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판결

제주지방법원 2016. 5. 26. 선고 2015노733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일시경 피해자 E(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에게 기계 납품 및 수리를 요청할 당시 미필적으로나마 그 대금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음에도,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주식회사 C의 실질적인 대표인바, 2009. 11.초경 제주시 D에 있는 위 회사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기계를 납품하여 주고 오폐수를 관리하는 기계장치를 수리하여 주면, 그 대금은 매월 말에 지급하여 주겠다."고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위 대금 및 수리비를 매월 말에 제대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09. 12. 30.경 2,381,500원 상당, 2010. 4. 29.경 4,433,000원 상당, 2010. 6. 30.경 638,000원 상당 총 7,452,500원 상당의 수리를 받고도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공소사실 기재 기계 납품 및 수리와 관련한 대금(이하 '이 사건 수리대금'이라 한다)의 액수, 피고인이 운영하던 회사의 재정 상황, 기타 피고인의 가족관계 등에 관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사실 기재 일시경에 피고인이 피해자가 기계 납품 및 수리 등을 완료하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피해자에게 이를 맡겼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검사가 제출한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에 대한 충분한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인이 운영하던 주식회사 C은 전분 생산 공장으로, 대금 수급 상황 관계로 보통 거래처에 대한 대금을 월말에 결제하는 관행이 있었고, 기계와 관련된 통상의 수리는 대부분 공장장이 처리하고 피고인에게는 사후적으로 보고하는 구조였다. 공소사실 기재 일시경에도 당시 공장장이던 G이 피해자를 수리 업체로 선정하여 기계 납품 및 수리를 의뢰하여 진행하였고, 경리를 담당하던 F이 피고인에게 이를 보고하였으며, 피고인은 보고를 받아 상세 내역과 금액이 합당한지 확인하고 그 대금을 지급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2)

그런데 보통 전분공장은 하절기에는 가동을 중지하는 경우가 많아 피고인이 운영한 공장도 위 납품 및 수리가 최종 종료된 6월경부터 10월경까지 가동을 중지하여 일처리가 원활하지 않았던 데다가, 기계 납품 및 수리 내역과 관련하여 상세 내역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착오 또는 지연으로 인해 결국 사후적으로 이 사건 수리대금이 지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며, 피해자도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과 직접 통화는 안 해봤고, 그 당시 경리인 F과 통화를 해서 돈을 달라고 한 적은 있었는데, 사장님(피고인)한테 확인하겠다고 해 놓고 그 다음부터 연락이 안됐습니다.'고 진술하고 있고, F도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수리대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라는 지시를 하였으나 이후 일처리의 착오로 이를 누락하여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 이에 부합한다.

3)

피고인은 적어도 2011. 여름경에는 피해자에게 이 사건 수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는 보이는데도 현재까지 이를 전액 변제하지는 못하였으나 이는 사후 사정일 뿐 아니라, 그 일시경 피고인의 처가 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는 등 문제가 생겼고 그 때문에 2011년 말~2012년 초경에는 위 회사를 폐업하기에 이르렀으며, 피고인의 처는 그 후 결국 사망하는 등 피고인으로서도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였던 정황이 있다.

4)

피고인은 2010. 12. 8.경 H로부터 빌려서 사용하고 있던 공장시설 및 지하수 관정을 3억 원을 지급하고 매수하여 피고인 명의로 변경하였고, H로부터 공장 건물을 매수한 I에게 1억 원이 넘는 매수대금을 대납해 준 후 2011. 7.경 다시 그 건물을 임차하는 등 공장 관련 시설 등에 관한 거래관계가 있었으며, 위 공장시설 및 지하수 관정 등의 평가액도 7,300만 원 이상이었다.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 대하여 2009. 1.경 직원들의 급여 미지급 등으로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이 계류된 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 사건 수리대금의 변제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바로 단정하기 어렵고, 위 3)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처가 암 진단을 받은 이후 회사 폐업에 이르면서 재산 상황이 상당히 어려워졌을 수는 있으나 공소사실 일시경 피고인의 재산 상태가 이 사건 수리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5)

공소사실 일시경 피고인이 운영하던 위 회사는 2천만 원 정도 적자 상태이긴 하였으나 연 매출이 8억 원 이상이었고 이 사건 수리대금 외에는 직원 급여나 다른 거래처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변제 독촉을 받은 적도 없었는바, 피고인이 굳이 아주 큰 금액이라고 볼 수 없는 이 사건 수리대금을 일부러 지급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다.

당심의 판단

1)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이고(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1도202 판결, 2004. 4. 23. 선고 2002도7199 판결 등),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인 고의로도 족하다 할 것이나(대법원 1983. 5. 10. 선고 83도340 판결 참조), 미필적 고의라 함은 결과의 발생이 불확실한 경우 즉 행위자에 있어서 그 결과발생에 대한 확실한 예견은 없으나 그 가능성은 인정하는 것으로, 이러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도2338 판결 등), 이와 같은 경우에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며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4도3490 판결 등).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피건대,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수리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려는 범의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므로, 같은 취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희근(재판장) 채희인 이혜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