으로써 파견법을 위반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각 기소되었고, 제1심 법원은 2023. 1. 9.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모두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20고단6203호). 이에 위 피고인들이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도 피고 군산공장과 관련된 파견법위반죄 부분에 대하여는 여전히 유죄판결이 선고되었고<4>, 이에 위 피고인들이 다시 불복하여 상고함에 따라 위 사건은 현재 상고심 계속 중이다(대법원 2025도11850호, 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원고는 피고와 업무도급계약을 체결한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 군산공장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으면서 피고를 위한 자동차 직접생산공정업무에 종사하였으므로, 피고는 현행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1호<5>에 따라 원고를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이하 ‘직접고용의무’라 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현재까지 원고에 대하여 위와 같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나.

나아가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라 현행 파견법이 시행된 2012. 8. 2.부터 현재까지 피고로부터 받았을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인 청구취지 기재 금액(구체적인 산정 근거는 별지2 ‘청구금액’ 표 기재와 같다)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부평공장과 관련된 파견법위반죄 부분의 공소사실 중 일부(2차 협력업체 관련 부분)에 대하여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5)

제6조의2(고용의무) ① 사용사업주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

1.

제5조 제1항의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제5조 제2항에 따라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한 경우는 제외한다)

3.

판단

가.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파견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ㆍ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기초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피고 군산공장에서 피고의 지휘․명령에 따라 피고를 위한 자동차 직접생산공정업무에 종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계약관계는 현행 파견법 제2조 제1호<6>가 정한 근로자파견에 해당하고, 원고가 담당한 업무는 현행 파견법 제5조 제1항<7>의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가)

원고에 대한 피고의 상당한 지휘․명령

①

피고와 이 사건 각 협력업체를 포함한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도급계약서가 작성되어 있기는 하나, 해당 도급계약서에는 일의 수량 및 완성기한 등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고, 이와 같은 도급계약의 구조로 인하여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피고의 가변적인 개별지시에 의존하는 것이 불가피하였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담당할 공정이나 작업위치를 지정하고, 자동차생산계획에 맞추어 생산량, 시간당 생산 대수, 작업 일정 등을 결정함으로써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원고의 작업량, 작업순서, 작업속도, 작업시간 등을 사실상 결정하였다. 또한 피고는 신차 개발, 새로운 기술이나 장비의 도입, 생산계획의 변경 등 필요에 따라 사내협력업체의 공정이나 작업위치, 생산량 등을 수시로 변경하였고, 이에 따라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담당업무, 작업위치, 작업인원 등도 함께 변경되었다.

②

더욱이 원고가 피고 군산공장에서 담당하였던 공정은 자동차생산업무의 근간

6)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근로자파견"이라 함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ㆍ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7)

제5조(근로자파견대상업무 등) ① 근로자파견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ㆍ기술ㆍ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

이 되는 핵심공정으로서 직접생산공정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직접생산공정 중 컨베이어벨트라인 상에서 직접 이루어지는 업무의 경우, 작업시간과 속도는 물론 작업의 양과 방식까지 전체로서 설계된 컨베이어벨트의 이동속도 등에 좌우되었다. 서열․보급 등 컨베이어벨트라인 상에서 직접 이루어지지 않는 업무 또한 보급․서열된 부품을 사용하여 작업하는 해당 컨베이어벨트의 작동 속도, 해당 공정의 처리속도 등에 밀접하게 연동되어 적시에 이루어져야 했으므로, 해당 근로자들의 작업시간이나 작업량도 기본적으로 컨베이어벨트의 운영시간과 작동속도 등에 따라 결정되었다. 그런데 컨베이어벨트의 운영시간과 작동속도는 피고가 자동차 생산량의 증감 등을 고려하여 일방적으로 결정하였고, 이로써 피고는 원고를 비롯한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시간, 작업량, 작업순서를 통제할 수 있었다.

③

피고는 그 소속 근로자들뿐만 아니라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도 동일한 내용의 표준작업서, 사양서 등을 준수하여 작업을 진행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위 작업서, 사양서 등은 작업방법 및 작업시간에 관한 통일되고 획일적인 기준을 상세히 정하고 있어 사내협력업체들이나 그 소속 근로자가 계약의 이행과정에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독자적인 작업진행을 할 여지가 없었으므로, 이는 노동력 행사 과정에 대한 지시라고 볼 것이지, 일의 완성 결과에 대한 지시라거나 도급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에 그친다고 보기 어렵다.

