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주식회사 C의 실질적인 대표인바, 2009. 11.초경 제주시 D에 있는 위 회사사무실에서 피해자 E에게, "기계를 납품하여 주고 오폐수를 관리하는 기계장치를 수리하여 주면, 그 대금은 매월 말에 지급하여 주겠다."고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위 대금 및 수리비를 매월 말에 제대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09. 12. 30.경 2,381,500원 상당, 2010. 4. 29.경 4,433,000원 상당, 2010. 6. 30.경 638,000원 상당 총 7,452,500원 상당의 수리를 받고도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판단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기계 납품 및 수리와 관련한 대금(이하 '이 사건 수리대금'이라 한다)을 이미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피해자를 속여 이 사건 수리대금을 편취할 의사가 없었고, 당시 대금을 지급할 능력도 있었다는 취지로 변소하고 있다.
먼저 법인등기부등본 사본, 내역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주식회사 C은 전분 제조가공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전분 제조에 사용하는 기계 등을 수리하기 위하여 E에게 기계 납품 및 수리를 맡겨 E은 2009. 11.경부터 2010. 6.경까지 3회에 걸쳐 기계를 납품하거나 수리를 한 사실, 이 사건 수리대금은 합계 7,452,500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 등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그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행위 이후의 경제사정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하여 이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증인 F, G의 각 법정 진술, 증인 E의 일부 법정 진술, 내역서, 세금계산서, 수신실적조회, 매매계약서, 감정평가서, 공장 임대차계약서 각 사본의 각 기재 등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이 사건 수리대금의 액수, 피고인이 운영하던 회사의 재정 상황, 기타 피고인의 가족관계 등 아래 ①~⑤ 기재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사실 기재 일시 경에 피고인이 피해자가 기계 수리 등을 완료하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의도 하에 피해자에게 기계 수리 등을 맡겼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에 대한 충분한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운영하던 위 ㈜C은 전분 생산 공장인데 대금 수급 상황 관계로 보통 거래처에 대한 대금을 월말에 결제하는 관행이 있었고, 위 회사에서는 기계와 관련된 통상의 수리 정도는 공장장이 대부분 처리하고 피고인에게는 사후적으로 보고하는 구조였으며, 당시 공장장이던 G이 피해자를 수리 업체로 선정하여 기계 납품 및 수리를 진행하고 경리를 담당하던 F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기계 납품 및 수리 관련 사항을 보고하였으며, 피고인은 수리 상세 내역을 확인하고 합당하면 지급하라는 지시를 한 것 으로 보인다.
그런데 보통 전분공장은 하절기에는 가동을 중지하는 경우가 많은바, 피고인이 운영한 이 사건 공장도 이 사건 수리가 최종 종료된 6월경부터 10월경까지 가동을 중 지하여 일처리가 원활하지 않게 된 사정이 있는데다가, 기계 납품 및 수리 내역과 관련하여 상세 내역을 거래처에 요구하는 과정에서의 착오 또는 지연으로 인해 사후적으로 이 사건 수리대금의 지급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피해자도 이 법정에서 F에게 대금 결제를 요청하니 피고인에게 보고하여 결제한다고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F도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지급 지시를 하였으나 이후 일처리의 착오로 피해자에 대한 이 사건 수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 이에 부합한다.
피고인은 적어도 2011. 여름경에는 피해자에게 이 사건 수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는 보이는데도 현재까지 이를 전액 변제하지는 못하였으나 이는 사후 사정일 뿐 아니라, 그 일시 경 피고인의 처가 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는 등 문제가 생겼고 그 때문에 2011년 말~2012년 초경에는 위 회사를 폐업하기에 이르렀으며, 피고인의 처는 그 후 결국 사망하는 등 피고인으로서도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였던 정황이 있다.
피고인은 2010. 12. 8.경 H로부터 빌려서 사용하고 있던 공장시설 및 지하수 관정을 3억 원을 지급하고 매수하여 피고인 명의로 변경하였고, H로부터 공장 건물을 매수한 I에게 1억 원이 넘는 매수대금을 대납해 준 후 2011. 7.경 다시 그 건물을 임차하는 등 공장 관련 시설 등에 관한 거래관계가 있었고, 그 무렵 수천 만원의 예금도 보유하고 있었으며, 위 공장시설 및 지하수 관정 등의 평가액도 7,300만 원 이상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 대하여 2009. 1.경 직원들의 급여 미지급 등으로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이 계류된 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 사건 수리대금의 변제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바로 단정하기 어렵고, 위 ③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처가암 진단을 받은 이후 회사 폐업에 이르면서 재산 상황이 상당히 어려워졌을 수는 있으나 공소사실 일시 경 피고인의 재산 상태가 이 사건 수리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일시 경 피고인이 운영하던 위 회사는 2천만 원 정도 적자 상태이긴 하였으나 연 매출이 8억 원이 넘었고 이 사건 수리대금 외에는 직원 월급이나 다른 거래처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독촉을 받은 적도 없었는바, 아주 큰 금액이라고 볼 수 없는 이 사건 수리대금을 일부러 지급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정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