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판결

제주지방법원 2020. 7. 16. 선고 2018가합1351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방송사업 및 문화서비스 사업, 광고사업 등을 목적사업으로 하면서 'C(이하 '이 사건 방송국'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이 사건 방송국의 노동조합조합원으로서 보도제작본부 보도제작국에서 뉴스 프로그램 제작자(PD)로 근무한 사람이다.

나.

이 사건 해고처분의 경위

1)

피고는 2018. 9. 20. 원고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하였다는 D의 노동조합위원장을 통한 신고접수에 따라 2018. 9. 21. 변호사, 방송사업본부장, 기획심의실장, 보도제작국장, 노조위원장, 원고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진상조사위원회를 개최하였다.

2)

원고는 원고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하였다는 E, D의 진술내용을 부인하였고, 피고는 2018. 9. 27. 원고에게 추가 진술기회를 부여하고 '직장 내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노무사, 방송사업본부장, 기획심의실장, 보도제작국장, 노조위원장, 원고, E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어 심의한 결과 원고를 상벌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하였다.

3)

피고는 2018. 10. 1. 방송사업본부장, 기획심의실장, 보도제작국장,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원고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 측 증인인 F의 진술을 듣는 등 징계 여부를 심의한 결과 원고를 해고하는 징계 의결을 하였고, 같은 날 다음과 같은 사유로 원고를 2018. 11. 2.자로 해고하는 내용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해고처분'이라 한다)을 하고 이를 원고에게 통지하였다.

4)

원고는 2018. 10. 8. 상벌규정 제18조에 따라 이 사건 해고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피고에게 재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8. 10. 19. 방송사업본부장, 기획심의실장, 보도제작국장, 노조위원장, 원고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상벌위원회를 열어 원고 측 증인인 G의 진술을 듣는 등 재심 청구에 대한 심의를 한 결과 이 사건 해고처분을 유지하는 결정을 하였고, 같은 날 원고에게 그 결과를 통지하였다.

다.

관련 규정

피고 상벌규정 및 단체협약,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약칭 한다) 중 이 사건 해고처분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6, 7,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원고는 E, D과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단둘이 술을 먹게 된 것일 뿐, E, D의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술자리 요구를 한 사실이 없고, E, D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준 일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처분의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원고의 일부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해고처분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부당하므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해고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한다.

나.

피고

원고의 E, D에 대한 성희롱 또는 성추행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징계사유가 존재하고, 원고가 정규직 PD로서 그 지위를 이용하여 프리랜서 계약직 직원들을 성희롱하고 업무상 불이익을 주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피고와의 근로계약을 존속시킬 수 없을 정도의 사유에 해당하므로 징계양정도 적정하다.

3.

판단

가.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

1)

관련법리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2호),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2)

인정되는 사실관계

앞서 든 각 증거, 을 제1 내지 5호증, 을 제8 내지 11, 13호증의 각 기재, 증인 E, H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

가)

E에 대한 부분

①

E은 2017. 4. 24.경부터 이 사건 방송국에서 프리랜서 계약직 아나운서로 근무하면서 현재까지 뉴스 진행 MC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뉴스 PD인 원고는 E에게 생방송 뉴스 진행과 관련하여 업무상의 지시 및 지휘를 하고 E이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급여청구서를 기안하여 결재를 상신하는 일을 담당하였다.

②

원고는 2017.경 E에게 다른 동료들과 함께 제주시 I에 있는 J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자고 제안하여 E은 이를 승낙하였다. 원고는 J식당로 이동하기 직전에서야 E에게 "다른 사람들이 못 온다고 하니 너랑 나랑 둘이 마셔야겠다"고 말하여 단둘이 J식당에 가게되었는데,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카메라 기자인 K의 전화를 받은 E에게 "나랑 있는 것을 말하지 말라"고 하였다. 당시 E이 유부남인 원고와 술자리를 갖게 된 것에 부담스러운 감정이 들어 원고에게 "저희 엄마께서 남자랑 둘이서 술을 먹는 것은 아니라고 배웠다"고 말하자 원고는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였다. 원고는 J식당에서 나와 노래주점에 가자고 제안하였고, E은 원고와 단둘이 노래주점에 가는 것이 상당히 꺼려져 "그것은 좀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거부의 의사를 밝혔음에도 원고는 "원래 방송국에서는 이렇게 술자리를 다 갖는 것이고, D 기상캐스터와도 단둘이 간 적이 많았다"고 설득하여 E은 원고와 단둘이 노래주점에 가게 되었다.

