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25. 5. 20. 선고 2024노1956 판결

2024

주문

제1, 2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0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제2 원심판결)

피고인은 자신의 업무상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으므로 제2 원심 판시 각 죄[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죄,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죄]에 관한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위 각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제2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각 원심판결)

각 원심의 형(제1 원심: 징역 6개월, 제2 원심: 징역 8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병합심리)

피고인이 제1, 2 원심판결 모두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고, 이 법원은 원심판결들에 관한 항소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제1, 2 원심판결의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경합범 가중을 한 범위 내에서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 제1, 2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이러한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제2 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항을 바꾸어 살펴본다.

3.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인은 제2 원심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2 원심은 판결문 3쪽 이하의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근거를 자세히 설시하면서 판시 각 죄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도 인정된다.

1)

영상 증거를 통하여 확인되는 사고 전후의 상황

피해자 O 차량의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이 저장된 '사고 관련 영상 CD'(2024고단1286 사건 증거기록 순번 19)의 각 동영상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① 피고인 차량은 2차로에서 3차로로 방향지시등 점등 없이 차선을 변경한 후 곧바로 우측 방향지시등을 한 차례 점등하면서 4차로로 차선을 변경하였다.

②

피고인 차량이 이와 같이 4차로로 차선을 변경할 당시, 피고인 차량과 근접한 후방<1>에서 피해자 O 차량(스포티지)이 4차로를 따라 주행하고 있었다.

③

피해자 O 차량은 갑작스럽게 4차로로 차선을 변경한 피고인 차량과 충돌하지 않기 위하여 급히 5차로로 피하다가 5차로의 전방에서 주행 중이던 피해자 P 차량(쏘렌토)과 도로 가장자리의 가드레일을 연이어 충격한 후 다시 3차로까지 튕겨 나왔다가 4차로에 정차하였다.

④

사고가 발생한 후 피해자 O 차량 바로 뒤에 정차하여 피해자 O 차량과 피해자 P 차량 모두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피고인 차량은, 피해자 O 차량이 사고 처리를 위하여 5차로로 이동하자 곧바로 직진하여 사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2)

피고인이 인식한 사고 상황과 경위에 관하여 사고 당일 피고인 스스로 표현한

내용

①

피고인은 사고 발생 당일 진술서(2024고단1286 사건 증거기록 순번 21)를 자필로 작성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는데, 위 진술서에는 '3→4차로 진로변경 중에 후미에서 오던 차량과 5차로의 차량의 접촉 사고를 알았다(후미에서 소리를 들음)'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②

또한 피고인은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0분이 경과한 후 당시 남자친구이던 차인호에게 전화하여 '내 차 뒤의 차가 속도 제어 못하고 내 차를 박을까 봐 오른쪽으로 피하다가 옆의 차에 부딪히고 더 나아가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다시 돌아서 내 앞에섰다', '내 차 옆으로 까만 게 갑자기 너무 가까웠다', '너무 가까워서 사이드미러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옆 창문에 까만 스포티지가 완전히 달라붙어 있는 상태에서 내가 너무 놀랐다', '내가 3차로였는데 2차로 쪽에 차가 없어서 내가 살짝 비켰다가 그 차가가드레일 받고 다시 와서 끽 멈췄다'는 취지로 사고 전후의 상황을 말하면서, '혹시 몰라서 사고 지점 지날 때 캡처해놨다', '근데 난 잘못이 없잖아'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하였다.

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여기에서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에 대한 인식의 정도는 반드시 확정적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면 족하고, 한편 사고가 일어나 사람이 다쳤을지도 모른다고 인식하면서도 짐짓 그 가능성을 외면하면서 사고현장으로부터 이탈한 경우에는 그러한 미필적 인식이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3091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영상 증거를 통하여 확인되는 사고 전후의 상황', '피고인이 인식한 사고 상황과 경위에 관하여 사고 당일 피고인 스스로 표현한 내용'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자신이 진입하려는 차로의 차량 진행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3차로에서 4차로로 무리하게 차선 변경을 시도하였고, 이러한 자신의 행위로 말미암아 4차로를 주행 중이던 피해자 O 차량이 피고인 차량을 피하고자 급히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식하였으며, 차량에서 내려 사고현장을 직접 확인하였더라면 쉽게 사고 경위와 피해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자신의 행위로 사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외면하면서 그대로 사고현장으로부터 벗어났음이 인정된다. 이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라도 자신의 행위로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적어도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제2 원심 판시 각 범행을 저질렀음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제2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제1, 2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이를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