④

이 사건 각 협력업체를 비롯하여 사내협력업체 소속 관리자는 주로 피고로부터 받은 지시를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였고, 일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시를 하거나 피고로부터 받은 지시를 변경하여 전달하였더라도, 그것은 피고가 정한 작업방법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였다. 즉, 사내협력업체의 직장 등 관리자가 원고에게 일정한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거나 피고에 의해 통제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가변적, 전체적, 구체적 지시를 통하여 이 사건 각 협력업체를 비롯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일할지 여부를 결정하였다. 여기에 피고가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지급한 도급대금이 투입된 노동력의 양과 근무시간에 따라 변동적으로 지급되었던 것으로 볼 때 이는 일의 완성이 아닌 노동력 제공 자체에 대한 대가로 보이는 점, 피고와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에서 정해진 기간도 일의 완성을 이루어야 하는 기한이 아닌 대금산정의 기준일로 보이는 점, 원고는 피고의 사업장에서 상시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였던 점 등의 사정을 더하여 보면, 피고와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의 목적은 일의 완성이 아닌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노동력 자체의 통제에 있었다고 판단된다.

⑥

설령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원고를 비롯한 근로자들을 독자적으로 채용한 후 직접 근태관리를 하며 징계권을 행사하거나, 원고에 대한 임금 지급과 근로소득세 및 4대 보험료 납부 업무를 자체적으로 처리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자파견관계의 경우에도 당연히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채용하고 파견된 소속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며, 4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점,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차원의 근태관리는 기본적으로 피고가 정한 근무시간 내에서 공정별 적정 투입 인원수의 유지를 전제로 그 한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각 협력업체는 일반적 작업배치권과 변경결정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원고를 포함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독자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⑦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원고를 비롯한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각 협력업체는 피고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하거나 피고의 지시 하에 소속 근로자들을 관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피고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①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차생산 업무는 ‘단순성’과 ‘반복성’ 그리고 ‘분절성’을 그 특징으로 하는데, 작업시간과 속도는 물론, 작업의 양과 방식까지도 전체로서 설계된 컨베이어벨트의 이동속도 등에 좌우된다. 위와 같은 ‘단순성’, ‘반복성’ 및 ‘분절성’은 개별 근로자들에 대한 지휘․명령을 컨베이어벨트의 속도와 작동 조건 등을 통제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 대체시켜 해당 업무에 투입된 근로자들에 대한 구체적 작업지시나 명령의 필요성을 감소시키는 한편, 중단 없이 작동하는 라인의 특성으로 인해 일부 공정에서의 작업 중단은 곧바로 전체 자동차 생산업무의 중단으로 이어지는 등 개별 업무들 사이의 유기적 연관성이 증대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②

피고 군산공장의 자동차생산 공정 또한 컨베이어벨트를 기본으로 한 연속 공정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므로, 선행 공정을 배제하고 후행 공정만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각각의 공정은 다른 공정의 작업량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이다. 따라서 각각의 공정을 다른 공정과 완벽히 구분되는 개별 공정으로 평가하기는 어렵고, 각 공정은 모두 한 대의 자동차생산 및 판매를 위한 일련의 작업과정 또는 부분 공정으로 보아야 한다.

③

피고는 이 사건 각 협력업체를 포함한 사내협력업체의 인원 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면서 피고 소속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함께 편성하여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피고 소속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담당할 수 있는 공정을 엄격히 구별하지 아니한 채 각 공정에 근로자를 투입하였다. 나아가 피고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도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요구되는 표준 작업방식(GMS)과 동일한 작업방식을 요구하고 GMS 감사 및 각종 검사들을 받도록 하여, 사실상 피고 및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의 근로자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관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④

이처럼 모든 공정이 일련의 작업과정 또는 부분 공정에 불과한 이상, 이 사건 각 협력업체를 포함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

근로조건이나 근무형태 등에 관한 결정 권한 행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근무시간, 휴게시간, 연장․야간 근로 등의 근무형태 및 휴가는 피고의 생산계획이나 컨베이어벨트의 운영 등에 좌우되었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청구하는 도급대금의 산정 내지 적정성 검증 등을 위하여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태자료를 이 사건 각 협력업체로부터 공유받아 관리하였고, 나아가 피고가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도급대금의 액수가 피고의 작업에 투입되는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수에 따라 결정되는 이상,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투입근로자의 수를 결정할 수 없었고, 결국 그 최종적인 결정권은 피고에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라)

원고가 담당한 업무의 특정성․차별성 및 전문성․기술성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피고의 사업장에서 전문적 기술이나 숙련도가 요구되는 업무가 아닌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였고, 원고는 그 사내협력업체 소속이 변경되는 경우에도 피고 군산공장에서 대체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결국 이 사건 각 협력업체들의 고유하고 특별한 업무는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마)

이 사건 각 협력업체의 독립적 기업조직 및 설비 구비

사내협력업체가 작업과정에 사용하는 일부 소모품 또는 작업장 내 비품을 마련하거나 지게차, 트럭 등을 일부 보유한 경우도 있었으나, 이 사건 각 협력업체를 비롯한 사내협력업체들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핵심적으로 필요한 생산 관련 시설․장비, 작업도구, 부품 등은 대부분 피고의 소유였고, 사내협력업체들은 이를 임차하여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였다. 또한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피고 외에 다른 업체와도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 전력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나 사정도 찾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협력업체는 고유한 기술이나 자본이 투입되어 피고와는 독립적인 조직과 설비를 갖춘 기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

고용의 의사표시 청구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현행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사용사업주가 제5조 제1항의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 규정을 위반한 사용사업주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의하여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으므로,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에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3다14965 판결 참조).