③

원고는 2017. 6.-7.경 E, L 본부장과 제주시 M에 있는 N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후 집의 방향이 같은 E과 택시를 타고 집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원고는 E에게 동료 몇 명이 모여 있는 술자리에 같이 가자고 권하였고, E은 이를 승낙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몇 차례 전화통화 후 거리가 먼 것 같으니 둘이 마시자고 제안하였고, E은 원고와 단둘이 술자리를 갖는 것이 꺼려졌지만, 이미 승낙을 한 상태에서 번복하기가 부담스러워 거절하지 못하고 원고와 노래주점에서 술을 마셨다.

④

원고는 위와 같이 E과 택시를 타고 이동 중에 E으로부터 "조명등이 나가서 교체해야 하는데 두꺼비집을 내려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자 "혼자 살아서 힘들지? 내가 가서 교체해주면 좋은데"라고 말하였다. 서울 출신으로 이 사건 방송국에서 일하기 위하여 혼자 생활 중인 E은 원고의 말을 듣고 당황하고 불쾌하였지만 '내가 예민한 것이겠지'라고 생각하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아니하였다.

⑤

원고는 이 외에도 E에게 마치 다른 참석자가 있는 것처럼 술자리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약속을 잡았으나, 막상 E이 약속장소에 나가보면 원고와 E 외에 다른 참석자가 없는 경우가 다수 있었는데, 원고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제주시 O 소재 P식당, Q식당, 룸식 주점 등에서 E과 단둘이 술자리를 가졌고, 술을 마시면 노래주점에 가야한다고 하여 E은 대부분 원고와 1차로 식사와 술을 마신 후 2차로 노래주점에 가게 되었다. 원고는 위와 같이 성사된 술자리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E에게 술자리를 제안하였고, E은 원고로부터 늦은 시각 걸려오는 전화와 카카오톡 메시지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과 성적 수치심을 느껴왔다.

⑥

원고는 2018. 4. 27. E과 제주시 R에 있는 Q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2차로 가게 된 노래주점 S점에서 E으로부터 "D 기상캐스터와 그렇게 사이가 안 좋으면 업무적으로 서로 힘들 것 같다. 화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는 말을 듣고는 E의 옆으로 가까이 와 E의 오른손을 본인의 양손으로 강하게 움켜쥐며 "화해는 D씨가 먼저 내게 술 한 잔 하자고 제안하고, 그 과정에서 이야기하며 풀 문제다"라고 이야기 하였다. 이에 당황한 E이 손을 빼려고 시도했지만 원고는 그때마다 다시 E의 손을 움켜잡았다. E은 단둘이 있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신체 접촉에 당황스러움을 느꼈고, 원고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손을 빼 화장실에 간다면서 자리를 피하였다.

⑦

원고는 2018. 4. 28. 새벽 무렵 위 S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E에게 "기분이 좋다. 너는 내가 정말 아끼는 후배다"라고 이야기하며 어깨동무를 하였다. E은 원고의 신체접촉에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고, 직전 노래방에서 손을 잡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E은 본인의 집 근처 편의점에 이르러, 원고가 집 앞까지 데려다 준다고 하지는 않을지, 그로 인해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 생기지 않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원고를 먼저 집에 보내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였고, 원고에게 "속이 좋지 않으니 편의점에서 숙취해소음료를 사서 들어가겠다. 먼저 들어가시라"라고 이야기하였다. 이에 원고는 본인이 음료를 사주겠다고 편의점에 같이 들어와서 "나는 한 잔 더 마실건데 너는 어떻게 할 거냐. 일단 안주를 골라라"라고 하였고, E은 원고가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를 비운 후 택시를 타고 떠난 후에야 안심하고 집으로 갈 수 있었다. E은 이 날 있었던 신체접촉으로 인하여 앞으로 원고와 둘만의 술자리뿐만 아니라 원고가 포함된 술자리 자체를 피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⑧

원고는 E이 술자리 제안을 계속 거부하자 E에게 방송 일정에 대한 정보를 일체 제공하지 않고, 급여 결재 처리를 지연하면서 급여 관련 질문에도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않는 등의 불편을 주었다. E은 원고와 있었던 일련의 일이 공론화된 이후 우울감, 수면장애, 소화장애를 겪고 있다.

