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판결

제주지방법원 2015. 9. 23. 선고 2015나5095 판결

주문

1.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1.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월 500만 원의 급여를 받는 것을 조건으로 피고가 발주한 건축공사의 현장소장으로 6개월간 근무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6개월간의 급여 합계 3,000만 원 중 이미 지급한 급여 1,500만 원을 뺀 나머지 급여 1,5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피고는 원고가 위 공사 중 인테리어 공사가 설계도대로 진행되도록 지휘·감독을 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2,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였을 뿐, 원고의 주장대로 매월 50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은 없다. 한편 위 공사는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고, 설계도면대로 공사가 진행되지도 않았으므로, 위 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5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기초 사실

1)

피고는 2012년 6월경부터 2013. 1. 15.경까지 제주시 C 지상 3층 건물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진행하였는데, 기초 및 골조공사는 유한회사 임광건설(이하 '임광건설'이라고 한다)에게 도급을 주고 나머지 공사는 피고가 직접 시공하되 임광건설의 건설면허를 빌려 진행하였다.

2)

피고는 유한회사 임광건설 명의로 2012. 6. 20. 주식회사 웅남스틸에 제주시 C 지상 B 제주점 공사 중 철골공사를 도급하였는데, 주식회사 웅남스틸이 2013. 1. 26. 유한회사 임광건설에 제출한 추가 철골공사 내역서에는 원고가 현장소장의 지위에서 서명을 하였다.

3)

원고는 2012. 6. 5. D의 계좌로부터 500만 원, 2012. 7. 28. 주식회사 B의 계좌로부터 500만 원, 2012. 9. 27. 임광건설의 계좌로부터 500만 원을 각 송금받았다.

4)

원고는 2013. 7. 9. E을 상대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을 받지못하였다는 이유로 진정을 제기하였는데, 광주지방고용노동청장은 2014. 1. 24.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인정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위 진정 사건을 종결하였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역시 2014. 1. 29. E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하였다.

5)

한편 원고는 2013. 10. 21.경 서귀포시 F에서 주택 신축공사를 진행하였는데, 위 현장에서 근무한 G이 2013. 10. 21.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원고를 상대로 하여 위 현장에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진정을 하였다.

6)

주식회사 두산종합건재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물품대금 청구 소송인 제주지방법원 2013가단18638호 사건에서 원고가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가 직영으로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되, 원고로 하여금 2,000만 원을 받고 현장소장을 하라고 했다", "E이 2012. 5. 30.경 진술인(원고)에게 현장소장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4개월 공사에 2,000만 원을 주겠다'고 하였고, 그때부터 피고로부터 숙식을 제공받으면서 E, H이 함께 공사를 했다", "원고는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비용 2,000만 원을 받고 컨설팅을 한 것이 아니라 공사현장에서 감독역할을 했다", "피고로부터 월급 명목으로 500만 원씩 합계 1,500만 원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7)

이 사건 공사는 2012. 6. 7.경 시작되어 2013. 1. 5.경 공사가 완료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갑 제5호증의 1, 2,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증인 I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나.

판단

1)

피고의 급여지급 의무가 있는지에 대하여

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이 노무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노무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나)

위 인정 사실에 나타난 사정은 다음과 같다.

①

원고는 피고의 실질적인 대표자인 E의 부탁으로 이 사건 공사 기간 위 공사 현장의 현장소장의 지위에서 공사를 지휘·감독하였다.

②

피고는 원고가 위 공사 중 인테리어 공사가 설계도대로 진행되도록 지휘·감독을 해주는 것에 대한 대가로 2,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는 고용계약이 아닌 도급관계에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노무도급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 체결된 사실이 없고,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업무 범위는 공사 기간 동안 이 사건 공사 현장 전반에 대한 관리 및 자재납품 내역 확인 등 일반적인 공사현장소장의 업무 범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이상, 원고가 도급계약에 있어 수급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③

원고는 이 사건 공사 기간 대부분을 위 공사 현장 근처에서 숙식하면서 피고 또는 그 대표자의 지시, 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는 원고가 2013. 10. 21.경 G으로부터 임금 체불로 진정을 당한 사실을 근거로 원고가 위 공사현장에 종속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위와 같이 G으로부터 진정을 당한 것은 이 사건 공사가 완료된 2013. 1. 5.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로서 원고가 이 사건 공사 기간 동안 다른 현장에서 개인적으로 공사를 진행하였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 설령 원고가 위 기간 진행된 다른 공사와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공사 외에 다른 공사 현장에 관여하게 된 경위, 관여 정도 등을 파악할 만한 자료가 없는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로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오히려 원고는 관련 사건에서 "다른 공사는 준공을 기다리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현장관계자로부터 현장에서 인부들이 작업을 잘하고 있는지 봐달라는 의뢰를 받고 한번씩 가서 봐주었고, 돈을 받지는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⑤

