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10월 및 자격정지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범죄사실<1>
피고인과 B은 2020. 10. 9.부터 제주시 C에서 ‘D’ 식당(이하 ‘이 사건 식당’이라 한다)을 공동 투자하여 운영하다, 2021. 5. 23.경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B에게 동업 파기를 통보한 사이다.
피고인은 2021. 6. 7. 16:19경<2> 이 사건 식당에서 피고인 딸 E로 하여금 B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 및 청취 할 수 있도록, 피고인과 E가 휴대폰 통화 상태를 유지하고 B에게는 그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채 B을 만나게 하여 대화하게 하는 방법으로 그 대화내용을 녹음 및 청취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 및 청취하였다.
사건정보
제주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2고합172
판결선고
2023. 3. 30.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판결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E의 법정진술
B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수사보고서(녹음파일 녹취록 작성-통비법 관련), 녹음파일 CD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 제3조 제1항 본문
정상참작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 제5호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제2항(징역형에 대하여)
피고인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 요지
피고인은 B으로부터 E를 보호할 목적으로 둘 사이의 대화를 청취한 것이고, 그 대화내용이 자동으로 녹음된 것이다. 피고인 행위는 정당행위 내지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고, 피고인에게 다른 적법행위를 할 수 있는 기대가능성이 없었으므로 책임도 조각된다.
판단
관련 법리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680 판결 등 참조).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이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첫째 피난행위는 위난에 처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어야 하고, 둘째 피해자에게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을 택하여야 하며, 셋째 피난행위에 의하여 보전되는 이익은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해야 하고, 넷째 피난행위는 그 자체가 사회윤리나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적합한 수단일 것을 요하는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도9396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하였어도 불법적 결과 발생을 방지할 수 없었거나, 피고인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책임조각을 인정할 수 있다(근로기준법위반 사안에 관한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145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피고인의 주장은 이 사건 범죄사실이 피고인 딸 E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아래에서 살펴보는 것처럼, 이 사건 범행이 E를 보호할 유일한 방안이었다거나, 피고인에게 다른 적법행위를 기대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B은 사건 이전 4년 넘게 E를 돌보았고, E는 B을 ‘이모’라 부르기도 하였다(증인 E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11면). B이 2021. 3. 12. E로 하여금 피고인을 욕하게 하는 등의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건 당시는 그로부터 이미 3개월 가까이 지난 시기였고, 그 사이에 B이 E의 복지에 반하는 어떤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피고인은 B이 사건 전날인 2021. 6. 6. 피고인의 어머니를 협박하였기에, B이 몹시 두려워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피고인 주장이 사실이라면, 피고인의 어머니는 사건 전날 B으로부터 협박을 당하였으면서도, 바로 그 다음날 외손녀인 E를 B에게 옷가지를 건네주라는 심부름을 보낸 것이 된다. 피고인 주장에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사정을 살펴보면, 피고인에게 사건 당시 불법인 수단을 써서라도 B으로부터 E를 보호하여야만 하는 급박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사건 당시 E는 외할머니 심부름으로 B에게 옷가지를 건네주고자 이 사건 식당을 방문하였던 것이고, 달리 B을 만나야만 하는 급박한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피고인은 이미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
피고인은 사건 당일 16:19경 E에게 전화를 걸었는데(증거기록 1권 529면), 그때까지 E는 아직 이 사건 식당 안에 들어가지 않은 상황이었다. 피고인이 E의 안전을 걱정하였다면, 이 사건 식당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E를 말리거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였을 법하다. 그러나 피고인은 E가 B을 만나게 하였고, B에게 들키지 않고 피고인과의 전화통화를 유지하는 방법을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주었다(529, 530면).
피고인 휴대전화에 전화통화를 자동으로 녹음하는 기능이 있고, 피고인이 평소 다른 사람과의 전화통화를 녹음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증거기록 1권 376 ~ 422면). 그러나 피고인이 B과 E 사이의 대화를 청취하기에 이른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 특히 피고인이 10년 넘게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였음에 비추어 볼 때, 더욱 그러하다.
더욱이 피고인은 사건 무렵 B과 이 사건 식당 폐업과 관련하여 여러 민·형사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증거기록 1권 337면). 피고인이 이러한 갈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갔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양형 이유
법률상 처단형 범위: 징역 6월 ~ 5년 및 자격정지 1년 ~ 2년 6월
양형기준 미적용: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
선고형 결정
피고인은 딸 E를 도구로 이용하여 피고인과 민·형사적 갈등을 겪고 있는 B의 대화를 청취, 녹음하였다. 이러한 범행은 B의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그 죄질이 무겁고 범행 수법도 매우 불량하다. B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바라고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수긍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할 뿐이고, 자신의 변명을 위하여 딸인 E를 이용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다만 피고인은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며, 아직 어린 두 자녀를 양육하여야 한다. 그 밖에 사건 기록과 공판에 드러난 여러 정황을 두루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한다.
판사 진재경(재판장) 정혜미 이승욱
각주1)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소사실의 일부 자구를 수정한다.
각주2) 공소사실에는 “16:27경”으로 적혀 있으나, 증거에 비추어 볼 때 “16:19경”의 오기로 보인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죄사실의 객관적 사실 관계에 대하여는 다투고 있지 아니하므로, 직권으로 “16:19경”으로 수정하여 인정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