⑨

원고는 E에게 2017. 9. 23.부터 2018. 9. 1.까지 아래와 같은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는바, 이는 원고가 E에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연락하여 술자리를 요구하였고 원고의 연락과 술자리 요구가 부담스럽고 꺼려졌다는 E의 진술을 뒷받침한다. 피고가 개최한 상벌위원회에서 원고의 신청으로 출석한 F, G은 오히려 E의 진술에 부합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또한 E은 이 법정에서 원고와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모순없이 진술하였고 달리 E이 원고를 무고할 이유도 없어 보이므로, 앞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대한 유의미한 증거인 E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⑩

한편 E이 원고의 술자리 제안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불쾌함을 표시하거나, 2차 노래주점에 동행함에 있어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힌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E은 이 사건 방송국에서 처음 아나운서직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으로 업무환경이 불완전한 프리랜서 아나운서였고 업무 과정에서 원고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있었던 점, 실제로 원고는 E의 술자리 제안에 대한 거부가 연속되면 "싫으면 싫다고 해라. 핑계 대면서 술자리 거절하는 것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행동이다", "나는 한 번 삐지면 오래 간다"는 등의 말로 부담을 준 점, 원고가 2018. 9. 1. 00:31경 D, U 기자와의 모임 중인 E에게 전화하여 술을 마시자고 제안하였는데, E의 거절에도 원고의 연락이 계속되는 상황을 본 U 기자가 E 대신 전화를 받아 상황을 마무리하자, 원고는 E에게 앞으로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위와 같은 메시지를 보낸 점, 그 이후부터 원고는 E의 생방송 뉴스 진행과 급여지급 업무에 직접적인 불편을 가한 점 등에 비추어, E이 조기에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은 사실인정을 뒤집기 어렵다.

나)

D에 대한 부분

①

D은 2014. 1.경부터 이 사건 방송국에 프리랜서 계약직 기상캐스터로 근무하다가 2018. 8. 31. 퇴직하였는데, 뉴스 PD인 원고는 D에게 생방송 뉴스 진행과 관련하여 업무상의 지시 및 지휘를 하고 D이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급여청구서를 기안하여 결재를 상신하는 일을 담당하였다.

②

원고는 근무 시간 중 또는 퇴근 후 D에게 단둘이 술을 먹자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요구를 하였고, D은 이를 거절하다가 4-5회 실제 단둘이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D은 원고와 V식당에서 술자리를 가졌는데, 원고는 1시간 30분 정도의 술자리를 마치고(원고는 D에게 술을 마실 때에 본인과 같은 속도로 빠르게 술을 마실 것을 재촉하였다) 2차로 노래주점을 가자고 요구하였으나 D은 거절하였다. 그 이후 원고는 일주일에 3회 이상 D에게 술자리를 요구하였다.

③

그 후 원고가 D에게 보도국 직원 몇 명이 모이는 술자리에 참석하라고 하여 D이 나가보니 실제로는 원고만 있었고, D이 다른 분들은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았냐고 묻자 원고는 다른 사람들은 갑자기 약속이 있어 오지 않았다고 말하였다. D은 원고와 단 둘이 있게 된 상황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대로 자리를 피하면 무례한 상황으로 보일까 싶어 원고와 제주시청 인근 W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원고는 D에게 2차로 노래주점에 가자고 수차례 요구하였지만, D은 시간이 늦었다는 이유로 거절하였다.

