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25. 11. 27. 선고 2025노613 판결

절도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E에서 일하고 있는 탁송기사들로부터 E 2층 사무실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먹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고, 이에 위 냉장고에 들어 있는 간식을 먹는 것을 허락받았다고 착오하고 초코파이 1개, 카스타드 1개를 꺼내 먹은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절도의 고의가 없거나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다고 착오할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4. 1. 18. 04:06경 <주소>, E 2층 사무실 냉장고(이하 '이 사건 냉장고'라 한다) 안에 있던 피해자 F가 관리하는 시가 450원 상당의 초코파이 1개, 시가 600원 상당의 카스타드 1개 등 합계 1,050원 상당의 물품(이하 '이 사건 초코파이 등'이라 한다)을 피해자의 관리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몰래 가지고 가 절취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유사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① 이사건 발생 장소인 E 2층 사무실(이하 '이 사건 사무실'이라 한다)은 사무공간과 탁송기사 대기공간이 존재하는데, 사무공간 끝 부분에 존재하는 책상으로 인해 사무공간과 탁송기사 대기공간이 분리되어 있으며, 피고인이 이 사건 초코파이 등을 꺼낸 냉장고는 사무공간 끝 부분에 존재하는 책상과 같은 선상에 있어 사무공간에 위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사무공간은 탁송기사들도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점, ② E의 소장인 피해자 F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탁송기사들도 냉장고를 함부로 열지 않고, 탁송기사들이 대기할 때 E 직원들이 냉장고의 간식을 꺼내 탁송기사들에게 제공하고 있거나, E 직원들로부터 허락을 받고 냉장고의 간식을 꺼내 간다.'고 진술한 점, ③ 피고인과 함께 근무하는 경비원인 K는 'E 사무실에 있는 간식을 가져다 먹은 적은 있으나, 이는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있는 공간에 위치한 간식을 먹은 것이고, 위 사무실 안에 냉장고가 있다는 사실은 몰랐으며,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가져다 먹은 적은 없다.'고 진술한 점, ④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E의 직원이 아닌, 탁송기사들로부터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가져다 먹으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인데, 피고인의 직업과 근무경력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탁송기사들이 E의 직원이 아니고, 탁송기사들에게 E 사무실 안에 있는 냉장고 속 물품에 대한 처분 권한이 없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인이 E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으로부터 직접 '간식을 가져다 먹어도 좋다.'는 말을 들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형법상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이외의 자의 소유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점유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얻은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를 배제한다는 의사가 없었다면 절도의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6도2963 판결,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도3331 판결 등의 취지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얻어 이 사건 초코파이 등을 꺼내 간 것은 아니라도,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초코파이 등을 꺼내 간다는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 할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론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①

2012. 9. 27.부터 2023. 6.말까지 유한회사 E(이하 'E'라고만 한다)와 계약을 맺고 탁송기사로 근무하였던 G은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E 소속 탁송기사들 중 새벽에 근무하는 탁송기사들의 경우 오전 3:30경 사무실로 출근을 하는데, 위 시간은 E의 사무직원들이 근무하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사무직원들이 그 전날 미리 냉장고 혹은 그 앞에 위치한 책상에 간식을 준비해놓아 탁송기사들이 준비해둔 간식을 자유로이 취식하였다. 위 사무실이 위치한 출고센터의 출입문을 여는 시간은 본래 오전 4:00인데, 미리 온 탁송기사들이 대기하지 않도록 보안업체 직원들이 탁송기사들에게 미리 출입문을 열어주곤 하였으며, 이에 탁송기사들은 보안업체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종종 보안업체직원들에게 탁송기사들을 위해 마련되어 있던 간식을 건네주기도 하였다. 또한 다른 탁송기사들로부터 보안업체 직원에게 간식을 직접 건네줄 시간이 없어 사무실에 마련되어 있는 간식을 가져다 먹으라고 하였다는 말을 전해 듣기도 하였고, 위 사무실에 근무하는 여직원들이 보안업체 직원들에게 출출하면 위 사무실에 있는 간식을 가져다 먹으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들은 일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②

이 사건 사무실이 위치한 L ○공장의 보안을 관리하는 업체<각주1>에서 2003.경부터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 M는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보안업체 직원들은 E 직원들이 18:30경 퇴근한 이후와, 탁송기사들이 업무를 마치고 난 4:00~4:30경 이후 순찰을 겸하여 위 사무실에 올라가 소등, 냉난방기 작동여부 등을 확인하는 업무를 하였다. 보안업체 직원들은 탁송기사들이 출입문 개방시간인 4:00 이전 출근하면 미리 출입문을 열어주고는 하였고, 이에 탁송기사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보안업체 직원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일이 종종 있으며, 위 사무실에서 간식을 가져다 먹으라고 하는 것도 들은 적이 있다. M 자신도 4:00 이후 순찰을 돌다가 냉장고에 든 음료수와 간식을 먹은 적이 1번씩 총 2번 있고, 다른 보안업체 직원들도 그런 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③

