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24. 11. 20.자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 및 2025. 6. 1.자전보명령은 모두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제네바 협약의 정신과 적십자 기본 원칙에 입각한 적십자 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함 등을 목적으로 하여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의하여 조직된 법인으로, 본사를 비롯하여 혈액관리본부, 혈액원, 병원 등 여러 기관으로 구성되어 있고, B 지역분사무소 등 전국 각지에 분사무소를 두고 있다.
원고는 2000. 3. 1. 피고에 입사하여 B혈액원에서 계속 근무하였고 현재 B혈액원 내 제조관리부 간호팀에서 5급 대리로 근무하고 있다.
원고에 대한 정직처분 경위
피고의 B혈액원과 관련된 노동조합인 'C노동조합 D지부'의 제13대 임원을 선출하기 위한 임시총회가 2023. 11. 30. 개최되었고, 원고를 비롯하여 50명 이상의 B혈액원 직원들이 위 임시총회에 참석하였다.
당시 D지부 소속 E이 지부장 후보로, F이 부지부장 후보 등으로 하여 각 임원의 단독후보로 출마하였다. 원고는 그중 지부장 후보인 E에게 '다른 지역에서 성비위 관련 문제가 있는 직원이 D지부로 전입의뢰가 올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E은 답변을 회피하였다.
이에 원고는 재차 E에게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며 위와 같은 취지로 질문을 하던 중 아래와 같은 내용을 덧붙여 말하였다(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
피고는, 원고가 한 이 사건 발언이 F이 성추행 관련 문제로 B혈액원으로 전보되어 온 것처럼 말한 것에 해당하고 이는 F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 등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24. 11. 20. 원고에게 정직 1개월 징계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정직처분'이라 한다).
원고에 대한 후속 조치(전보명령) 등
피고는 이 사건 정직처분이 유효함을 전제로 그 후속조치로 2025. 5. 22. 원고에게 2025. 6. 1.자로 B혈액원에서 G혈액원으로 전보를 명하였다(이하 '이 사건 전보명령'이라 한다).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2025. 5. 27. 피고를 상대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원고의 신청을 인용하여 이 사건 판결 확정시까지 이 사건 전보명령의 효력을 정지하였다(전주지방법원 2025. 5. 30. 자 2025카합10077 결정).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사건정보
전주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4가합3786
판결선고
2025. 8. 21.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12,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2,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등
이 사건 정직처분 등과 관련된 관계 법령 및 피고 내 규정 등은 별지와 같다.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정직처분 관련<1>
실체적 하자
이 사건 정직처분은 아래와 같이 그 처분사유 자체가 인정되지 않거나 재량권 일탈· 남용 등의 실체적 하자가 있으므로 무효이다.
원고가 F에 대하여 이 사건 발언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 다만 원고는 위 임시총회에서 지부장 후보인 E에게 당시 성비위 문제가 있는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B혈액원으로 전보를 오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다가 이 사건 발언을 하게 된 것일 뿐, F에 대하여 부정한 의도로 발언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 사건 발언은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등에서 징계사유로 정한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정한 '직장 내 괴롭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이에 해당할 수 있더라도 원고는 당시 그와 같은 성희롱 내지 직장 내 괴롭힘의 고의도 없었다. 그리고 이 사건 발언은 피고가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다른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일부 인정될 수 있더라도, 위와 같이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 내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고 단지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 정도에 그치는 점, 원고는 지부장 후보에게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이 사건 발언을 하게 된 점, 그 발언 내용이 피고 내부의 공공의 이해나 관심사에 관한 것으로 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F을 괴롭히려는 등 의도적인 발언이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정직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절차적 하자
피고는 징계처분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절차 규정 등을 위반하였으므로 이 사건 정직처분은 절차상 하자 등으로 인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징계사건의 조사를 외부인에게 위탁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에 대한 징계사건의 조사를 외부인인 노무사에게 위탁하여 시행하도록 하였고 그 조사 결과에 따라 이 사건 정직처분을 하여 부당하다.
피고의 감사시행규칙에 의하면 외부전문가를 포함할 수 있으나 그중 노무사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 위 감사시행규칙에 의하면 문답서 작성시에는 1인 이상의 입회인이 참여하여야 하는데 당시 이러한 절차도 준수되지 않았다.