④

또 원고는 고기를 먹지 못하는 D이 가기 좋은 맛집이 있으니 같이 가자는 요구를 수차례 하여 D은 원고와 인제사거리 근처의 X라는 횟집에 가게 되었는데, 원고는 "술을 마시면 노래가 잘 나온다", "나는 노래 부르는 것이 좋다", "다른 의도는 없다"며 노래주점을 가자고 하였고, D은 거절이 어려워 2차로 인근 노래주점에 가게 되었다. 원고는 노래주점에서 D과 서로 반대편에 앉아 술을 마시던 중 듀엣곡을 부르자며 선곡을 하고 D 옆으로 가까이 와 몸을 밀착하여 앉았다. D은 그 상황이 부담스러워 일어나서 노래를 부르겠다고 말한 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방 기계 앞으로 몸을 옮겨 노래를 불렀고, 노래가 끝난 후 원고의 반대편 자리에 앉았는데, 이에 원고가 정색하며 "내가 불편하냐"고 말하였고, 당황한 D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⑤

원고는 Y 맞은편 횟집에서 D 및 동료 3명과 식사 겸 술자리를 마친 후, D이 도보로 집까지 금방 갈 수 있고 주변이 훤하여 괜찮다고 만류함에도 D을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며 D의 집 주변까지 오게 되었는데, 원고가 "집 근처인데 집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도 안 주냐"고 말하여 D은 크게 당황하여 "네? 그건 아니죠?"라고 정색하며 대답을 하였다. 이에 원고가 "아, 별 뜻은 없고"라고 말하자 D은 무서운 마음이 들어 재빨리 인사를 하고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⑥

그 후 원고는 D에게 "내가 결혼만 안 했으면 널 만났다" 라는 말을 하였는데, 그 말을 들은 D은 거북한 마음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기에 절대 단둘이 술을 마시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고, 원고가 주로 금요일 퇴근 후 술자리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일부러 핸드폰을 꺼두거나 전화연락을 피하게 되었다.

⑦

D이 원고의 술자리 요청을 모두 거절하고 밤늦게 오는 전화를 받지 아니하자 원고는 "요즘 왜 술자리를 피하냐", "전화는 왜 받지 않냐", "전화 꺼져 있던데 연락 기다렸다"는 등의 말로 D에게 부담을 주었고, 이에 D이 "아파서 잤다", "서울에서 엄마가 내려 오셨다", "친구가 왔다"는 등으로 둘러대며 사과를 하였으나, 원고는 전과 달리 냉정한 태도를 보이면서 D의 인사를 받지 않고, 말을 걸어도 못 들은 척 무시하거나 대답을 하지 않았다. 또 업무체계상 뉴스 PD인 원고가 D에게 방송 결방 소식을 알려주어야 함에도 원고가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여 D은 결방 사실을 모르고 출근하는 날이 다수 있었고, 이를 알게 된 보도국장이 원고에게 주의를 주었음에도 원고는 D에게 방송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잦았다. 그 밖에도 원고는 앵커를 위해 뉴스기사를 모니터에 띄워주는 '프롬프터 진행 업무'를 맡은 D에게 변동 내지 추가사항을 고지해주지 아니하였고, 날씨 방송시작을 알리는 신호도 제대로 보내주지 아니하였다.

⑧

D이 퇴사하기 1년 반 전 부터는 원고가 D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말까지 듣게 되어 D은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에 시달려 우울증과 불면증을 겪게 되었다.

⑨

원고가 2017. 5. 5. 오후 9:06부터 같은 날 오후 9:09까지 3차례 연속하여, 2017. 5. 12. 오후 9:05, 같은 날 오후 09:13, 2017. 12. 29. 오후 9:36, 2017. 12. 30. 오전 2:13 등 D에게 전화를 걸었고, D이 결방정보를 알지 못하여 E이 카카오톡 메시지로 방송 정보를 알려준 사실은 문자메시지 또는 통화내역으로 확인되는 점, 이는 원고가 회사 내에서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D에게 전화를 걸어 술자리를 반복적으로 제안하였고 D이 원고의 술자리 요구를 거절하기 시작하자 방송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방법 등으로 D의 업무수행을 불편하게 하였다는 D의 진술에 부합하는 점, 피고 회사로의 복직을 원하는 것도 아닌 D이 달리 원고를 무고할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인 점, D이 작성한 진술서 내용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앞서 본 사실관계의 유력한 증거인 D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3)