H 소속 직원 25명의 진술서가 2024. 2. 6. 제출되었고, 위 직원 6명의 진술서가 2024. 2. 17. 제출되었으며, 위 직원 8명의 진술서가 2024. 3. 25. 제출 되었는데<각주2>, 그 주요 내용은 '탁송기사들이 야간 근무를 하는 H 소속 직원들에게 배고프면 이 사건 사무실에서 간식을 가져다 먹으라고 하였고, 위 직원들이 위 사무실에서 간식을 먹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술서에 관하여 ㉠ 보안업체 직원들은 주간에는 이 사건 사무실에 들어갈 일이 없고 야간에만 보안 점검을 위하여 위 사무실에 들어갈 뿐이어서 피해자를 비롯한 E 직원들과 교류할 일은 달리 없고 탁송기사들과만 주로 교류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 보안업체 직원들은 탁송기사들의 권유 내지 승낙에 따라 야간 근무 중 위 사무실에서 간식을 먹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 이 사건 이전에는 보안업체 직원들이 위 사무실에서 간식을 먹은 것이 문제된 적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 피고인이 위 사무실에서 간식을 먹었다는 이유로 절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 39명이 절도 혐의로 수사를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피고인과 동일하게 간식을 먹은 적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신빙성을 쉽게 배척할 수는 없다.

이러한 여러 명의 직원들이 제출한 진술서의 내용에 따르면, 탁송기사들이 보안업체 직원들에게 이 사건 사무실에서 간식을 먹어도 된다고 얘기했던 것으로 보이고, 여러 명의 직원들이 들었던 것이므로 이러한 사실은 보안업체 직원들 사이에서도 공유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④

이 사건 사무실은 사무공간과 탁송기사 대기공간이 책상을 통하여 분리되어 있기는 하나, 이 사건 냉장고는 사무공간과 탁송기사 대기공간을 분리하는 책상과 일직선상에 위치하여 사무공간에 위치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 책상과 위 냉장고 사이에는 상당한 간격이 있어 그 부분이 통로로 사용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위 통로를 통하여 위 냉장고를 포함한 사무공간으로의 접근이 일체 금지된다고 볼만한 별다른 표지도 없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G, M은 '사무공간과 위 냉장고에 대한 접근 자체가 금지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고, 탁송기사 또는 보안업체 직원들이 위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간식을 꺼내 먹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탁송기사들 또는 보안업체 직원들에게 위 냉장고에 대한 접근이 금지되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냉장고에 접근하여 이 사건 초코파이 등을 꺼내 먹은 행위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⑤

E의 소장인 피해자 F은 수사기관과 원심 법정에서 '탁송 기사들도 이 사건 냉장고를 함부로 열지 않고, 탁송기사들이 대기할 때 E 직원들이 위 냉장고의 간식을 꺼내 탁송기사들에게 제공하고 있거나, E 직원들로부터 허락을 받고 위 냉장고의 간식을 꺼내 간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E의 직원 N도 수사기관에서 이와 유사한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 탁송기사들 중 상당수는 E 사무직원들이 출근하기 이전인 4:00경 이 사건 사무실에 출입하였던 것으로 보여, E 사무직원들이 해당 시간에 근무하는 탁송기사들에게 이 사건 냉장고의 간식을 직접 제공하거나 간식을 가져가라는 허락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E 소속 사무직원들이 퇴근한 이후에는 보안업체 직원들이 위 사무실에 출입할 일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는데, M의 진술에 따르면 보안업체 직원들은 새벽에 출근하는 탁송기사들이 업무를 마친 이후 순찰을 겸하여 위 사무실에 들러 소등, 냉난방기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여, 피해자는 E 사무직원들이 퇴근한 후 보안업체가 위 사무실의 보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등에 관하여 정확히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와 N의 진술은 그대로 신빙하기 어렵다.

⑥

H 소속 직원 K는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사무실에 있는 간식을 가져다 먹은 적은 있으나, 이는 위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있는 공간에 위치한 간식을 먹은 것이고, 위 사무실 안에 이 사건 냉장고가 있다는 사실은 몰랐으며, 위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가져다 먹은 적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K은 2024. 2. 6. 진술서를 제출하고도 원심 법정에서 증언을 하다가 위와 같은 진술을 하였으나, 위 냉장고의 위치나 크기 등에 비추어 위 냉장고의 존재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증언하는 과정에서 진술 내용에 따라 자신의 절도 범행을 자백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및 앞서 본 바와 같이 여러 명의 직원들이 위 사무실에서 간식을 먹었다는 취지로 진술서를 제출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K의 원심 법정에서의 위 증언 내용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⑦

앞서 본 이 법원의 증인 G, M의 진술 내용 및 H 소속 직원들의 진술서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탁송기사들이나 다른 동료직원들로부터 이 사건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간식을 꺼내 먹어도 된다는 얘기를 듣고 이 사건 초코파이 등을 꺼내 먹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사무실의 구조와 위 냉장고의 위치, 위 냉장고 안에 들어 있던 간식의 용도와 그 가격, E 소속 사무직원, 탁송기사, 보안업체 직원들의 근무 형태와 업무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탁송기사들에게 위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물품들을 처분할 권한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새벽 시간에 근무하던 탁송기사들이 위 냉장고 안에 들어 있던 간식들을 제공할 권한이 있다고 충분히 착오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냉장고 안에 들어 있던 이 사건 초코파이 등을 꺼내어 간다는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위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형(재판장) 이명은 임종찬

각주1) 직원들은 그대로 두고 고용관계를 승계하여 업체만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보안업체를 일정한 주기로 변경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는 H 주식회사(이하 'H'이라고만 한다)가 보안업체이다.

각주2) 회사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직원들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원심에서도 H 소속 직원들의 진술서가 제출되었으나, 이는 수사단계에서 제출한 위 진술서들을 다시 제출한 것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