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2. 1. 21. 원고들에 대하여 한 원무직 7급 직위해제 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 사실
피고는 2015. 5. 1.부터 병원 내 장례식장(이하 ‘이 사건 장례식장’이라 한다)을 직접 운영하고 있고, 원고들은 이 사건 장례식장에서 장례지도사로 근무한 피고의 원무직 7급 직원들로서, 피고 병원에서 사망하거나 외부에서 이송되어 온 망인의 유족과 장례상담을 진행하여 이 사건 장례식장에서 직접 장례업무를 진행(이하 ‘자체 장례’라고 한다)하거나 타 협력 업체를 연결해 주는 업무를 하였다.
피고는 2021년경 자체 장례 실적 감소 원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고 이 사건 장례식장에서 J이라는 장례업체가 진행한 장례 건수가 많음을 확인하고, J의 대표 K와 J을 이용한 유족들 및 원고들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피고는 원고들이 J과의 유착관계에 따라 J에게 일감을 몰아주었다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이에 피고는 2022. 1. 7. 제주동부경찰서에 원고들이 이 사건 장례식장에서 자체 장례를 유치하지 않고 특정 장례업체에게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피고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혀 배임을 했다는 범죄사실로 원고들을 형사고소 하였다(이하 ‘이 사건 형사고소’라고 한다).
피고는 2022. 1. 21. 원고들에게 아래와 같은 직위해제 처분을 발령하였다(이하 ‘이 사건 직위해제’라고 한다). 관련 규정은 아래와 같다.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은 2022. 10. 12. 이 사건 형사고소에 대한 수사 결과 원고들에 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불송치 결정을 하였고, 피고는 이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였다.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직위해제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제주지방법원은 2022. 5. 2. 2022카합10024호로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6, 7,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들의 주장 요지
원고들은 유족들에게 자체 장례 대신 J을 소개시켜주고 그 대가로 J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등 비위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들을 형사고소 후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을 하였고, 그로 인해 원고들은 장례업무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되고 3개월까지는 월 급여의 80%, 3개월 이후부터는 월 급여의 50%만 지급받게 되는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 이후 L조합에 장례식장을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노동자의 고용, 노동조건, 배치전환 등 불이익한 영향을 주는 구조 및 조직개편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60일 이전에 노동조합에 통보한 후 조합과 합의 하에 시행하였어야 하나 이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은 직위해제의 원인사실이 존재하지 않고,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므로 무효이다.
피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2015년경부터 이 사건 장례식장 운영을 완전 직영 방식으로 전환하였고 원고들을 채용하여 자체 장례를 제공하여 왔다. 피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의 유족들은 그 선택에 따라 상조회사를 통해 장례서비스를 받거나 피고의 자체 장례를 받는데, 2021년경 자체 장례 실적이 과거에 비해 부진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피고는 원인을 파악하던 중 원고들이 협력 업체 중 J에게 장례서비스 및 외부 변사 시 출동차량 서비스의 일감을 몰아준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J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향응, 접대를 받는 등의 유착관계가 확인되어 원고들과 J 대표를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하였다. 이후 피고는 원고들에 대한 수사 개시를 사유로 원고들에게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을 한 것으로, 이 사건 직위해제의 원인사실은 존재한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에 따른 장례식장 운영 공백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L과 위탁용역 계약을 체결하여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고 장례식장 운영을 위탁운영체계로 전환한 것이 아니므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은 정당하다.
판단
관련 법리
직위해제는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중인 경우,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있어서 당해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보직의 해제를 의미하므로 과거의 근로자의 비위 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1993. 2. 9. 선고 92다3686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직위해제가 징벌적 제재로서 징계와 구분되는 인사명령이라 할지라도 통상 이로 인하여 승진, 승급, 보수 등이 제한되는 만큼, 관련 규정상의 직위해제 사유는 엄격히 해석하는 것이 옳다. 직위해제와 같은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것이어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나,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의 정당성에 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갑 제3, 4, 5호증, 을 제3, 4,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은 그 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 할 것이어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당연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인사규정 제65조 제2항은 ‘정직은 1월 이상 3월 이하의 기간으로 하고 그 기간 중 직원의 신분은 보유하나 직무에 종사하지는 못하며 그 기간 중의 보수는 보수규정 별표 11에 의하여 감액 지급한다’고 정하고, 같은 규정 제69조는 ‘인사위원회는 재적위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징계를 의결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은 승급, 보수지급 등의 면에서 인사상 불이익한 처분에 해당함에도,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같은 규정 제16조 제2항)하여 징계 처분에 비하여 심의 요건은 완화되어 있는 반면, 처분의 기한은 수사결과 종료시까지로 정해져 있어 수사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3월 이하의 정직처분보다 더 가혹한 결과가 초래된다. 따라서 직위해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엄격한 해석이 요구되고, 비위 사실에 대한 의혹 제기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뒷받침할 감사 결과 등이 충분히 제출된 경우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피고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2019년부터 2021년 8월경까지 3년간 이 사건 장례식장에서는 1,197건의 장례가 진행되었는데, J이 전체 장례업체 중 가장 많은 304건의 장례를 진행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① 3년간 J이 진행한 장례 비율은 매년 25~28% 선으로 유지되었던 점, ② 2020년 피고의 자체 장례 건수가 전년도 대비 5%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동기간 J의 장례 건수는 24~25%로 동일 수준을 유지하여 증가추세를 보이지 않았던 점, ③ J의 대표 K는 이 사건 장례식장에 상주하면서 적극적인 영업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는 외부에서 사망한 고인을 이 사건 장례식장으로 운송하기 위하여 J, M 등 업체와 출동서비스 협력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업체들 간 협의에 따라 대부분 J이 현장에 출동하였고 그 과정에서 유족들은 자연스럽게 이후의 장례 절차도 J에게 의뢰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의 자체 장례의 경우 원고들이 2인조로 일하면서 교대 근무를 함에 따라 장례를 전담하지 못하고 장지까지 동행하지 못해, 장지에서의 절차는 협력 업체와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J에게 일감을 몰아주어 J의 장례 진행 건수가 증가하고 그로 인해 피고의 자체 장례 건수가 감소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J의 대표 K가 원고들에게 명절 선물세트를 제공하거나 식사 비용을 지급하고 원고 B, 원고 E, 원고 D, 원고 F와 금전 거래를 하였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① K가 제공한 선물세트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금지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금액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들은 피고의 담당자에게 선물 수수 가능 여부를 문의한 후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이를 수령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K가 원고들의 식사 대금을 일부 지급하였더라도 그것이 통상의 관념에 비해 과다하게 지급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 점, ④ 원고 B, 원고 E, 원고 D, 원고 F는 K와 정당한 거래를 하였다거나 개인적으로 급전을 빌린 후 변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K의 진술도 원고들의 주장과 일치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원고들이 K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대가로 금품 등을 수수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이 사건 형사고소에 대한 수사결과 원고들에 대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불송치결정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 피고가 이의를 제기하기는 하였으나, 원고들이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거나 원고들이 피고의 장례 업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공정한 업무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음에도, 원고들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을 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소결
결국 피고가 2022. 1. 21. 원고들에 대하여 한 원무직 7급 직위해제 처분은 무효이고,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혐의를 다투고 있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인정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노현미(재판장) 정가원 이범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