또한 피고는 원고가 위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았고, 임광건설에서 파견한 현장소장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원고가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이 될 수 없었고, 따라서 원고는 위 공사현장의 근로자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가 임광건설의 명의를 빌려 공사를 진행하였기 때문에 임광건설의 직원이 현장소장으로 신고될 수밖에 없었고, 임광건설에서 파견한 현장소장이 실제 위 공사 현장을 관리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관련 사건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임광건설에서 파견한 현장소장은 위 공사 현장에 거의 출근하지 않았다) 원고가 현장소장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원고가 위 공사현장에서 근무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⑥

나아가 피고는 원고가 서울에서 수주 받은 인테리어 공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에 자주 오갔고, 피고가 원고의 이동 항공편을 결제하여 주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을 제4호증, 을 제5호증의 1 내지 15, 을 제6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에 따르면 원고가 몇차례 서울을 오갔고, 피고가 원고의 항공권을 결제하여 준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원고가 위 공사 기간 중 몇 차례 서울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공사 현장 외에 다른 공사 현장을 관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만약 원고가 이 사건 공사 현장 외에 다른 공사현장을 관리하였다면, 피고가 자신의 비용으로 원고의 항공편을 결제하여 줄 이유가 없다. 오히려 생활의 근거지가 서울인 원고가 피고의 요청으로 제주도에 내려와 공사기간 현장 근처에서 숙식을 하게 되었고 피고가 자신의 비용으로 원고의 항공편을 마련해주었음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위와 같이 피고의 비용으로 몇 차례 서울을 오간 것은 위 공사현장의 업무와 관련된 것이거나, 당초 피고와 약정된 근무 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되어 이 사건 공사현장소장으로서의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약정에 따라 급여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급여 액수의 확정

가)

고용은 노무를 제공하는 노무자에 대하여 사용자가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므로, 고용계약에 있어서 보수는 고용계약의 본질적 부분을 구성하고, 따라서 보수 지급을 전제로 하지 않는 고용계약은 존재할 수 없으나, 보수 지급에 관한 약정은 그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고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는 것도 아니며, 관행이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노무의 제공에 보수를 수반하는 것이 보통인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보수에 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다만 이러한 경우에는 보수의 종류와 범위 등에 관한 약정이 없으므로 관행 등에 의하여 이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7다58767 판결 등 참조).

나)

위 인정 사실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관련 사건에서 "피고가 직영으로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되, 원고로 하여금 2,000만 원을 받고 현장소장을 하라고 했다", "E이 2012. 5. 30.경 진술인(원고)에게 현장소장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4개월 공사에 2,000만 원을 주겠다'고 하였다", "E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기로 구두상 약정했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위와 같은 진술 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로부터 공사기간 전체를 통틀어 2,000만 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는 당초 공사기간이 4개월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공사기간이 길어져 6개월이 되었으므로, 500만 원씩 2개월분의 급여를 더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와 같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월 500만 원을 받기로 약정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공사기간이 길지 않은 소규모 공사 현장에서는 공사기간 중 매월 급여를 지급하는 경우 외에 공사 기간 전체를 통틀어 일정한 액수의 금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도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피고와 위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의 지위에서 근무하는 대신 2,000만 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약정에 따라 급여 합계 2,000만 원에서 원고가 지급받았음을 자인하는 1,500만 원을 뺀 5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임이 기록상 분명한 2014. 6. 12.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抗爭)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15. 1. 1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가정 판단

설령 원고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를 위와 같이 원고가 피고에게 고용된 관계가 아니라 피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위 공사 중 인테리어 공사가 설계도대로 진행되도록 지휘·감독을 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2,00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한 관계, 즉 도급관계로 파악하더라도, 위 약정 내용에 이 사건 공사가 이미 완료되었음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는 역시 원고에게 2,000만 원에서 원고가 지급받았음을 자인하는 1,500만 원을 뺀 5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위 공사 진행 과정에서 설계도대로 시공되는지 여부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아 계단 공사가 설계도와 다르게 진행되었고, 위 건물 완공 후에 골조공사에 필요한 철골 수십여톤이 모자라게 투입된 사실이 발각되는 등 위 공사는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으므로 위 공사가 제대로 마쳐질 때까지는 나머지 500만 원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피고의 위 항변에 들어맞는 듯한 을 제9호증의 기재는 피고의 실질적인 대표자인 E의 진술로서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증인 I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피고의 위와 같은 항변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피고는 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허명욱(재판장) 이승훈 고소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