징계사유 해당 여부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즉, ① E과 D은 이 사건 방송국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직장생활을 위해 제주도에 혼자 거주하는 미혼 여성들로 정규직 PD인 원고로부터 업무지시를 받는 관계에 있던 계약직 직원들이었는데, 원고의 술자리 요구를 거절한 이후부터 직접적으로 업무적인 불이익을 받게 된 점, ② 원고의 퇴근 이후 또는 밤늦은 시각의 전화연락이나 술자리 요구는 일회적이거나 단기간에 그친 것이 아니라 E과 D의 입사와 동시에 장기간 동안 지속적·반복적으로 행해진 점, ③ 유부남인 원고가 미혼에 연고지가 아닌 곳에서 혼자 사는 E, D에게 "혼자 살아서 힘들지? 내가 가서 교체해주면 좋은데", "집 근처인데 집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도 안 주냐"라고 한 말과 E, D과 단둘이 있는 밀폐된 공간에서 E의 손을 양손으로 움켜잡거나 D의 옆에 밀착하여 앉은 행동, 골목길에서 E에게 어깨동무를 한 행동, E, D에게 장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밤늦은 시각 단둘만의 술자리와 밀폐된 공간인 노래주점으로의 동행을 요구한 행동은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로 인하여 E, D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E, D에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연락하여 술자리를 요구하고, 여성근로자와 단둘이 술을 마시고 밀폐된 공간인 노래방에서 신체접촉을 하고, 술자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업무상 불이익을 가한 것은 성희롱행위로서 피고의 상벌규정 제11조 제3호 '피고의 명예를 훼손하였거나 직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한 경우'에 해당하여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1)

관련법리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므로,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이라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6다33999 판결 등 참조).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의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8두11693 판결 등 참조),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보아 어떠한 성희롱 행위가 고용환경을 악화시킬 정도로 매우 심하거나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경우, 사업주가 사용자책임으로 피해 근로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성희롱 행위자가 징계해고되지 않고 같은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성희롱 피해 근로자들의 고용환경을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으므로,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아 내린 징계해고처분은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게 징계권을 남용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과 공익성의 핵심을 이루는 뉴스 프로그램의 제작자로서 이 사건 방송국에서 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지위에 있는 사람임에도 위와 같은 징계사유로 그 본분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 점, ② 피고는 이 사건 방송국을 운영함에 있어 원고와 같은 정규직 PD 뿐만 아니라 E, D과 같은 프리랜서 계약직 아나운서의 역할이 중요한 회사인데, 원고는 본인의 지위를 이용하여 장기간 동안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자신의 지휘·감독 하에 있는 미혼의 여성 근로자인 E, D을 성희롱하여 피고의 명예를 훼손하고 다른 근로자들의 업무능력을 저하시킨 점, ③ 원고의 성희롱이 원인이 되어 D은 피고 회사를 퇴직하였고, E은 원고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점, ④ 원고는 2018. 9. 1. 이 사건 방송국에서 근무하게 된 Z 기상캐스터에게도 수회에 걸쳐 술자리를 제안하는 등 E, D에게 한 것과 같은 행태를 보인 점, ⑤ 원고는 이 사건 징계절차 개시 이후 현재까지 잘못을 인정하고 직장 생활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변명에만 급급하여 이 사건 방송국에서 계속 근무하게 되는 경우 이전과 동일한 근무태도를 보일 개연성이 있어 보이는 점(실제로 원고가 D의 업무에 불이익을 가하는 점을 알게 된 보도국장이 원고에게 주의를 주었음에도 원고는 근무태도를 개선하지 아니하였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E, D에게 행한 성희롱행위로 인하여 피고가 원고와의 근로계약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해고처분이 피고의 징계재량권을 현저히 일탈·남용하거나 공평을 잃은 과중한 징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해고처분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규훈(재판장) 김연준 정양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