이 사건 전보명령 관련
이 사건 전보명령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정직처분(내지 그 사유인 직장 내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후속적인 조치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건 정직처분이 위와 같은 하자로 인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전보명령도 마찬가지로 무효이다.
판단
실체적 하자 여부
'직장 내 성희롱' 해당 여부 : 소극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 · 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 ·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2호,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한편 성희롱 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징계권자에게 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다281367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 및 을 제1, 8,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더하여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내세우는 사정이나 제출된 증거만으로 이 사건 발언이 남녀고용평등법이 정한 직장 내 성희롱이나 피고의 임직원 행동강령 및 행위기준 제32조 제2항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이 사건 발언을 포함하여 임시총회에서 이루어진 전체 발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원고가 임시총회에서 한 이 사건 발언은 과거부터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1차례만 언급된 것이다. 그 경위나 내용 등을 두루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발언 전 · 후에 한 전체적인 발언의 주된 목적이나 취지는 당시 지부장 후보로 출마한 E에게, 피고의 다른 지부에서 성추행 관련 문제가 있는 직원이 B 지역으로 전보 의뢰가 올 경우 장차 지부장이 될 후보자의 견해 등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즉, 피고 소속 직원의 지부별 전보 등 인사는 피고의 재량적인 인사명령 등에 따르게 되나, 그 인사배치 등 과정에서 해당 지부별 노동조합 내지 지부장의 의견을 묻는 절차가 수반되는 것으로 보인다. 본래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전체 조합원들의 대표자로서 사용자(피고)와의 교섭, 협상 등을 담당하는 등 대표권을 행사한다. 따라서 B혈액원과 같은 피고 지부 소속 조합원이자 지부장 후보에 대한 투표권을 갖는 여성 조합원인 원고가 단독후보로 출마한 조합원(E)에게 성추행 내지 성비위 관련 직원의 전입 등 전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지부장으로서 어떠한 견해를 갖고 있는지 여부 등을 묻는 것이(그 후보자의 견해나 입장의 당부는 별론으로 하고) 특별히 부적절하거나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당시 E은 원고의 최초 질문에 대하여 "그 좋지 않은 얘기는 되도록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라고 말하는 등 답변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원고는 E이 자신이 묻는 위 질의사항의 필요성이나 중요성 등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B혈액원 내 직원들 중 상당수가 여성이고위와 같은 인사발령에 대하여 대표자인 지부장으로서 전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혀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재차 "만약에 여기로 푸시가 오면 거절하실 의향이 있으신 거죠?"라고 물으면서, 기존 성추행 소문이 발생한 직원이 B혈액원으로 전보올 때 조합원들의 의사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던 문제점을 언급하였다. 그 과정에서 원고는 자신이 속한 간호팀에도 현존하고 있다는 취지로 이 사건 발언도 덧붙이게 되었다. 그 후 원고와 E의 질의 · 답변 도중 I가 끼어들었고, I는 원고에게 과거 발생한 사안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질문하자, 원고는 그에 대하여 답변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재차 '서울에서 저희 팀에 내려올 때"라거나 "우리한테 밀려오는 건지" 등의 발언이 간략히 언급되었다.
이러한 전체적인 발언의 내용이나 경위 등을 참작하면, 원고가 이 사건 발언을 하게 된 의도나 목적은 지부장 후보로 출만한 E에게 특정한 공적 사안이나 관심사에 대한 견해를 묻거나 요구사항을 말하고 또 다른 조합원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어 설명한 정도일 뿐, 처음부터 F에게 부당하게 가해를 가하려는 의사에서 비롯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가 직장 내 성희롱의 징계사유로 들고 있는 이 사건 발언은 '성비위 내지 성추행 관련 의혹이나 소문이 발생한 직원이 원고가 속한 B혈액원으로 전보를 왔다'는 내용이다. 전체 발언의 내용이나 맥락으로 그 직원이 누구(F)인지 특정될 수 있어 그에 따라 F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 발언이 F에 대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앞서 보았듯이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 언어적 · 시각적 행위로써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비록 원고에게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위와 같은 발언내용이나 경위 등을 참작하여 볼 때 이 사건 발언을 듣는 평균적인 일반인이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정도에 이르러야 성희롱으로서의 성적 언동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발언 내용 중 비록 성희롱이나 성추행 관련 소문이나 그러한 행위를 저지른 사람이라는 일부 표현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 성추행이나 성 비위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언급된 적이 없다.<2> 비록 이 사건 발언의 상대방이 된 F이 신고 내지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으로 인하여 서울 사무소 근무 당시 성추행 관련 비위가 있었던 것에 대하여 비위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많은 사람들에게 해명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는 표현을 썼더라도 달리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특정 범죄자에 대하여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적으로 그 범죄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등의 발언만을 한 경우 명예훼손 등은 별론으로 하고 성희롱 등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 그 특정 범죄의 유형 · 종류가 성폭력범행이라는 정도에 불과하므로, 이를 두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성적 언동 내지 성적 굴욕감 등을 느끼게 하는 등의 성희롱으로 단정하기 부족하다. 이와 비교하여 보면 이 사
건 발언은 그 정도에 미치지 않는 정도이다.
