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외국인 근로자이다. 피고인은 2015. 5. 10.경 경남 함안군 C에 있는 피해자 D가 운영하는 E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베트남에 있는 부모님이 아프고 애들 교육도시켜야 되는데 현재 가진 돈이 없으니 300만 원을 빌려주면 다시 E에서 일을 하겠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300만 원을 빌리더라도 E에서 일을 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5. 5. 12. 300만 원을 피고인의 계좌로 송금 받아 편취하였다.
판단
이 법정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2. 11. 29. 피해자가 운영하는 E에 입사하여 일하다가 피해자가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2015. 2. 17. 퇴사한 사실,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300만 원을 줄테니 E에서 다시 와서 일하라고 말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2015. 5. 11. E에 출근하여 일을 한 사실, 피해자는 다음날인 2015. 5. 12. 오전에 피고인에게 300만 원을 송금하여 주었는데 그날 피고인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13:30경 집으로 간 후 E에 출근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같은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앞서 든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여 300만 원을 빌렸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부모님 병원비와 자녀교육비로 돈이 필요하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하여 E에서 일을 하는 조건으로 300만 원을 빌려주었는데 피고인이 300만 원을 지급받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아무런 말도 없이 가버려서 피해자가 위 돈을 편취한 것이라고 진술한다. 반면 피고인은 수사기관과 이 법정에서 피해자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월급과 퇴직금이 있었는데 E에서 일을 하면 그 중 일부인 300만 원을 지급해 주겠다고 해서 미지급임금을 변제받은 것이지 위 돈을 차용한 것이 아니고, 그 후 회사에 나가지 않은 것은 회사 측에서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아 불법체류자가 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먼저 3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하면서 피고인이 '아파, 대디아파, 돈 없어, 머니 없어'라고 말했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위 표현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돈을 빌려달라고 말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더욱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먼저 E에서 일을 할테니 돈을 달라고 제안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숙련공인 피고인에게 다시 일을 시키기 위하여 위와 같은 제안을 하였다는 것이다.
E의 직원인 F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3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을 직접 들은 적은 없고, 다만 피해자와 F이 피고인에게만미지급임금을 지급할 수 없으니 피고인에게 빌려주는 것으로 하고 차후 지급받는 월급으로 이를 변제하는 것으로 하자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E에서 경리업무를 하였던 G도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지급한 300만 원의 성격이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하고, 다만 피해자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에게 300만 원을 입금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은 날인 2015. 5. 12.경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지급해야 할 돈은 체불임금 3,799,040원, 퇴직금 3,058,810원, 합계 6,857,850원이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지급한 300만 원이 위와 같은 체불임금 등의 변제인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빌려주는 돈인지, 혹은 앞으로 E에서 일하게 될 경우 미리 지급하는 월급인지에 관하여 당사자 간에 다툼이 있을 수 있다.
피해자와 F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위 300만 원은 체불임금의 변제가 아니라 빌려주는 돈이라고 명확하게 말을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F은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였을 때 피고인이 월급받아서 갚아버리면 돈이 없다는 표현을 하였고,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였으며, 이에 F이 피고인에게 돈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보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고, 피고인은 그 정도의 한국말은 알아들을 수 있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G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한국말이 능숙하지 않다는 것이고, 실제 돈을 받고 집으로 가버린 날인 2015. 5. 12.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외국인과 G를 통화시켜주면서 피고인은 베트남에 가야 한다는 말을 전달시키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 300만 원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관한 다툼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인 피고인이 위 돈의 성격이 차용금이라는 점을 명확히 이해하였는지 의문스럽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300만 원을 지급받은 이후 피해자를 근로기준법위반으로 고소한 사건을 취하하기도 하였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창원고용센터에 신고한 후 고용허가서를 받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고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취업하면 불법체류자가 될 수 있다[수사보고(주식회사 와이엔씨 H 전화진술), 수사보고(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 한편 피고인은 2017. 1. 19.까지 유효한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불법체류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본인 명의로 고용계약서를 작성할 수는 없으니 피해자의 동생 명의로 계약을 해준다고 해서 일을 하려고 했는데, 2015. 5. 12. 오전까지도 고용계약서가 작성되어 있지 않다고 하여 불법체류자가 될 수 없어서 퇴근하고 더 이상 출근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최지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