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판결

제주지방법원 2020. 1. 16. 선고 2018가합11639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6. 2.부터 2019. 1. 16.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0분의 9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인정 사실

가.

원고는 제주시 C에 있는 'D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피고는 심장내과 전문의이다.

나.

원고는 D병원 심장내과 진료과장을 영입하기 위하여 의사와 병원 사이의 근로계약의 체결을 중개 내지 주선하는 업체인 주식회사 E와 의사추천계약(이른바 '헤드헌팅계약')을 체결하였고, 주식회사 E의 직원 F은 원고에게 피고를 채용할 것을 추천하였다.

다.

원고의 대표자 이사 G과 피고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된 2018. 1. 30.자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한다)에 각 기명날인하였다.

라.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서상 계약기간이 시작되는 2018. 3. 1.부터 2018. 4. 30.까지 계속 D병원에 출근하지 않던 중 2018. 5. 1. D병원에 방문하여, 피고가 위 근로 계약서 기재 내용대로 D병원에서 근무하되 다만 근무기간은 2018. 5. 2.부터 2023. 2. 28.까지인 것으로 원고와 합의하였다.

마.

피고는 2018. 5. 2. 오전 F에게 D병원에서 근무하지 아니하겠다는 취지의 뜻을 전달하고, 이후로 D병원에 출근하여 근무하지 아니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3호증, 을 제1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

피고는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도 상당한 이유 없이 무단으로 결근하여 위 근로계약을 위반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전문의 1명으로 운영될 예정이었던 D병원 심장내과를 전혀 운영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원고가 2018. 5. 2. 피고의 근무의사 없음을 확인하고 피고를 대체할 심장내과 전문의를 구할 때까지는 약 3개월이 소요되고, 그때까지 원고는 D병원 심장내과의 운영수익을 거두지 못하였을뿐더러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 심장내과 상주인력의 유지에 관한 비용을 무용하게 지출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① 이 사건 근로계약서 제2조 제4항에서 정한 3개월분의 급여 상당액 138,413,220원, ② 피고가 처음 무단결근한 2018. 3. 1.부터 원고가 피고를 대체할 심장내과 전문의를 구할 때까지의 기간인 5개월 동안 D병원 심장내과가 거둘 수 있었던 운영수익 262,964,677원, ③ 심장내과 상주인력에 대한 5개월분의 인건비 60,000,000원의 합계 461,377,89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피고

1)

피고는 원고와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는 하였으나, 위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더 중요한 사항인 법인카드, 골프장회원권 및 사택의 제공, 근로 제공 후 3개월 뒤 병원장직 보임 등의 조건에 대하여 합의한 바 없고,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근로계약 승낙의 의사표시는 피고가 이 사건 2019. 4. 9.자 준비서면 부본의 송달로써 철회하였으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되지 아니하였다.

2)

원고와 피고 사이에 어떤 근로계약이 성립하였다 하더라도, ① 원고는 계약 체결 당시부터 피고에게 사택으로 타운하우스 또는 대형아파트를 제공하거나 원장 대우를 할 의사가 없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의 기망 또는 원고가 유발한 착오에 따라 근로계약 승낙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므로 취소할 수 있고, ② 피고가 모친의 병환, 미국에서 개최된 학술세미나 참석 등의 사유로 D병원에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형편이었고 원고도 이를 알았으므로 위 근로계약은 묵시적 합의에 따라 해제되었으며, ③ 원고는 실제로 피고에게 사택으로 타운하우스 또는 대형아파트를 제공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가 먼저 계약불이행을 한 것이어서 피고에게는 근로계약 위반에 대한 귀책사유가 없다.

3)

피고가 설령 어떤 근로계약을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의 무단결근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라고 주장하는 항목들 중 ① 이 사건 근로계약서 제2조 제4항이 정한 3개월분의 급여 상당액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반하여 무효이고, ② 나머지 항목들은 피고의 행위와 인과관계가 없거나 피고가 알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으로 인 한 손해이므로, 피고는 위 항목들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3.

판단

가.

근로계약 체결 여부

1)

근로계약의 성립

원고와 피고 사이에 노무 제공 및 이에 대한 보수의 약정이 기재된 처분문서인 이 사건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고, 거기에 원고와 피고의 각 기명날인이 있으며, 피고가 근로계약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주장하는 법인카드, 골프장회원권 및 사택의 제공, 근로 제공 후 3개월 뒤 병원장직 보임 등의 조건은 피고의 주된 관심사인지는 별론으로 하고 근로계약의 본질적 내용과는 무관한 부수적 내용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2018. 1. 30.경 고용계약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의사합치에 따른 근로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이하 위와 같이 성립한 근로계약을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그리고 이미 이 사건 근로계약이 성립한 이상, 피고의 승낙의 의사표시 철회는 위 근로계약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2)