또한 F이 서울 지역에서 근무할 당시 성비위 관련 풍문 내지 소문이 실제 발생하였던 사실 자체는 인정된다. 원고가 이 풍문 등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나 전보인사이유 등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부분까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으나, 이러한 성비위 소문 등과 관련되어 부적절하거나 불필요한 언행이라는 점만으로 만연히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성적인 언동이라고 평가할 것도 아니다.
피고의 임직원 행동강령 및 행위기준을 보더라도 제32조 제2항에서 성희롱 행위를 금지하면서 각 호에서 신체적 · 언어적 성희롱 등 행위 유형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위 각 호에서 정한 성희롱 행위를 살펴보면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거나 접촉하는 행위(제1호)', '음란한 농담을 하거나 음탕하고 상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행위(제2호)', '상대방의 외모에 대해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제3호)', '음란한 사진이나 그림 등을 게시하거나 보여주는 행위(제4호)', '회식자리 등에서 술시중이나 춤을 강요하는 행위(제5호)', '기타 사회통념상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제6호)'인데, 이 사건 발언이 그중 제1호 내지 제5호에 해당하지 않음이 분명하므로, 결국 제6호 해당 여부가 문제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발언의 내용이나 그 정도가 사회통념상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달리 볼 수 없다.
원고의 징계혐의와 관련하여 노무사가 작성한 조사보고서(을 제8호증)에서 직장내 성희롱의 근거로 들고 있는 주된 부분은 F이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다는 것과 원고가 명예훼손 혐의로 3백만 원의 구약식 처분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F의 주관적 진술 정도만으로 객관적으로 일반적인 평균인이 성적 굴욕감을 느끼는 행위라고 평가하는 것은 부족해 보인다. 또 원고는 위 약식명령에 대하여 불복하여 현재 정식재판 계속 중(전주지방법원 2024고정469)일 뿐 현재까지 유죄판결이 선고되거나 확정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또한 충분한 판단근거로 보기 어렵다.
'직장 내 괴롭힘' 해당 여부 : 소극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피고의 직원운영규정 제36조도 같은 내용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징계처분을 할 경우에도 그 징계사유에 관한 증명책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징계권자에게 있다.
그런데 앞서 본 사실과 앞서 든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내세우는 사정이나 제출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발언이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F에게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원고가 이 사건 발언을 포함하여 임시총회에서 발언한 내용과 그 목적, 동기 등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즉, 이 사건 발언은 피고의 B혈액원 관련 노동조합의 지부장등을 선출하는 자리에서 후보자에게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변이나 견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본래 원고의 발언 자체는 F를 상대로 한 것이 아니었다. 또 원고가 같은 간호팀에 근무하는 F보다 상급자의 지위에 있더라도 노동조합 관련 임시총회에서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당시 특별히 F과 관련하여 어떠한 우월적 관계나 지위를 이용하여 발언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발언의 대상이 된 F도 지부장 후보로 출마한 E과 함께 '부지부장' 후보로 단독출마한 상황이었다. 만일 노동조합의 임원으로 출마한 자에 대한풍문이나 어떠한 소문이 존재하고 그 내용이 공적 관심사항이 되며 진실 여부 등이 문제되는 경우라면, 이는 보호가치가 높은 사생활의 비밀 내지 개인정보 등을 벗어나 공적인 사항 등이 될 수 있고, 그에 따라 해당 후보자로서는 그 의혹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해명할 것이 기대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비록 원고가 한 이 사건 발언이 비록 다소 불필요하다거나 부적절하다는 측면이 있더라도, 임원선거 과정에서 공적 관심사항과 함께 언급된 정도이고, F으로서는 부지부장 후보로서 자신에 대한 의혹이나 풍문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존재하였다고 보인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가 우월적 지위 등을 이용하여 F을 괴롭히려고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거나 이를 두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한편 이 사건 발언 내용 등을 전체적으로 살피면 이 사건 발언의 상대방이 F이고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던 중 성비위 관련 문제가 있어 B혈액원으로 전보되었다는 내용까지 추론할 수는 있어 보인다. 다만 이는 원고가 한 전체 발언 중 F에 관한 부분을 선별해서 종합적으로 해석하고 서울에서 B혈액원으로 전보를 온 남성 직원이 1명 이라는 사실 등까지 더해야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보면, 원고가 F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부정한 목적이나 의도에서 이러한 발언을 하였는지도 다소 의문이 든다. 