한편, 현행 파견법 하에서는 사용사업주가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발생하는 법률관계와 이에 따른 법적 효과를 설정하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파견사업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위와 같은 법률관계의 성립이나 법적 효과 발생 후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가 유지되고 있을 것을 효력존속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의 성립이 간주되거나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에 대한 관계에서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간주나 직접고용의무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7다219072, 219089, 219096, 219102, 219119, 219126, 219133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살피건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현행 파견법이 정한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고, 원고가 담당한 업무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로, 이는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는 현행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1호에 따라 원고를 현행 파견법 시행일인 2012. 8. 2.부터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원고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나아가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2012. 8. 2.에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설령 피고의 직접고용의무 발생 이후에 원고와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사이의 근로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인 피고와 파견근로자인 원고 사이의 직접고용의무와 관련된 법률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가)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대하여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의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3다14965 판결 등 참조).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로부터 사직하는 등으로 근로 제공을 중단하였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대하여 직접고용의무 발생일로부터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 되었다면 받았을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했더라도 파견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사용사업주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파견근로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239024, 239031, 239048, 239055, 239062 판결 참조).

나)

상법 제54조의 상사법정이율은 상행위로 인한 채무나 이와 동일성을 가진 채무에 관하여 적용되는 것이므로, 상행위가 아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85. 5. 28. 선고 84다카966 판결,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다34045 판결 등 참조).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는 2012. 8. 2. 원고를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는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원고에게 위 직접고용의무 발생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14. 6.부터 2024. 12.까지의 기간(이하 ‘이 사건 청구기간’이라 한다) 동안 피고의 근로자로서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 중 이 사건 각 협력업체 또는 다른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임금액을 공제한 금액 상당액(이하 ‘손해배상금’이라 한다)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손해배상금의 구체적인 산정

가)

원고가 피고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임금액

원고가 이 사건 청구기간 동안 피고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었던 기본급 등 임금이 별지1 ‘인정금액’ 표의 ‘정규직 지급 임금’란 기재 각 금액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다. 나) 중간수입 등의 공제

(1)

원고가 이 사건 청구기간 동안 이 사건 각 협력업체 또는 다른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각 연도별 임금 내지 사업소득 등의 중간수입의 합계가 별지1 ‘인정금액’ 표의 ‘기지급임금’란 기재와 같은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다.

(2)

위 각 중간수입을 각 연도별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원고가 이 사건 각 청구기간 동안 피고 소속 근로자로서 지급받을 수 있는 임금액(= 별지1 ‘인정금액’ 표의 ‘정규직 지급 임금’란 기재 각 해당 금액)에서 공제하면, 그 차액의 월별로 산정되는 손해배상액은 별지 ‘손해배상금 산정표’의 ‘차액’란 기재와 같고, 그 합계는 443,862,955원이다.

다)

지연손해금의 산정

원고는 피고에게, 피고가 미지급한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액에 대하여 각 지급예정일부터 2024. 12. 31.까지 상법이 정한 연 6%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그 금액이 별지2 ‘청구금액’ 표 ‘지연이자’란 기재와 같이 합계 120,904,164원이라는 점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변론주의의 지배는 사실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이며 그 주장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한 법적판단은 법원의 직책에 속하는바(대법원 1966. 10. 11. 선고 66다409 판결 참조), 위 인정사실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사용사업주로 하여금 파견근로자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파견법에 따른 피고의 직접고용의무를 상행위로 인한 의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손해배상금의 지연손해금은 민법이 정한 연 5%의 비율로 산정함이 타당하다. 이에 따라 피고가 미지급한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액에 대한 각 지급 예정일부터 2024. 12. 31.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은 별지1 ‘인정금액’ 표의 ‘지연이자’란 기재 각 금액과 같고, 그 합계는 100,753,470원이다.

4)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금 544,616,425원(= 원금 합계 443,862,955원 + 각 지급 예정일부터 2024. 12. 31.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 합계 100,753,470원) 및 그중 443,862,955원에 대하여 2025. 1. 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내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11. 1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혁성(재판장) 김민재 남윤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