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26. 4. 8. 선고 2025구단25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 내지 3호증, 을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고 B(1980년생, 이하 '고인'이라 한다)은 C조합에 2014. 10. 22. 비정규직으로 입사하여 2020. 10. 1.자로 정규직(기능직)으로 전환된 다음 C조합 유통사업본부 D점 로컬푸드에서 근무하여 오다가, 2022. 11. 21. 'C조합 유통사업본부 E 로컬푸드'로 발령을 받아 근무하여 왔다.

나.

고인은 2023. 2. 15. 자택에서 스스로 목을 매 경부압박질식으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망사고'라 한다).

다.

고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3. 6. 15. 피고에게,'이 사건 사망사고는 망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법'이라 한다)에 따른 유족급여 및 장례비 청구를 하였다.

라.

피고는 2024. 12. 4. 원고에 대하여 광주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전보 후 새로운 근무지 적응이 고인에게 일반적인 업무적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고인의 업무가 급격하게 변화되었다거나, 업무 수준이 과거 수행한 통상의 업무범위를 벗어날 정도의 업무상의 과로나 이에 따른 노동강도의 심화등을 확인할 수 없고, 부당 인사전보 및 지점장의 괴롭힘도 확인되지 않는 등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고인은 전보 발령으로 인해 새로운 업무환경에서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하나 그것이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서 정신적인 이상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이므로, 고인의 사망은 업무적인 요인보다는 심리적인 취약성 등 개인적인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하여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어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업무상 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 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사망사고의 경우 비록 고인의 개인적 소인이 작용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고인은 좌천성 인사가 이루어진 이후 이를 주시하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들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부적응, 그리고 후배가 상급자가 되어 직장 내 괴롭힘을 해온 환경 등을 이겨내지 못한 상황이었고, 또한 다른 곳으로 보내 달라는 요청도 하였으나 참으라고 하고 매출 마감 시 이를 부풀려서 허수로 채우라고 지시를 받는 등의 직장에서의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여 결국 이 사건 사망사고에 이른 것이므로, 이는 망인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1두14692 판결 등 참조).

2)

앞서 든 각 증거와 이 사건 변론에서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볼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사망사고가 그 주장과 같이 업무상 스트레스나 부담감 등으로 망인의 개인적 소인 등 발병원인과 겹쳐 악화·촉발 되었다거나, 이로 인하여 고인의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등의 현저한 저하로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정도의 상황에서 이 사건 사망사고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추단할 만한 증거자료가 없다.

①

먼저, 원고가 고인이 이 사건 사망사고에 이르게 된 원인 즉 업무상 스트레스가 발생한 원인으로 들고 있는 것은 '조합원들과의 갈등 끝에 이루어진 원하지 않는 좌천성 인사'인데,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고인이 'E점'으로 2022. 11. 21.경 발령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으나, 이것이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상의 징계성 좌천'으로 고인에 대한 인사상의 불이익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

②

고인이 위 'E점'으로 발령받은 이후 익숙하지 않은 현금출납기(포스기) 등을 다루면서 업무상의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사실은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로 인하여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업무량이 증가하였다거나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과로가 수반되어 이것이 우울증세로 이어진 것이라고 볼만한 증거 역시 부족하다.

③

이와 같은 전보발령과 업무상 부적응으로 인하여 주변의 다른 동료들로부터 다소의 질시가 있었을 수는 있으며, 일정한 수준의 매출달성을 압박하는 취지의 업무상 지시가 있었던 것도 사실로 보이나(갑 제6호증), 여기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직장 내 괴롭힘' 수준의 고인에 대한 질책이나 집단적인 따돌림 등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역시 자료가 부족하다.

④

이 사건 소송에 이르기 전의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재결 단계에서 의료자문을 한 정신건강의학과 자문의들도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고인이 업무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망사고에 이르게 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히고 있다.

○

고인이 2023. 2. 15. 이 사건 사망사고로 사망한 후 유족이 유족급여 빛 장례비를 청구하여 제출된 서류들을 검토한바, 고인의 사망 전 업무 관련 기록에서 자해행위로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정신적 이상 상태를 유발시킨 객관적인 업무상 재해요인이 관찰되지 아니함. 이에 따라서 고인의 사망과 업무와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기에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부지급 처분한 원처분기관의 결정은 타당함.

○

제출된 자료에 산발적으로 고인에게 업무와 연관되어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으며, 2023. 2. 1. 음독 후 예수병원에서 전문의 협진 결과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으나, 고인의 업무가 부당하게 변경되었거나, 통상적 업무 범위를 벗어날 정도의 과로 혹은 노동 강도의 악화 등이 확인되지 않으며, 부당인사및 지점장의 괴롭힘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음. 이에 고인의 사망은 업무적인 요인보다는 개인의 심리적 취약성으로 기인한 바가 더 크다고 판단하며, 이에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움.

따라서 이 사건 사망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자료가 부족한 사안이어서, 이에 대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안좌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