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관계
원고는 'C병원'을 운영한 의료법인이다. 피고는 전문의로서 2019. 9. 1.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C병원에서 진료원장으로 근무하다가 2021. 8. 31. 퇴직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위 근로계약 제6조에서, 임금은 연봉 180,000,000원을 12개월로 균등분할(퇴직금 포함)하여 매월 15,000,000원씩 지급하고, 급여 지급 시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료 등의 본인 부담액을 원고가 부담하기로 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
[인정 근거] 갑 제1, 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조항에서 원고가 피고에게 월 급여를 지급하면서 세금과 사회보험료의 본인 부담액을 원천징수하지 않기로 한 것은, 원고가 피고에게 매월 퇴직금을 포함한 급여를 지급하고 피고가 별도로 퇴직금을 청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조항에 따라 피고의 C병원 근무 기간에 대한 소득세 · 지방소득세로 합계 48,804,050원을 대신 납부하였고, 피고는 위 금액만큼의 소득세 납부의무를 면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퇴직 후 원고에 대해 퇴직금 및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미지급을 이유로 진정을 제기하였고, 원고는 위 진정으로 인한 고용노동청의 시정지시에 따라 2022. 6. 24. 피고에게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17,511,941원, 퇴직금 29,388,028원을 지급하였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대납한 위 세액 48,804,050원을 부당이득반환 또는 사무관리비용으로 상환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는 매월 퇴직금을 급여에 포함하여 지급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퇴직금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세액 상당 부당이득반환 또는 사무관리비용상환 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조항의 내용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그러나 이 사건 조항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소득세 등을 부담하는 대신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금을 청구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아래 다.항에서 기재하는 사정들을 보면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피고의 월 급여를 결정함에 있어 피고의 실수령액인 세후 금액을 기준으로 합의하였고 임금과 구분하여 퇴직금을 실질적으로 약정했다고 보기 어려운바,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급여와 함께 원고가 대납한 피고의 근로소득세 등도 원고와 피고 사이의 약정(월 급여로서 실수령액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에 따른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의 근로소득세 등을 부담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약정에 따른 것 으로서 부당이득이 성립한다거나 사무관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퇴직금 상당액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관한 판단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앞서 본 사실관계나 채택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월 급여와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분할 지급할 것을 약정한 합의가 성립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즉, 이 사건 조항은 그 실질이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으로서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서에는 급여가 월 15,000,000원이라고만 기재되어있을 뿐, 위 급여 중 퇴직금 액수가 얼마인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기재가 없다.
피고가 C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할 때에 퇴직금에 관하여 실질적인 언급이나 논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사정을 찾기 어렵다.
원고가 피고에게 매월 급여를 지급해오면서 그중 일정한 액수를 퇴직금 명목이라고 특정하였거나 그 금액을 따로 분리하여 지급하여 왔다는 등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의 돈이 지급되어 왔음을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그렇다면 위 법리에 비추어 이 부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최수영
1아래 이유 중 2. 가.항에서 보듯이, 원고는 이 사건에서 부당이득반환 청구와 사무관리비용상환 청구를 선택적으로 구하는 한편, 예비적으로 퇴직금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도 구하는 것으로 선해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