오히려 원고 주장과 같이 E에게 특정 사항에 대한 견해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발적 · 충동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여지가 많으므로, 이러한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 사건 발언이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의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나머지 징계사유와 재량권의 일탈 · 남용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보았듯이 이 사건 발언이 피고가 주장하는 '직장 내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이 사건 발언이 적절하지 않거나 다소 불필요한 발언으로서 F에게 정신적인 고통 등을 주었다는 측면에서 피고가 정한 다른 징계사유로서 직원운영규정 제33조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나 임직원 행동강령 및 행위기준 제32조 제1항 임직원의 상호존중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다.
그런데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정직처분은 피고가 정한 징계처분의 유형 중에서 중징계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나머지 징계사유인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나 상호존중 위반 등이 인정되더라도 그 정도만으로 징계처분 유형 중에서 중징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즉, 위 나머지 징계사유는 다소 부수적인 징계사유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주장하는 주된 징계사유인 '직장 내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는다면, 그 징계양정에 있어 원고에 대하여 중징계인 정직처분이 적절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원고에 대한 징계와 관련하여 징계위원회 및 고충심의위원회 등 전체 과정을 살펴보면, 피고는 이 사건 발언이 직장 내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전제로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으로서 이 사건 정직처분을 하였음이 명백하다. 그런데 그 징계처분서 기재 중 '정상참작사항'에도 기재된 바와 같이 직장 내 성희롱 내지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에는 징계처분을 감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직원운영규정 제63조의2, 인사관리 시행규칙 제24조의4 참조).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원고에 대한 나머지 징계사유를 감안하더라도 피고의 재량권 행사는 다시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피고 주장과 같이 원고에 대하여 다른 징계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더라도, 이에 대하여 피고의 징계위원회에서 적절한 양정을 위한 논의 및 검토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여성 직원이자 조합원으로서 자신 및 다른 여성 직원들의 공적인 관심사항을 언급하려다가 우발적 · 충동적으로 이 사건 발언을 하는 등 그 동기나 경위에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존재하는 점, 그 밖에 원고의 근무기간, 경력, 징계전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정직처분이 징계권자의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소결
결국 이 사건 정직처분 중 주된 처분사유인 '직장 내 성희롱' 내지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기 어렵고 나머지 징계사유만으로는 이 사건 정직처분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그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이와 같이 이 사건 정직처분의 실체적 하자를 이유로 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상, 절차적 하자에 관한 원고의 주장 부분은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나아가 이 사건 정직처분 사유인 '직장 내 성희롱' 내지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후속적인 조치에 해당하는 이 사건 전보명령도 마찬가지로 무효이다. 또 이 사건 정직처분 및 전보명령의 효력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다툼이 있고 원고가 현재까지도 피고의 직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므로, 원고로서는 그 무효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도 넉넉히 인정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동진(재판장) 임현준 이건희
별지
각주1) 원고는 자신에 대한 징계혐의 중 '키가 작다'고 말한 부분에 대하여도 다투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징계처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을 지는 피고가 원고에 대한 징계혐의 중 위 발언 부분은 징계처분의 사유로 삼지 않았음을 명백히 밝혔고, 원고에 대한 징계와 관련된 회의록 등에 의하더라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따라서 이 부분은 이 사건에서 별다른 쟁점이 되지 않아 생략한다.
각주2) 반면 상대방에 대한 발언 내용이 구체적으로 성적인 사실관계를 묻는 내용이거나 성적인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로써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경우라면 성희롱에 해당될 수 있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등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