피고의 이 사건 근로계약 취소 가능여부

을 제1호증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에 관하여 피고를 기망하였다거나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의 중요한 부분에 관하여 착오를 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근로계약이 합의해제되었는지 여부

피고가 들고 있는 모친의 병환, 미국 학술세미나 참석 등의 사유가 피고의 원고에 대한 근로제공이 불가능할 정도의 사유에 해당한다거나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1호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가 2018. 5. 1. 다시 근로의사를 내비치며 D병원을 방문한 점, 원고가 2018. 5. 1. 피고의 2개월 동안의 결근을 문제삼지 아니하고 피고가 다음 날부터 근무하도록 한 것은 곧 이 사건 근로계약을 유지하려는 의사였기 때문으로 봄이 합리적인 점, 피고는 2018. 5. 2. 결근한 후 F에게 자신에게 제공된 숙소와 D병원 직원들의 자신에 대한 태도에 대한 불만을 전하였을 뿐 달리 근로제공을 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을 밝히지는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이 피고의 부득이한 사정을 고려한 원고와 피고의 합의에 따라 해제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1)

피고는 원고와 2018. 3. 1.부터 원고가 운영하는 D병원에서 근로하기로 약정하고도 전혀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함으로써 이 사건 근로계약을 위반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계약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다만 인정사실에 따를 때 원고는 2018. 5. 1. 피고가 드는 모친의 병환, 미국 학술세미나 참석 등을 사유를 상당한 사유로 참작하고 그때까지의 결근에 대하여는 문제삼지 아니하기로 피고와 합의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는 2018. 5. 2. 이후의 결근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만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한편 피고는 피고에게 사택으로 타운하우스 또는 대형아파트를 제공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가 먼저 계약불이행을 한 것이어서 피고에게는 근로계약 위반에 대한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하나, 그와 같은 조건이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포함되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손해배상의 범위

1)

3개월분 급여 상당액 청구 부분

이 사건 근로계약서 제2조 제4항은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것인데, 이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정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반하는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서 제2조 제4항에 따라 3개월분의 급여 상당액 138,413,220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주장하는 부분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실제 손해가 입증되어야 한다.

2)

원고가 거두지 못한 운영수익 상당액 청구 부분

가)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에 위반하여 2018. 5. 2. 이후 D병원 심장내과에서 근무하지 아니함에 따라 원고가 피고를 대체할 심장내과 전문의를 고용하는 데 소요될 것으로 인정되는 합리적인 기간 동안 원고가 위 심장내과를 운영하지 못함으로써 원고에게 위 기간 동안 거둘 수 있었던 운영수익 합계만큼의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명백히 인정되고, 위 손해는 피고의 계약불이행으로 인한 통상손해로 봄이 상당하다.

나)

그런데 원고가 일실 운영수익을 입증하기 위하여 제출한 갑 제12~15호증만으로는 D병원 심장내과의 2015. 1.부터 2017. 12.까지의 월별 매출액만을 알 수 있을 뿐 거기에서 비용을 제외하고 남는 운영수익까지 파악하기는 어려우며, 위 증거를 통해 D병원 심장내과의 매출액의 증감 경향이나 근무의사의 수와 매출액 사이의 유의미한 관계를 발견하기도 어려운 점, 원고가 피고를 대체할 심장내과 전문의를 고용하는 데 소요될 것으로 인정되는 합리적인 기간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만한 증거를 수집하기는 용이하지 아니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원고가 입은 일실 운영수익 상당 손해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이에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9~11호증에 의하여 인정되는 의사 등 상주인력 운용비용의 규모로써 짐작할 수 있는 D병원 심장내과의 수익 규모, 원고가 피고를 대체할 심장내과 전문의를 고용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짐작되는 점, 피고는 2018. 5. 2.에 자신이 근무할 D병원 심장내과의 전문의가 자신 1명뿐인 까닭에 자신이 무단결근하면 위 심장내과의 운영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것임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피고는 계약 내용에 포함되지 아니한 요구조건에 관한 불만을 이유로 무단결근을 감행한 점, 그 밖의 모든 사정들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원고가 피고의 이 사건 근로계약 위반행위로 입은 손해는 5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위 인정범위에서 이유 있다.

3)

심장내과 상주인력 유지비용 상당액 청구 부분

원고가 D병원 심장내과 상주인력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앞서 살핀 위 심장내과의 일실 운영수익을 평가함에 있어 매출액에서 제외할 비용에 포함되는 것으로서, 위 2)항에서 일실 운영수익 상당 손해액을 산정하는 데 이미 고려한 항목이므로, 그와 별개로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소결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금 50,000,000원 및 위 근로계약 위반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18. 6. 2.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0. 1. 1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의진(재판장) 정영민 하승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